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앱, 배달주문앱 등 스마트폰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받아 오프라인으로 해결해 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진화해 가고 있다. 음식 배달과 교통수단부터 배송·물류, 가사, 숙박서비스까지 나오는 등 점점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도 등장했다. 청소도우미들을 직접 교육하고, 유니폼에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문구를 써 넣었다. 타업체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와홈은 내년 서비스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이웅희 와홈 대표를 만나봤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 ‘와홈’의 청소도우미 어머니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뒤에 써져 있는 문구다. 고급 호텔 서비스도 아니고 가정 청소서비스 도우미 어머니들의 유니폼도 색다른데 거기에 이같은 문구를 써 넣은 것이다. 이웅희 와홈 대표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청소도우미하면 ‘파출부’라고 하면서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처음부터 단순히 청소만 하는 업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청소도우미에 대한 인식개선을 하면서 사업 기회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홈은 ‘우리집으로 와’, ‘와! 감탄사가 나오는 집’의 줄임말이다. 지난해 11월 처음 강남3구(강남·서초·
송파)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와홈은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 업체다. 사실 와홈의 이웅희 대표는 모건스탠리 홍콩지사, 벤처캐피탈 투자회사에서 잘나가던 뱅커였다. 그런 그가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벌인 사업이 청소대행서비스업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대행업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고 포화상태로 평가 받는 상황인데, 이웅희 대표는 와홈에서 무엇을 봤을까. 그리고 와홈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홍콩의 잘나가는 뱅커, 도전을 선택하다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꿈꿨다는 이웅희 대표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홍콩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 대표는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꿈밖에 없는 상태에서 바로 사업을 하기보다는 먼저 세상을 배우기 위해 투자은행에 입사했다며, 뱅커로 일하면서 여러 지역, 다양한 분야, 많은 기업을 커버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모건스탠리 자본시장팀은 사업을 꿈꾸는 이 대표에게 맞춤형 옷과 같았다. 고객의 절반이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주 고객인 공기업, 타은행, 글로벌 기업들은 그에게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주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뒤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자문회사 경향이 강한 은행에서 4년이 지나고 난 뒤 투자자 입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싶은 욕구가 쏟아져 나왔고, 그즈음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헤드였던 가브리엘 퐁이 벤처캐피탈 회사를 차렸다. 이 대표는 고민없이 바로 가브리엘 퐁이 차린 벤처캐피탈 회사로 적을 옮기게 된다. 이 벤처캐피탈에서의 경험이 이웅희 대표가 스타트업 사업을 시작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웅희 대표는 “벤처캐피탈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전역, 호주에 있는 벤처업체들을 만나게 됐고, 어느
회사에 투자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인큐베이팅으로 경영에도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벤처투자회사에서 그가 담당했던 벤처기업 가운데 하나가 ‘고고밴’(Gogovan)이다. 개인 배송부터 기업배송, 서류부터 화물까지, 다양한 물품 배송을 위해 적절한 차량의 운전기사를 고객과 연결시켜 주는 서비스다. 2013년 홍콩에서 시작한 고고밴은 대만, 싱가폴을 거쳐 이제 막 우리나라에도 진출했다.

고고밴에서 영감을 얻은 이 대표는 이제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모험적인 일을 해보자며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플랫폼을 구상한 이 대표는 이를 청소대행업에 접목시켰고 와홈이 탄생했다.

 

 

1시간에 9,900원, “편히 쉬세요, 청소는 와홈이 할게요”

 

지난해 11월에 시작해 막 1년차로 아직 강남3구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 베타서비스지만 반응은 폭발적이다. 매주 500건 정도의 수요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주기적으로 1주일에 한번 이상 와홈을 이용하는 고정 고객이 120명 정도다. 시간당 9,900원(부가세 별도)으로 저렴한 가격도 구현했다. 헬퍼도 꾸준히 늘어 현재 380명 정도가 와홈에 등록돼 일하고 있다.

 

사용의 편리성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두가지로 구분했다. 헬퍼라 지칭하는 청소도우미용, 유저라고 부르는 와홈을 이용하는 고객용이 그것.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집으로 헬퍼를 요청하면 청소도우미들 폰으로 알람이 전송된다. 그러면 이를 승낙한 헬퍼가 고객의 집으로 방문해 청소를 해주는 방식이다. 고객들은 직관적인 UI로 꾸며진 앱화면 덕에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청소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앱으로 결제를 완료하기 때문에 청소하러 방문한 헬퍼와의 직접적인 돈 거래도 없어 부담이 적다. 여기에 더해 한번 집에 왔던 헬퍼는 지정해서 요청할 수도 있다. 청소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한번 방문했던 헬퍼들의 정보가 뜨고 여기서 원하는 헬퍼를 지정해 서로 스케줄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단순한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 NO!

