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콜먼 버즈피드 사장이 말하는 '무서운 성장 비결'

2014년 4월.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 뉴욕타임스지(紙)는 '혁신 보고서'를 내면서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로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Buzzfeed)를 언급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디어 업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버즈피드가 순식간에 세계적 언론사의 라이벌로 떠오른 것이다. 게다가 2013년 이미 트래픽(방문 독자 수)에선 뉴욕타임스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레그 콜먼 버즈피드 사장이 말하는 '무서운 성장 비결'

그래도 버즈피드란 이름이 낯설다면, 이건 어떨까. '죽기 전 꼭 먹어야 할 10가지 음식' '이별을 극복하는 12가지 비법'…. 이처럼 '~하는 ~가지 방법' 같은 스타일의 기사는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하다. 이게 바로 버즈피드가 선도적으로 유행시킨 '리스티클('목록'을 뜻하는 영어 'list'와 기사를 뜻하는 'article'의 합성어)' 뉴스다. 요즘엔 뉴욕타임스·타임 등 전통의 유명 미디어도 따라 한다.

그레그 콜먼 버즈피드 사장이 말하는 '무서운 성장 비결'

여전히 생소하다면 이 기사를 보자. 지난해 초 '드레스 게이트'란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전 세계를 들썩였던 '파검(파랑+검정)·흰금(흰색+금색)' 드레스 논쟁. 분명 같은 옷인데도 보는 이에 따라 색상이 달리 보이는 현상에 친구든, 가족끼리든, 서로 목소리를 높였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개인 홈페이지에 있던 사진을 재빨리 온라인 투표에 부쳐 논란을 증폭시켰던 매체가 바로 버즈피드다. 그 기사는 3887만명이 넘는 기록적인 뷰(view)를 달성했다.

가십성 오락 매체라 치부하기에 버즈피드의 위력은 남다르다. 월평균 순방문자(UV)는 2억5000만명에 이르고, 한 달간 콘텐츠 조회 수는 얼마 전 50억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2월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에 성공했다. 한발 더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셀카봉을 들고 이런저런 표정을 선보이는 단독 동영상도 찍었다. 건강보험개혁법인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으로 공개 당일에만 2000만명 넘게 봤다. CNN·블룸버그 등은 당시 "버즈피드 같은 비전통·디지털 매체에 손을 내민 건 백악관 미디어 전략의 노선 변화를 보여준다"며 "젊은 층을 타깃으로 지지도를 더 얻고자 하는 방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증명하듯 버즈피드는 한달 뒤인 지난해 3월 겨우 49석뿐인 백악관 브리핑실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기업 가치로는 전통 미디어의 위상을 위협하고도 남는다. 2014년 8월 실리콘 밸리의 유명 투자회사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5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50억원)를 투자받아 화제를 모으더니 지난해 8월엔 NBC 유니버설에서 2억달러(약 26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일궈냈다. 기술 전문 매체 '리코드(Re/code)'는 버즈피드의 기업 가치를 15억달러(약 1조8160억원)로 평가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한 금액 13억달러를 넘어선 숫자다. 2006년 창업자 겸 CEO인 조나 페레티(Peretti·42)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직원 5명과 '콘텐츠 확산 경로' 연구를 위한 작은 실험실로 만들었던 스타트업이 현재 전 세계 10개국, 직원 수 1300여 명에 달하는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자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회사)'으로 성장한 것이다.

위클리비즈는 최근 뉴욕 버즈피드 본사에서 그레그 콜먼(Coleman·59) 사장(president)을 만나 그 성공 비결을 들었다. 그는 1990년대 리더스 다이제스트지(誌) 편집장과 부사장을 지낸 뒤 야후 글로벌 세일즈 디렉터, AOL 부사장, 허핑턴포스트 사장 등을 거쳤다. 허핑턴포스트에 이어 버즈피드를 창업한 페레티와 함께 '허핑턴포스트 마피아(마피아란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요 획을 그은 이들을 일컬음)'로 불리는 인물 중 하나다.

그레그 콜먼 버즈피드 사장이 말하는 '무서운 성장 비결'

―10년도 안 돼 세계적인 전통 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비결은 무언가.
"무엇보다도(first and foremost·그는 이 말을 세 번이나 반복했다) 우린 테크놀로지 회사다. 최고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보는지 파악해 거기에 맞춰 콘텐츠를 내놓는다. 이런 점에서 우린 참 재밌는 회사다. 하루에도 여러 매체가 나고 사라진다. 눈길 끄는 매체도 분명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콘텐츠 소비에 대한 정확한 측정, 즉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공유하며, 어떤 피드백을 내놓는지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없으면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가장 위에는, 에디터들이 있다. 현재 250명쯤 있는데, 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아는 이들이다. 최상의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가장 큰 무기이고, 이를 통해 적합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둘째 무기다."


