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에 서 있는 나무
- 윤 문 원
이 나무의 나이테를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비탈길 바위 틈에 외로이 있는 나무.
이렇게 척박한 곳에 터를 잡고 위험한 등산길에
우리가 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게 온 몸을 다해 손을 잡아주는 나무.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으나 필요할때나 위험할때는 언제 손을 잡아주었다.
기파른 논둑을 올라갈 때나 비탈진 밭둑을 올라갈때,
아파서 누워 있을때, 힘든 곳에서는 언제나 잡아주던 그 손이었다.
못이 박이고 뭉그러진 뻣뻣한 손이었다.
우리를 위한 삶이 그대로 박여 있는 손이었다.
이제껏 쓰러지지않고 살게 했던 손이었다.
내 삶의 기둥이었던 손이었다.
손을 잡아주고 돌아서서 아무 말 없이 앞서가던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늘 서 있었다.
비탈길 바위틈에 서 있는 나무같이
나무는 하도 손을 잡아주어 껍질 지문이 반질반질하게 닳고 닳았다.
어느 곳을 보아도 성한 곳이 없다.
나무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우리에게 험한 길 쓰러지지 않게 몸이 부서지도록 손을 잡아주고있다.
우리 아버지 같이 언제나 그냥 그렇게 서있다.
아버지는 비탈길에 서있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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