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기록


처음 두 발로 혼자 힘으로 디딜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머니가 신겨준 첫 신발 

세상은 많이 울퉁불퉁 할거야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신발을 신고 세상을 향해 걸어나갔던 하루하루,


익숙한 풍경을 낯선 주소로 바꾸고

어렴풋이 흐르는 기억을

정지된 날짜로 붙잡으며

울퉁불퉁한 세상 위에서 

조금씩 때가 타서 닳아지던 

무수한 발자국을 한 줄로 압축,




누군가는 5cm 위에서 누군가는 5cm 아래에서

숫자들로 요약되는 내 삶의 높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가깝고도 먼거리,

인형처럼 반듯한 모습으로

작은 칸 속에 나를 밀어 넣기,

어쨌거나 중요한 건 쉼없이 걷는 것

공백없이 채우는 것,

그러나 어떻도 채워지지 않는 빈칸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는 맨발의 시간,





이력서 =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기록

누군가에겐 한평생을 걸어온 기록

누군가에겐 한순간의 채점표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 지식채널 e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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