―테크놀로지 회사라고 강조했지만 보통 미디어 회사로 받아들인다. 독자들과 하는 소통이란 어떤 방식인가.
"밀레니얼(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의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린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60%를 열혈 독자로 확보했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전통적인, 주류 언론사 기자들에겐 쉬운 일은 아니다.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매체를 원하는 게 아니다."

―독자 반응을 정확히 어떻게 아는가. 클릭 수, 댓글 확인으로는 부족할 텐데….
"기술 팀이 현재 175명 정도 있는데, 그중 피드백 그룹이 있다. 에디터들이 콘텐츠를 관리할 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데이터를 풀어준다. 기사의 공유·확산 여부 등을 바로 체크해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당신이 빨리 변하는 걸 좋아하면 이곳은 파라다이스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삶은 진정 비참할 것이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면 24시간도 모자랄 것 같다.
"원래 잘되는 회사는 직원들이 더 신나서 일에 매진하려 한다.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선, 정말 좋은 인력이 제때에 제대로 된 장소에서 열의를 가지고 뭉쳐야 한다. 우리에겐 스타 에디터와 스타 디벨로퍼(개발자)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을 혁파(디스럽트·disrupt)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빠르게 사회 변화를 주시하고, 6개월 정도 추이를 보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빠르게 파악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자기 계발도 수시로 해야 한다. 재밌는 일이지만, 정말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그는 버즈피드가 많은 트래픽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로 '외부 분산'과 '맞춤형 기사 전달'을 강조했다. 홈페이지보다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 더 많은 기사를 공급한다. 특히 데이터 분석 전문가 다오 응우옌(Nguyen)이 개발한 '파운드'(POUND·Process for Optimizing and Understanding Network Diffusion)가 숨은 무기다.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어떻게 확산시키고 공유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기사를 더 좋아하는지 파악하는 분석 도구다. 초당 1만개 이상 사용자 행동을 분석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취향에 맞는 기사를 먼저 보여주거나, 같은 기사라도 서로 다른 사진·동영상을 보여주며 '맞춤형' 흥미를 이끈다.

'드레스 색깔 논쟁'도 파운드가 일군 작품이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퍼지는 경로를 파악하고 유저의 기존 성향을 분석해 소비자들이 더 좋아할 만한 기사를 계속 생산했다. 과학팀과 문화팀, 버즈팀(가십성) 등을 동원해 '안과 의사, 뇌 전문가의 과학적 분석' '연예인 원앙 부부도 갈라졌다' 같은 다양한 출처의 기사를 40건 넘게 내보냈고, 5000만 건 이상 공유됐다. 그는 "아침에 분명 이 기사를 보고 바다 건너편 유럽으로 출장을 왔는데, 내리자마자 간 식당 옆자리에서 사람들이 '드레스 색깔 뭐야'라고 논쟁하는 걸 보면서 '세상에나!' 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파운드' 기술은 특허로 이어졌고, 다오 응우옌은 테크놀로지 전문가 출신으로는 흔치 않게 '발행인(publisher)' 자리에 올랐다.


―너무 연성 뉴스만 생산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 비판을 누가 하는가? 아마 저널리스트들이 할 수도 있는데, 우린 저널리스트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독자를 위해서 일한다. 독자를 위해 수천 글자가 넘는 호흡 긴 이야기도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시리아 내전부터 동성애, 인종차별 등 뉴스가 있는 곳에 버즈피드가 있다. 한 달에 50억뷰가 넘는데 독자들이 가벼운 뉴스만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우리에겐 어마어마한 자원이 있다. 2012년 유명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의 특종 기자였던 벤 스미스를 편집장으로 데려왔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 단독 인터뷰도 해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마크 슈프츠가 탐사보도팀장을 맡고 있고, 9·11 테러, 후세인 사망 등 대형 사건 취재 전문인 리사 토치 뉴욕타임스 기자가 2년 전 뉴스 디렉터로 합류했다. 우린 독자의 힘을 믿는다. 독자 수가 많아지면, 힘을 얻고, 이는 강력한 영향으로 이어진다."

