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년간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청정에너지, 우주항공, 의료, 교육, 나노 등의 분야에서 그가 제시한 목표와 이니셔티브는 과학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됐음은 물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기도 했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오바마 대통령이 파퓰러사이언스를 통해 그동안의 성과와 남은 과제, 그리고 괴짜들이 왜 국가 발전에 중요한 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과학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왜 그토록 과학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과학기술은 미국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어 준 원천이다. 유인 달 탐사와 소아마비 백신 개발, 인터넷 발명, 세계 최강의 군사력 등 지금껏 미국이 거둔 무수한 업적들은 혁신적 과학자와 공학자, 엔지니어, 수학자들이 당대의 최대 난제를 풀어줬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때문에 취임연설을 통해 미국의 과학을 다시 한번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이행하고자 노력해왔다. 청정에너지 연구 확대와 기후변화 준비 및 예방 노력 강화, 그리고 제조·바이오의학·전략 컴퓨팅 분야의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 런칭이 그 실례다. 

또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교사를 적극 양성해 모든 아이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쟁력을 습득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했다.

과학에 정통해지는 것은 미국이 지금과 같은 글로벌 선도국가의 입지를 지속 유지할 유일한 길이다. 현 정부의 정책들은 바로 이를 반영하고 있다.

백악관이 내놓은 이니셔티브 가운데 STEM교육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 분야에서 거둔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를 하나 꼽는다면?

자랑스러운 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먼저 대통령 취임 당시와 비교할 때 미국의 공과대학 졸업생 수가 연간 2만5,000명이나 늘었다. 오는 2021년까지 수학과 과학 과목의 교사 10만명을 신규 임용한다는 계획의 달성률도 이미 50%를 넘어섰다.

또한 지금껏 STEM 교육 개선을 위해 10억달러 이상의 민간투자가 이뤄졌고, 많은 대학들은 더 많은 학생들이 STEM분야의 학위를 이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개중에는 성과 측정이나 계량화가 어려운 정책도 있지만 소수인종과 여성을 포함, STEM분야에서 열정을 불태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중요치 않은 정책은 하나도 없다.

백악관의 새로운 전통으로 만든 ‘백악관 사이언스 페어’도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이 경진대회의 우승자들에게 적어도 슈퍼볼 우승팀만큼의 찬사를 보내야 한다. 

젊은이들이 STEM 분야에 열정을 쏟는 것은 그들 자신은 물론 국가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 행정부는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신산업과 사람의 생명을 구할 기술혁신이 미국 땅에서 태동하길 희망한다.

스스로를 과학 괴짜라 생각하나? 만일 그렇다면 어떨 때 그렇게 느끼나?

3년 전 우리 행정부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무기 ‘데스 스타’를 실제로 건설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과 관련해 꽤 자세하고 진지한 이유를 들어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 점을 볼 때 내 자신도 조금은 괴짜다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과학 괴짜라는 말은 일종의 명예로 받아들여진다. 주목할 만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스파이더맨 만화책을 탐닉하고, 스타워즈의 벌컨족 인사법을 나누는 아이를 괴짜라 불렀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새로운 것을 설계해내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난제를 해결해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점에서 현재의 미국이 내가 어렸을 때의 미국보다 더 과학적으로 괴짜스러운 국가가 됐다고 본다. 좋은 일이다.

기술 혁신과 기업가 정신도 강조해왔던 부분이다. 미국 전역을 실리콘 밸리처럼 만들 묘안이 있나?

기술 혁신과 창의적 도전정신에 기반한 기업가 정신은 이미 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 데이터, 3D프린팅 같은 신기술들에 의해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미국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파트너들과 사실상 빛의 속도로 협업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조성 돼 있다.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도출해 전국적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데 지금보다 좋은 시대는 없었다.

물론 행정부는 기업가 정신이 더욱 손쉽게 발현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인종과 성별, 출신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일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예컨대 더 많은 미국인들이 고소득 기술 직업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IT 인력 양성 프로그램 ‘테크하이어 이니셔티브(THI1))’만 해도 작년 3월 시행해 지금까지 35개 주와 시, 카운티로 확대시켰다. 

백악관에서 사상 최초로 스타트업 전시회 ‘데모 데이’와 메이커 운동 확산을 위한 ‘메이커 페어’를 개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지금껏 직접 만나 본 가장 인상 깊은 과학자와 발명가, 사업가 중 일부는 그 분야의 최연소자들이었다. 백악관 사이언스 페어에 작품을 출품했던 엘라나 사이먼의 경우 12세의 나이에 희귀 간암을 극복해내고 자신을 수술했던 의사 중 한 분과 협력해 미 전역에서 자신과 동일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데이터를 수집, 유전자 변이의 유사성을 발견해내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말이다. 우리는 그녀와 같은 사례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더 전문적인 과학 정책 얘기를 해보자. 오바마 행정부의 양대 과학 이니셔티브로 ‘브레인 이니셔티브2)’와 ‘정밀의학 이니셔티브3) ’를 들수 있다. 두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PMI)부터 얘기해보자. 기술과 데이터 정보학, 임상연구의 발전에 힘입어 이미 우리는 한때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질병까지 치료해내고 있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개별 환자에 최적화된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PMI 연구진의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환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만일 우리가 정밀 의학을 제대로 연구해낸다면 더 나은 치료법 개발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

브레인 이니셔티브 역시 최근 제반 연구환경이 조성됐다. 현재 우리는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식별하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연구한다. 하지만 양쪽 귀 사이에 놓인 1.4kg짜리 물체의 미스터리는 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해야만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수백명의 과학자와 수십 개의 대학, 기업, 기관, 조직들이 우리의 도전을 돕고 있다.

