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기 혹은 감정은 내가 18.06.27 ~ 18.07.05 기간동안
사고가 나고, 병원에 입원하며 겪었던, 느꼈던 혹은 용기를 내어 다짐하는 그 모든 감정에 대한 일부분이다.



개요
: 18. 06.27 11:50분 경, 강릉대관령휴게소를 3km 지나고 강릉물류단지까지 15km 남은 지점

: 1차선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핸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핸들이 90도로 우측으로 꺽인다.

: 2차선을 순식간에 넘어간다. 2차선 뒤에서 차가 달려든다. 내 차랑 부딪혔다. 나는 느꼈다. 

: 차가 2차선을 넘어 잔디밭을 올라갔다가 바위에 충돌하고 다시 굴러 떨어져서, 내려온다.

: 차 속도가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시 가이드레일을 몇번 훑고서야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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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신을 잊는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돌아온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리만큼 선명하고 또렷하게.

: 뒷 차가 100km로 돌진했으니, 분명 그 분들은 죽었으리라. 무섭다. 살인자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온다.

: 나도 같이 죽었으면 좋았을 걸. 근데 제길 나는 살았다.

: 왼쪽 운전선 문을 열고 땅으로 떨어진다. 바닥을 기어서 뒤차에게 기어가다가, 다시 걸어간다.

: 뒷 차 운전자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위선적이게 너무 많이 다치면 어떻게하지라는 두려움이 드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음과 함께 무서움이 온다.

: 다행이다. 운전자 및 동승자가 살아있다. 멀쩡한 것 같다.

: 오히려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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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서야 나를 본다. 왼쪽 목, 어깨, 팔, 등, 다리, 엉덩이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그럼에도 그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90도로 여러번 말을 전했다.

: 운전자에게 말해 내 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고, 사고난 차 안에서 핸드폰을 찾는다.
  (폭팔했으면 어쩔려고)

: 가장 먼저 회사에 전화했다. 출장길에 죄송하다고 팀장님과 해당 센터장, 담당에게 전화했다.

: 차를 사진 찍는다.

: 경찰에 신고를 한다.

: 보험사를 부른다.

: 다시 상대방에게 죄송하다고 한다.

: 승현이에게 기도해달라고 한다.

: 그리고 다시 사고난 차에 가서 서류가방을 챙겨온다. 혹시 몰라 보조배터리로 핸드폰을 충전한다.

: 몸이 아파 온다. 정신을 잃을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다. 정신을 차린다.

: 경찰이 와서 말했다

 - 왼쪽으로 핸들이 꺽여졌으면 사망 혹은 뇌사

 - 뒷 차 정면 충돌했으면 나와 뒷분 모두 사망 혹은 뇌사.

 - 가이드레일 정면 충돌시 사망 혹은 뇌사. 기적이란다. 진짜 나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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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온다. 보험사가 왔다.

: 상대방에게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하고 그 분들을 보낸 후, 우리 보험사랑 이야기를 한다.

: 차량 폐차문제, 대인, 대물, 대차, 렌트 등 다양한 문제를 물어본다. 머리가 아프고 쓰러지고 싶다.

: 다시 정신을 차린다. 나는 혼자다. 

: 차는 강릉으로 보내기로 하고, 나는 보험사 직원에게 말해  ktx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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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안.

: 긴장이 풀릴 것 같은데 그럴 수 없다. 화장실에 가서 꼼꼼히 외상 부위를 체크하고 사진 찍는다.

: 보험사와 엄청난 통화를 한다 약 10통

: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한다.

: 사고 소식을 모르는 회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전화가 온다. 처리가 불가한데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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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착.

: 보라매병원으로 가달라고 한다. 기차에서 병원을 많이 찾아왔다.

: 응급실에가서 세 시간 전에 사고가 나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응급실로 간다.

: 기다림 끝에 엑스레이를 찍는다. 기적이란다. 뼈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집에 가라고 한다.

: 너무 아파서, 한방병원을 가고 수 많은 곳에 전화를 했지만 병원에 입원할 자리가 없다고 한다.