버즈피드 사무실 / 버즈피드 제공
 버즈피드 사무실 / 버즈피드 제공

IT 전문 사이트 스트레이트체리(Stratechery.com)의 벤 톰슨 대표는 "왜 버즈피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사인가"라는 글에서 한 일화를 공개했다. "뉴욕타임스가 1면 지면 회의를 없애는 대신 홈페이지 상단에 올릴 기사를 고르는 중요한 회의가 생겼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가 창궐한 생생한 뉴스를 단독 보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거다!'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한마디. '버즈피드 기자가 거기에 있는데요.' 침묵이 흘렀다."

콜먼 사장은 오바마 대통령 단독 인터뷰가 버즈피드의 영향력을 높이기도 했지만, 버즈피드 자체로도 굉장한 실험을 하는 분기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버즈피드 모션 픽처스'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강화한다는 선전포고라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선 동영상 제작 강화를 위해 드론·VR(가상현실) 등을 연구하는 '오픈랩'을 최근 선보이기도 했다.

―왜 동영상인가.
"50억뷰 중에 절반은 동영상에서 나온다. 2년 전만 해도 10분의 1 수준이었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우린 페이스북·트위터·바인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맞춘 동영상도 따로 만든다. 스냅챗(모바일 채팅 사이트)을 위해 7초짜리 동영상도 만들고, 30초짜리, 때로는 2분짜리도 만든다. 현재 10분에서 30분짜리 긴 작품도 실험 중이다. LA 모션 픽처스 스튜디오엔 200명이 넘는 직원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동영상이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동영상에서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이 2014년만 해도 전체의 7%뿐이었는데, 2015년에는 35%에 달했다(버즈피드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 수입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자들 역시 '모바일 퍼스트' 전략과 '동영상 강화'에 맞춰 수시로 교육받는다. 기사 출고 직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가장 적합하게 디자인됐는지 미리 보기를 하고, 실시간 동영상 앱인 페리스코프(periscope) 같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기사에 끼워넣는다. 미래의 디즈니를 원한다는 뉴스도 흘러나왔다. 조나 페레티 창업자는 최근 동영상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영화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직원 수가 적으면 빨리빨리 움직이겠지만 몸집이 커지면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린 가볍다. 전통 미디어의 편집국 회의 같은 것도 없다. 소수가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스프린트' 회의 정도뿐이다. '해커톤(hackathon·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짧은 시간 모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현실화하는 소통 극대화 미팅)' 스타일이다. 현재 주력으로 내세우는 음식 카테고리를 보면 1년 전만 해도 우리 레이더망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5개월 만에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음식 동영상에 몰리는 걸 발견했다. 재빨리 음식 쪽 콘텐츠 생산에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지금 숫자를 확인해볼까? 지난밤 12시간 동안 4300만명이 공유했다. 단 12시간 만에!"

―일종의 조직 개편인데, 이러한 결정은 대체 누가 하는가. CEO? 편집장?
"누가 하기는! 데이터가 한다! 데이터!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일한다. 출발도 미디어 실험실이었고, 여전히 우리의 많은 팀은 실험실 형태다. 한 실험실이 커지면 충원하고, 다른 게 뜨면 또 헤쳐 모인다. 지금은 푸드에 이어 건강,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동영상 중엔 뷰티·패션이 뜨고 있다. 기존 미디어가 하던 방식대로, 사람들이 책상에 빙 둘러앉아 뭐 할지 의논하고 검색하고 이럴 시간이 없다. 계속 실험해보고, 반응 있다 싶으면 정말 빨리 움직인다."


―버즈피드 코리아도 곧 설립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 에디터도 채용 중이다.

"아직 공식화할 단계는 아니다. 이미 버즈피드는 한국 카카오톡에 일부 동영상을 공급하고 있다. 콘텐츠의 현지화를 실험하려는 중이다. 서울 사무실 설립 등 어떤 구체적 계획도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서울은 언제나 우리의 목표 도시였다."

―실험실 정신은 흥미롭지만 오히려 전략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넥스트 트렌드'는 무엇인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무기, 데이터가 있지 않은가. 3~4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겐 기자들이 없었다. 그냥 고양이 '움짤(움직이는 사진)' 사이트 수준이었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구호 중 하나는 '실험하고 배우라(test & learn)'다. 테스트&런, 테스트&런, 테스트&런! 실패하면? 실패에서도 배운다. 좀 더 말하면 우리의 트렌드는 바로 독자고, 독자를 잃는 회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렌드는 독자에서 나온다."




출처 및 저작권- 조선비즈 최보윤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15/20160115017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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