정부 주도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동반자이자 보완재로서 민간 우주산업의 발전을 지지한 바 있는데, 우주탐사와 우주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어느 분야를 맡아야 한다고 보나?

앞으로 우주비행사들의 태양계 행성 유인 탐사는 방문이 아닌 거주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인간이 우주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려면 민간분야의 우주 경제(space economy)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런 우주 경제의 성장은 미 항공 우주국(NASA)이 수행하는 비범한 노력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본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의 화물과 인원 수송 같은 임무를 민간 우주기업이 맡아준다면 NASA는 고난도 우주탐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화성 유인탐사나 태양계 행성의 신비를 밝히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

우리가 지구 밖으로 시각을 넓히면 지구에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미 미국 기업들은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 시장의 수익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는 우주경제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성공을 이끌어낸 여러 사례들 가운데 하나다.

화성에 가서 산다면 함께 할 동료로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와 영화 [에이리언]의 엘렌 리플리 중 누구를 고르고 싶은가?

어차피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이 적은 질문이니까, 둘 다 데려가고 싶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고, 시고니 위버가 불청객들을 내쫓아 준다면 내겐 모두 모두 좋은 일이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지 두 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 협약이 20년 후까지 지켜지리라고 생각하나?

파리 협약은 지구 역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내딛은 가장 큰 발걸음이다. 파리 기후변화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에 갔을 때, 나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미래를 열기 위해선 장기간 유지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그런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인들은 이 역사적인 합의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이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청정 에너지 경제로 이행하면 실업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역사상 가장 긴 민간 부문일자리 창출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금 사상 최고 수준이며,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지난 20여년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확실하게 단계를 밟아간다면 더 많은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중국과의 역사적인 공동 발표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적인 발전을 방해했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러한 성취는 우리의 리더십을 따라 야심찬 기후 변화 방지 목표를 세우도록 수십 개국을 고무시켰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기후 변화를 정말로 방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더러있다. 파리 협약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파리 협약을 포함해 세상에 완벽한 약속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파리 협약은 세계가 원하는 장기적인 큰 틀을 제시했다. 이 협약은 지구를 위협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저탄소에 대한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기후변화의 가장 위험한 악영향은 줄어들거나 늦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파리 협약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론 기후 변화를 완전히 막아낼 수 없다. 파리 회담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모두 끝난 것도 절대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 한다. 기술에 투자하고 혁신 기술을 개발해 우리가 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와 과학자, 산업계, 투자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더 많은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이 있는 저탄소의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국들이 5년마다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더욱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STEM 과목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기후 과학에서 세운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문제는 그 자체를 완전히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미국 지구 기후 변화 연구 프로그램(U.S. Global Change Research Program)의 예산을 사수한 이유다.

이 프로그램은 현 상황을 잘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더욱 잘 예측하기 위한 범정부적 계획이다. 덕분에 우리는 위성, 항공기, 선박, 부이(buoys), 지상 관측 시스템 등을 이용해 귀중한 인사이트를 얻었고, 미래 예측에 필요한 모델을 보강할 수 있었다.

현 행정부는 첨단 기후 과학을 지원했을뿐만 아니라, 그 연구 결과를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기후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기후 행동 계획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리고 접속 가능한 기후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해 정부, 기업, 시민들이 기후 변화의 불가피한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미국 의회 안팎에 있는 소수의 기후 변화 반대론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지구의 온도가 가장 높았던 16번 가운데 15번이 21세기 첫 16년 안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2015년이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해였다.

펜타곤은 기후 변화가 다른 나라의 내정을 불안하게 만들어 미국의 국가 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선 산불 철이 길어지고, 그 파괴력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독한 가뭄이 닥치고 있다. 지난해 알래스카에 갔을 때 그곳의 마을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되고 있었다. 마이애미도 밀물 때마다 물에 잠기고 있다.

기후 변화가 사실인가 아닌가의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제 문제는 기후 변화에 맞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물론 이미 너무 늦은 감이 없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 당의 정치인이든 자식과 손자들에게 손쓸 수 없이 망가진 세계를 물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국민의 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후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우리가 한 일을 봐라.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미국을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선도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새로운 자동차 연료 기준을 세웠고, 미국 역사상 그 어떤 행정부보다 풍력 에너지와 태양 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미국의 천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고,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규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성장과 지구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대책을 세울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지구 기온 상승만을 생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두 딸과 언젠가 태어날 손주들을 생각한다. 

햇살을 받으며 야외에서 손주들과 그네놀이를 하는 내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지구를 잘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일에 나 자신이 기여하기를 바라게 된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더 좋고, 안전하고, 번영된 세계를 물려주는 것이다. 그건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다. 나는 대통령으로 7년을 지내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에 추호의 의심도 품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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