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브랜드의 이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SPA 라고 불리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어느 번화가를 가도 SPA 브랜드의 매장을 볼 수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에게 빠르고 저렴한 상품을 내세우는 이들 브랜드는 꽤나 반가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행에 맞춘 빠른 생산, 빠른 소비는 대량의 재고와 폐기물을 남긴다. 이 재고와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환경적 문제들을 생각해도 과연 이 브랜드들을 반길 수 있을까?

의류의 재고와 폐기에 관한 문제는 현대 사회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고 현재까지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해결 방법이라 꼽히는 길이 있다. 버려진 물품을 다시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걸음 나아가 폐기물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하는, 업사이클링이다. 혹시 버려지는 물건이나 재고 의류로 만들어서 꺼림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혹은 재활용이라는 게 구질구질하다고 느껴진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국내외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보자. 편견은 곧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지름신이 자리잡을 테니까.



전세계가 사랑하는 트럭 방수포 가방, 프라이탁(FREITAG)



프라이탁 가방 사진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브랜드를 들어봤을 법하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프라이탁(FREITAG)은 오늘날 많은 셀러브리티들과 패션 피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도 꼽히는 이 브랜드는 가방이나 지갑과 같은 소품류를 주로 제작하는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이 특징이다. 그리고 그 독특한 디자인은 제품의 소재로 사용된 트럭 방수포에서 비롯된다.



트럭 방수포 사진



1993년, 취리히의 그래픽 디자이너 프라이탁 형제는 비가 오는 날에도 내용물이 젖지 않는 방수 자전거 가방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가방의 소재를 고민하던 어느 날, 문득 지나가는 트럭을 보며 버려지는 트럭의 방수포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면 멋지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방수포를 재단해 가방을, 버려지는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끈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유명한 프라이탁이 되었다. 프라이탁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친환경적인 특성은 착한 소비, 독특한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원단 자체를 폐기물에서 얻기 때문에 동일한 제품을 대량생산 할 수 없다는 점이 각각의 가방에 개성과 희소성을 부여했다. 현재 프라이탁은 전 세계 300여 점포를 운영하는 대형 업체로 성장했으며 국내에도 이태원, 홍대 등에 매장이 있다.


핀란드 대표 업사이클링 기업, 글로베 호프(GLOBE HOPE)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라이탁과 함께 업사이클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핀란드의 글로베 호프(GLOBE HOPE)다. 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의 사람들은 부유한 국가 이미지와는 달리 물건을 아끼고 교환하고 재활용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 헬싱키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수많은 중고품 상점이나 빈티지 샵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핀란드의 전통에 감성과 디자인을 더해 특별한 상품을 제작하는 핀란드의 대표적 업사이클링 기업이 바로 글로베 호프이다.



글로베 호프 옷 사진



글로베 호프는 다양한 재활용 재료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큰 특징. 소비자들 역시 그 점을 사랑한다. 글로베 호프는 군용품에서부터 자동차 안전벨트, 현수막, 방수포, 헌 옷, 그리고 배의 돛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소재를 이용한다. 제품군 역시 모자, 의류, 소품류, 쥬얼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글로베 호프 제품 사진


친환경적인 특징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의 제품은 매력적이다. 북유럽의 감성이 두드러지는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제품의 내구성, 그리고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제작할 수 없기에 생기는 희소성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포인트는 많다. 윤리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려는 노력 역시 글로베 호프의 성공 요인이다. 제아무리 업사이클링 기업이라도, 노동력 착취, 환경 오염와 같은 비윤리적 과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면 결코 착한 기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거래하고, 공정하게 노동력을 취하며, 제작 과정을 최소화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이들의 제품은 분명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물건이다.


한국에도 업사이클링 선수가 있다, 래;코드(Re;code)

그렇다면 이런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를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리블랭크, 터치포굿, 에코파티메아리 등 쟁쟁한 업사이클링 업체가 국내에서 활동 중이다. 그 중에서도 독특한 영업 방식과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는 기업한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2012년, 코오롱은 재고의 재창조를 추구하는 브랜드 래;코드를 런칭했다. 일반적으로 의류는 팔리지 않은 채 3년이 지나면 소각 처리된다. 이렇게 소각되는 의류는 연간 40억 원 규모. 캠브리지, 시리즈, 커스텀멜로우 등의 쟁쟁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코오롱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소각 대신에 재고를 해체, 조립하여 재창조하는 새로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코오롱 소속 디자이너와 독립 디자이너, 봉제 전문가, 장애인 단체 굿윌스토어 등의 협업으로 탄생한 래;코드는 현재 국내외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래코드 제품 사진



래;코드의 제품은 계열사의 재고 소재를 이용한 ‘Inventory Collection’, 군에서 사용되던 물품이나 일부 불량이 되어 소비하지 못한 군용품 재고 등을 이용한 ‘Millitary Collection’, 그리고 자동차의 용품의 폐기물이나 재고를 이용한 ‘Industrial Collection’의 세 라인으로 구성된다. 제품은 전반적으로 디자이너 개개인의 창조적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평범하고 격식을 갖춘 디자인이 적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래;코드는 다른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달리 코오롱이라는 대기업 자본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혹시 상업성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도 있다. 자본과 다양한 홍보수단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업사이클링 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어찌됐건, 사회를 주도하는 대기업이 착한 생산과 착한 소비에 관심을 두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래;코드의 급속한 성장과 해외에서의 성공은 대중에게 업사이클링을 알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대기업의 힘은 업사이클링 분야 전체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을 높이는데 계속해서 여러모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 



업사이클링, 과연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업사이클링, 좋긴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도 있다. 먼저 위생과 청결이다. 다행히 업사이클링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의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각자의 노하우로 청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예컨대 프라이탁은 소재로 사용하는 방수포가 산성비, 배기가스로 인해 오염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회사 내에 세탁 전문팀과 소재 세탁 전용의 세탁기를 구비하고 있다. 이들은 전용 세척제와 빗물을 이용해 방수포를 세척, 건조하여 소재로 사용하기 전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 또 다른 의문은 가격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의외로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소재만 재활용품을 사용할 뿐, 디자인과 제작의 과정은 일반 의류와 똑같거나, 소재 세척, 분해 등의 작업이 추가되어 오히려 더 복잡하다. 또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어 제작 단순화, 기계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어렵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희소성,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과정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격은 결코 과하지 않다.



프라이탁 세탁 사진



바야흐로 봄이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옷장 정리를 시작해보자. 옷장 한 켠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많은 옷들이 밖으로 나올 것이다. 산업사회에 들어선 이후로 패션과 디자인은 환경과 등을 돌리고 생존해왔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자 하는 패션계 자정의 움직임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록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활동은 늘어날 것이다.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지닌 소중한 씨앗이다. 이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 그리고 소중히 지켜내기 위해서 한번쯤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입해보는 건 어떨까? 세상을 위한 소비를 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제품의 가치와 이야기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멋지고 희소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덤이다.



출처: http://www.benefit.is/17704

출처; mages courtesy of freitag.ch / globehope.com / re-c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