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엊그제 다보스에서 미래고용보고서를 발표하고 사물인터넷(IoT) 위주의 4차 산업혁명으로 5년간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규 일자리 200만개가 새로 만들어지는 대신 기존 일자리 700만개가 소멸한다는 게 그들의 계산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2020년까지 세계 실업자 수가 1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심리적 공포를 심어주는 것을 업(業)의 본질로 삼고 있는 일부 연구자와 기관들의 오래된 주장의 하나다. 자원 고갈론과 비슷한 천동설적 오류다. 


기술 진보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우울한 관념은 어제오늘에 생긴 게 아니다. 19세기 초 영국 숙련공들이 방적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신기술은 일자리 파괴보다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전기의 발명이 전기·전자산업을 20세기 주요 산업으로 바꿔낸 과정과 비슷하다. 전기산업이 일궈낸 고용 창출은 전기 때문에 사라진 양초업자의 일자리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산업은 마부의 일자리를 초토화했다. 컴퓨터가 등장하면 타이피스트는 사라진다, 버스카드가 등장하면 버스안내양이 사라진다, 세상은 온통 사라지는 것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뿐만 아니라 서비스 업종에서도 신규 업종과 직업들은 계속 생겨난다. 미 노동통계국은 일자리는 끊임없이 부침하면서 앞으로도 연평균 0.5%씩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IoT혁명으로 드론이 나오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면서 각종 엔터테인먼트나 서비스 업종에서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문명이 발달하고 복잡해질수록 노동의 분업은 확대되고, 노동의 분업이 많아질수록 일자리는 늘어난다. 사람들이 착시를 일으키는 이유는 사라지는 일자리와는 달리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의 고도화와 복잡성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만들어낸다. 문제는 마찰적인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럴수록 신속한 교육제도와 유연한 노동시장이 필요해질 뿐이다.




출처 및 저작권: 한국경제시문 -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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