나무에게도 그리움이 있다는 걸 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배인 자리에 저렇듯 너울이 일어

겹겹이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둥근 물결이 있으랴


그렇게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그리움들이 기어코 제 살 가죽을 찢어내

허공에 뼈를 세우듯

한 가지 두 가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새 한 마리

바람 한 타래에 실어 보낸

그리움의 정령을 따라

다 저물녘에 숲에 든다


멀리까지 벋어나갔던 나뭇가지들이

비밀 결사대처럼 은밀하게 심장으로 모여들어

또 하나의 너울을 일으키는 동안


움쩔, 내 몸에서도

살가죽을 찢고 나오려는 그리움들이 뼈마디를 곧추세운다

새 한 마리 훌쩍 날아오른다



시집 물가죽 북 '나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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