 

그럼 와홈은 단순히 청소도우미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서비스에 불과한 것일까? 이웅희 대표는 “아니다, 이 부분이 바로 다른 O2O 서비스와의 차이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플랫폼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고, 특히 이 업종은 신뢰, 청소퀄리티가 보장이 돼야 한다”면서 “사무실 근처에 아파트를 잡아 놓고 전문적인 헬퍼 교육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한 시간에 9,900원으로 저렴하지만 청소의 질은 웬만한 호텔급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콘래드호텔 하우스키핑 지배인, 그랜드하얏트 하우스키핑 소장 출신의 전문트레이너를 영입했다. 헬퍼로 등록을 원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경력에 따라 1번만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게는 5회 이상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내용도 청소교육만이 아닌, 이론·서비스마인드 등의 교육이 더해진다. 단순히 연결만 시켜 주는 타 서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관리대상은 헬퍼만이 아니다. 주기적인 고객도 관리해 원하는 헬퍼와의 연결, 교체 등 적극적으로 서비스 한다.


“O2O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은 어떻게 보면 케이크 위에 아이싱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밑에 있는 빵
이 더 중요한 거잖아요. 빵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고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꾸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싱이 아무리 좋아도 빵이 맛이 없다면 사람들은 먹지 않죠.”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

와홈 헬퍼들의 유니폼 뒷면에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어머니입니다’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파출부, 가정부’라는 이름의 어머니들이 잡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고, 실제적으로 모두 홀대를 받아 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가정부는 전문직업인으로 대우받는다. 가정부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남은 시간 공백을 활용하고자 가정부로 일하는 중년여성도 많다. 가정부를 천한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정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대우한다.


이웅희 대표는 “어릴 때부터 만약 사업을 하게 되면 뭔가 철학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면서 “사업기획 단계에서 시장조사를 하면서 청소도우미 어머니들이 홀대를 받고 처우도 열악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를 하면서 이웅희 대표는 청소도우미 어머니 300분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충격을 받은 이 대표는 이를 개선해가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젊은 분들이 하녀 대하듯이 하대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일하는 환경도 업체에 월회비조로 일정 돈을 내고 아침 7시에 낡은 사무실에 출근해, 다행히 전화가 오면 일을 받아서 나갈 수 있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대기만 하다가 4~5시에 퇴근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클린맘’에서 ‘와홈’까지

이웅희 대표는 포화상태 같이 보이던 청소업계를 본 게 아니라 가장 아래 포진한 공급자인 청소도우미들을 바라봤다. 열악한 환경에 낮은 사회적 인식을 느낀 이웅희 대표는 먼저 ‘클린맘’이라는 청소용역 법인을 차린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법인을 만들고 지역 부동산을 돌면서 명함을 뿌렸다”면서 “거의 반값에 일을 받았다. 개선하려면 직접 몸으로 하는 경험만큼 좋은게 없지 않냐”고 말했다.

 

직접 경험해 본 청소에 대해서는 웃으며 청소가 이렇게 힘든 줄은 처음 알았다면서 진짜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탄생한 와홈도 쉽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기존 가사도우미 시장으로 들어가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1인 가구를 타겟으로 시작했지만 바로 벽에 부딪쳤다. 고객조사를 간과한 것이다. 1인 가구는 청소도우미를 잘 쓰지 않을뿐더러 방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상황에서만 부르다 보니 헬퍼들이 가기를 꺼려한 것이다.

 

이웅희 대표는 “한달 동안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다 고객조사를 간과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바로 실수를 깨닫고 고객들의 성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청소도우미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1천명을 조사했다. 예상외로 어린 애가 있거나 아니면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조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고객들 입장에서의 다양한 목소리가 와홈에 반영되게 된다.

“예상외로 꾸준히 청소도우미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20%만 현재 도우미들에게 만족한다고 답하셨어요. 그 이유까지 꼼꼼히 분석해서 저희 시스템에 반영했죠. 그렇게 와홈의 헬퍼용, 유저용 애플리케이션이 최종 완성됐습니다.”

 

와홈의 미래, 전문적인 홈케어 서비스업체로

 

고객과 헬퍼를 모두 만족시킨 와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재 와홈은 매주 20%, 매달 100% 씩 성장을 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1주에 1천건의 주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경기도는 분당구, 서울은 용산구까지 확대할 계획이었는데 이마저도 연기시켰다. 강남3구만 해도 수요가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저도 헬퍼도 만족해하는 게 점점 보여요. 수요와 공급을 똑같이 맞춰야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공급만 많아서 ‘왜 이렇게 일이 없냐’ 불평도 많으셨는데 지금은 아주 좋아하세요. 당연히 와홈을 사용하시는 분들 위주이기는 하지만 헬퍼에 대한 인식개선도 점차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와홈이 시작된 지 이제 1년. 아직은 모든 수익을 헬퍼들에게 지급하고 있어 매출은 늘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헬퍼 일을 하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웅희 대표와 와홈의 지향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와홈의 가능성 하나만을 가지고 개인·기관 투자자들에게 1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받았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와홈은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청소를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지만 이제는 본인도 한청소 한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 대표는 “청소도우미 연결서비스로 시작한 와홈은 앞으로 인테리어·조명·조경·세탁 등 전문적인 홈케어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로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를 하면서 청소도우미에 대한 인식개선까지 힘쓰며 강남3구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웅희 대표의 섬세함은 고객뿐만 아니라 청소도우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서울전역으로 확대되는 내년 1분기, 더 나아가 홈케어서비스까지 펼칠 와홈이 일으킬 바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출처: 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145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