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자 전자전시회 ‘CES 2016’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 중국 최대 인터넷TV(IPTV)업체인 ‘러스왕(樂視網·LeTV)’ 부스에 가 본 것은 7일(현지시각) 오전이었다. 

인텔, 삼성, LG, 퀄컴, 보쉬 등 많은 부스를 거치고 온 터라 큰 기대 없이 하얀 천막으로 둘러싸인 부스에 들어섰다. 창업가 자웨팅(賈躍亭)이 9조원대의 중국 부호 15위이며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퓨처’도 설립했다는 정보에 호기심이 발동했을 뿐이었다. 사우스홀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노른자 자리도 아니었다. 

러스왕 부스의 120인치 UHD TV. 전시품 바로 아래에는 쇼핑몰 lemall.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써놓았다./류현정 기자
 러스왕 부스의 120인치 UHD TV. 전시품 바로 아래에는 쇼핑몰 lemall.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써놓았다./류현정 기자

부스 입구 오른편에서 가상현실(VR) 헤드셋 'LeVR COO1'과 'LeVR 1pro'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CES 2016 전체가 VR판이니, 중국 IPTV업체도 VR 헤드셋까지 내놓았구나 싶었다. 이 부스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은 ‘슈퍼 TV uMAX 120’을 보고 난 후였다. 120인치 초고화질(UHD·4K) TV로 3차원(3D) 영상도 지원한다. 

“LeTV가 제공 중인 각종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이 TV를 부스에 가져다 놓은 것입니까?” 기자가 직원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러스왕이 만든 TV입니다. 러스왕의 온라인 쇼핑몰 ‘LeMall’에서 팔고 있습니다.”
직원은 세계 최대 크기의 UHD TV라고 설명했다. 

중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러스왕은 10만개 TV 드라마 에피소드와 5000개 영화 타이틀을 서비스하는 업체다. 하루 페이지뷰가 2억5000만에 달하고 월간 이용자수가 3억5000만명이다. 방대한 사용자를 확보한 러스왕은 이제 무서울 게 없어 보였다. 쇼핑몰 운영으로 유통망도 장악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러스왕 계열사 러스즈신은 중국의 가전업체 TCL미디어 지분 20%를 최근 사들였다. 러스왕의 한자는 즐거울 락(樂)과 볼 시(視), 그물 망(網)이다. 콘텐츠부터 단말기에 이르는 LeTV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이 회사의 야심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러스왕이 TV까지 만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입니다. 사용자들이 LeTV의 콘텐츠를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TV와 스마트폰, VR기기까지 만든 것입니다.”

또다른 전시 제품은 러스왕이 만든 스마트폰 ‘Le Max Pro’였다. 이 제품은 퀄컴 차세대 칩인 ‘스냅드래곤820’을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그동안 러스왕이 만든 스마트폰 종류는 ‘Le1 230’ ‘Le1 Pro 400’ ‘Le Max 465’ 등 3~4개밖에 없다. 그런데도 퀄컴은 차세대 칩의 성능을 과시할 전략폰으로 Le Max Pro를 낙점했다. 

러스왕 CES 부스에서 만난 '충격의 IoT 자전거'

부스 가운데에는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새파란 자동차가 놓여 있었다. 영국 명품차 제조업체 애스턴마틴(Aston Martin)의 세단 ‘라피드 S(Rapide S·사진)’였다. 러스왕은 애스턴마틴과 협력해 ‘커넥티드카(conncected car)’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원색의 이 차는 러스왕처럼 저돌적으로 보였다. 차량에 탑승해보니, 테슬라 전기차 ‘모델S’처럼 큰 액정표시장치(LCD)가 있었다. 

부스 입구 왼쪽 앞에 높인 스포츠 자전거 ‘슈퍼 바이크’는 전시품 중 백미(白眉)였다. 이 자전거는 사람의 동력과 전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다. 콘센트를 꽂아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지만, 라이더(rider)가 페달을 밟아 충전할 수도 있다. 

열쇠는 없다. 지문 센서를 이용해 열거나 스마트폰으로 열 수 있다. 무게는 불과 12kg. “너무 가벼워서 도난당할 것이 우려된다고요?” 직원은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걱정 마십시오. 도난을 당할 경우 자전거가 귀에 따갑도록 알람을 울리고 당신 휴대전화에도 메시지를 보내줄 것입니다.” 

내비게이션, 달린 거리, 평균 속도, 소모한 열량(칼로리) 등을 표시하는 4인치 디스플레이가 보였고 손잡이 밑에는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 있었다. 내장된 워키토키 기능과 마이크폰을 이용하면, 함께 달리는 동료 운전자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 자전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변형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체 자전거 OS를 탑재했다. 

자전거 앞에는 액션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자전거를 탄 운전자는 이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어 LeTV를 통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다. 달릴 때 풍광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세계 최초의 생방송 자전거라는 게 러스왕 직원의 설명이다. 액션 카메라와 센서, 배터리, 건강관리 기능과 생방송 기능까지 러스왕의 자전거는 CES 2016의 트렌드를 한데 모아놓은 전형적인 IoT(사물인터넷) 제품이었다. 

러스왕이 출시한 스포츠 자전거 계기판(위 왼쪽)과 몸체(아래 왼쪽). 기자가 자전거를 시험하고 있는 모습/류현정 기자
 러스왕이 출시한 스포츠 자전거 계기판(위 왼쪽)과 몸체(아래 왼쪽). 기자가 자전거를 시험하고 있는 모습/류현정 기자

CES 2016에서 만난 다수 IoT 제품은 향후 출시될 예정인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 제품은 달랐다.

“이 제품은 언제 나옵니까”
“중국에서 출시돼 6000위안에 팔리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로 따지면 1000달러 정도지요. 미국에도 곧 출시 예정인데, 아직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기획, 설계, 구현한 ‘리얼 IoT’ 의 실체를 제대로 만났다 싶었다. 




출처 및 저작권: 조선비즈 류현정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3/20160113018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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