: 서글펐다. 너무나 아픈데, 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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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도착.

: 샤워를 하면서 외상 부위를 다시 체크하고, 침대에 눕는다.

: 그 간의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쏟아져내린다.

: 비참하다. 외롭다.


: 때마침 신원이가 왔다. 24시간 동안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한 나를 위해 밥을 시켜 먹는다.

: 같이 월드컵을 보다가 잔 것 같다.

: 그가 병원을 예약해 줬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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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는 그러하다. 그리고 지금 쓰는 글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글을 쓰면서, 지난 사고의 순간부터 병원에 누워있던 모든 것을 어떻게 정의할지를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은 나의 기억이 되고, 내가 바라보는 관점이 된다. 내 삶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1. 신의 뜻으로 살아서 감사하다. 등의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사고가 났고 회복 중이다.
나는 나에게 맡겨진 일을 앞으로도 성실하게 할 것이다. 그것이 내 신념이며, 내 신앙이다.



2. 관리

 : 목 디스크 3개 발견 및 어깨 허리 등이 좋지 않다. 재활에 신경을 써야겠다.

 :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운동할 것이다. 후유증이 무섭다.

 : 추가적으로, 정신적으로 조금 많이 힘들다. 뒷차와 충돌 순간을 기억하고, 정신을 차린 후 뒤차에게 갔던
  두려움의 길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무슨 병이라고 하던데, 혼자서 회복해보고 안되면 병원의 힘을 빌릴
  예정이다.



3.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행복하게 사는 건 어렵다.



4. 무엇인가 큰 사건 뒤에는 목표가 명확해지고 삶의 방향이 간단해진다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 다만, 힘든 순간 여전히 나와 함께해주는 수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

: 무엇인가 신념을 다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 미생의 장그레와 오과장님처럼 뭔가에 미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5. 돈을 어떻게 굴릴지 봐야겠다.

: 자금적 타격이 매우 크다. 몸도 아픈데 더 서글프다. 

: 어떻게 굴릴지 일부 명확해진다. 더 명확해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슬프다.



6. 동료

: 무엇인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너무나 부럽다.

: 나는 그런 동료를 가지고 있는가 이전에 나는 그런 동료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 그리고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일이 먼저인지 사람이 먼저인지 



7. 수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마지막

: 때론 사람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때론이 아니겠지, 항상.

: 뛰기도 모자란 시간에 멈추고, 걷기도 모자란 시간에 넘어지고, 쉼과 여유가 부담이고 어려운 

: 그렇게 혼자 힘으로, 외롭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 외롭게, 무섭게, 그럼에도 용기를 내야하는 그러한 상황이 있다.

: 나의 2017년, 2018년 29살, 30살이 그러했다.

: 삶의 밀도보다 무서운게 삶의 무게인데, 어른이 되어가는 것. 이토록 어렵고 외롭고 무서운 것이다.

: 그럼에도 함께 웃어주고, 슬퍼해줄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뛰는 일. 시간가는 줄 모르는 일.
  신념이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 두렵다. 무섭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해야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말이지.

: 그럼에도, 이 기억을 통해, 축복을 누리고, 축복을 희망하며 살기로 한다.




여전히 외상, 내상, 몸, 정신에 충격이 있고, 회복도 안되고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축복을 희망한다.

그것마저 없으면 나는 외롭고, 죽은 삶이다.
슬플 것이다.

사고 후 차문을 열고, 뒷 차를 향해 기어가던 그 두려움처럼 말이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어지럽다. 

하나씩 정리해보자.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다시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그 뿐이니까.(그뿐일까?)



P.S:
매순간에 놓여진 사건, 사고, 상황 가운데 그 순간 뜻을 찾는 것을 그만두기로 한다.
단지, 부딪혀 피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포기하지 않고 걷다보면, 어떤 순간에 뜻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희망이 가도 좋다. 내가 버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큰 사건, 크 순간을 이리 간략히 정리하기로 한다.
머리 쏟고 감정을 쏟을 시간에, 버린 그 바닥의 희망을 잡기로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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