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1,295,000원▲ 3,000 0.23%)부회장이 올해 3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2015년 보아오포럼’ 개막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의약’을 육성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올 연말 인사와 대규모 투자결정을 통해 나타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수탁생산 기지 구축을 위한 삽을 뜬 것이다. 

삼성의 영광을 견인했던 삼성전자가 성장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매출 200조원 달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스마트폰은 내리막길을 걷고, 반도체도 언제 경기가 꺾일지 모른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이 부회장에게 바이오 의약 사업은 단비가 될 수 있을까?

올해 12월 21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기공식. 이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올해 12월 21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기공식. 이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삼성, 바이오 의약 ‘수탁 생산부터 개발까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의약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당시 삼성은 바이오 의약, 태양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의료기기 등 5개 신수종사업을 선정, 2020년까지 매출 50조원, 고용창출 4만5000명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바이오 의약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에 나설만큼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시장규모가 1790억달러(210조원)으로 삼성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825억달러·97조원)보다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삼성의 바이오 의약 사업 전략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수탁생산→ 바이오 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약품의 복제약) 개발→ 신약개발 등 순차적·단계적이다.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어(BMS)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의 의약품을 수탁생산하면서 점차 바이오 시밀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2공장에 이어 8500억원을 투자, 21일 인천 송도 3공장을 착공했다. 3공장이 완공되는 2018년이면 생산규모가 36만리터(L)로 세계 1위에 올라선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 개발을 전담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이 바이오 의약 성분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구원들이 바이오 의약 성분분석 실험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박태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은 “삼성의 바이오 의약 사업은 반도체 이후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전자, 자동차와 같은 불모지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일군 것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해외 파트너 지분 유치…“글로벌 제약사로 가는 길, 말처럼 쉽지 않아”

삼성은 과거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 때마다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선진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삼성SDI가 2008년 독일 보쉬와 50대50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 자동차업계에 삼성을 알리는 효과를 봤다. LCD 역시 일본의 경쟁사인 소니와 손을 잡고 S-LCD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고 패널을 생산했다.

바이오 의약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인 퀸다일즈로부터 2.2%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으로 유명한 미국 바이오젠이 주요 주주(8.8%)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이 삼성의 주특기인 IT·전자와 달리 매출 규모가 작고 성과를 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진입 장벽 때문에 신약은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수탁 생산으로 투자비만 회수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약 개발의 경우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비가 들어가며, 실제 약을 상용화한다고 해도 글로벌 마케팅이 필요하다. ‘제약회사 삼성’ 브랜드에 생소한 환자들이 삼성이 만든 약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라는 것.

서울 소재 사립대 한 바이오 전공 교수는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바이오 분야는 단순히 공장만 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 공정도 쉽지 않은데, 삼성은 경험이 없다. 약을 개발한다고 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며, 장기적인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삼성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입장에서 반도체 사업에 사활을 걸었던 것처럼,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가 있어야 사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및 저작권: 조선비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22/2015122203876.html?main_hot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