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작년부터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명운을 걸고 진행하는 사업이어서 조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습니다.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력이 중요한 사업의 특성상 경험이 많은 베테랑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사장과 임원들이 총동원돼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관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연봉이나 교육 등에서 파격적인 제안을 해도 좀처럼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직도 많은 경영자들은 인재 확보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도 채용을 직접 진행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능력이 탁월하고 성과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채용을 진행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구글은 지난 1월 32억 달러를 들여 네스트라는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네스트는 실내 자동 온도 조절 장치 회사입니다. 그런데 구글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는 네스트 인수에 32억 달러를 썼습니다. 한국 돈으로 3조400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습니다. 네스트의 연 매출은 3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페이지 CEO는 매출의 10배에 이르는 값을 주고 네스트를 사들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페이지 CEO가 큰돈을 들여 네스트를 인수한 것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네스트는 구글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사업의 중심축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 5700억 원을 들여 카메라를 만드는 드롭캠이라는 회사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 300여 명을 1인당 100억 원씩 주고 영입한 셈입니다.

구글은 첨단 기술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입니다. 뛰어난 인력이 많을 뿐만 아니라 모으는 능력도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비용을 썼습니다. 페이지 CEO는 인재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인재는 많지 않고 더구나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인재는 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거액 기업 인수의 목적은 인재 확보 

인재를 구하려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이 인재 확보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인재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원이 담당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되는데 이것을 체감하지 못한 것이죠. 사람보다 자본이나 설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재에 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뒤늦게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한 기업인들이 인재 확보에 나서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채용 브랜드의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용 브랜드는 대개 제품 브랜드와 상관관계가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 제품 브랜드는 좋지만 채용 브랜드가 나쁜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성장 발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제품 브랜드에 비해 채용 브랜드가 좋은 기업들은 미래 전망이 밝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은 오래전부터 인재 확보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특별 지시로 핵심 인재 확보를 계열사 사장의 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계열사마다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고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담팀이 세계 주요 지역을 돌며 인재 사냥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재 확보 성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 부진이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삼성의 인재 확보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삼성이 한국 인재만 갖고 사업을 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한국 인재만으론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에 약한 한국 인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글로벌 차원에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삼성의 채용 브랜드가 인재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죠. 삼성의 채용 브랜드는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글래스도어(Glassdoor)라는 사이트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미국의 직장인들이 재직했던 직장을 평가하는 곳입니다. 

‘글래스도어’의 신랄한 삼성전자 평가

이 사이트는 지난해 가장 일하고 싶은 세계 100대 기업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페이스북(4.6)이었습니다. 구글(4.3)·애플(3.8)·마이크로소프트(3.7)가 뒤를 이었습니다. 100대 기업의 평균 점수는 3.6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의 평점은 2.7이었습니다. 리뷰가 10개 미만인 7개 기업을 제외하면 92위였어요. 사실상 꼴찌였습니다. 100대 기업 중 유일하게 평점이 3.0을 밑돌았죠. 

이 사이트에 올라 있는 평가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 채용 브랜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가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군대처럼 명령에 따라 일한다’, ‘일과 휴가의 균형? 최악이다’, ‘한국 사람들끼리 다 해 먹는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소리 지르는 일은 다반사다’, ‘상사가 무례하고 폭력적이다’, ‘당신은 노예 취급을 받을 것’이라는 평까지 실려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미국 유명 MBA 출신 등 고급 인력들이 직장을 지원할 때 참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이런 평가를 보고 나서도 입사 지원을 할까요.

삼성의 제품 브랜드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동남아나 중국·남미·아프리카 같은 후발 개도국뿐만 아니라 선진 공업국 시장에서도 삼성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마트폰·TV·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제품은 고성능·첨단·고가의 이미지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채용 브랜드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사람들이 그 기업의 제품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귀하의 회사도 삼성전자처럼 채용 브랜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게다가 어렵게 영입한 직원들이 쉽게 떠나면 조직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맙니다.

채용 브랜드를 단시일에 끌어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연봉이나 근무 조건은 물론이고 조직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기업 문화까지 개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채용 브랜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재 확보와 유지가 힘들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지금부터 채용 브랜드 개선을 시작하기 바랍니다. 재직하고 있는 직원은 물론이고 퇴직한 직원과 거래 회사 관계자들까지 폭넓게 조사해 문제점을 파악해 보세요. 그다음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세요. 너무 거창한 작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왜냐하면 직원들은 회사가 이런 개선 작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갖게 되고 자발적으로 개선 작업에 참여할 테니까요.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50&aid=0000034594&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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