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샤오미' 돌풍
애플처럼 전 제작 과정 아웃소싱
시설 투자비 적고 물량 조절 쉬워

샤오미 레이쥔 최고경영자가 신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제품 디자인, 마케팅 전략은 물론 프레젠테이션까지 흉내 낸다 해서 ‘레이 잡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중앙포토]

지난달 말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샤오미(小米·좁쌀) 본사의 체험관은 중국 곳곳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최신 전략폰인 ‘Mi4’, 태블릿인 ‘Mi패드’는 물론 헤드폰·외장하드·스피커 등 다양한 샤오미 제품을 살펴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스스로 ‘미펀(米粉·샤오미의 팬이라는 뜻)’을 자처한 왕펑(24)은 “샤오미는 언젠가 삼성·애플을 뛰어넘는 중국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 1층 로비에 마련된 대형 TV에서는 샤오미를 응원하는 각양각색의 메시지가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세계 곳곳의 미펀이 보내 온 영상들을 편집한 것이다. 샤오미 측은 “이런 미펀이 900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펀은 한국에도 있다. 팬택의 ‘베가 넘버6’를 사용하는 김모(29)씨는 기본 탑재됐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닌 샤오미의 MIUI를 운영체제(OS)로 사용한다.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독자적으로 개량한 OS다. 중국 OS이지만 한글화 작업으로 메뉴는 한글로 표시되고, 카카오톡 같은 국내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 

 MIUI는 26개 언어 버전이 나와 있으며 전 세계 이용자가 7000만 명이 넘는다. 실제 MIUI 웹사이트 포럼에는 MIUI를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자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샤오미는 이들의 의견을 취합해 일주일에 한 번씩 OS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 샤오미의 질주가 무섭다. 첫 스마트폰을 내놓은 지 3년여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에 올랐다. 중국 3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지칭하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에 샤오미가 더해져 4대 IT 기업을 뜻하는 ‘TABX’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샤오미 돌풍의 이유는 간단하다. 값싸고 품질 좋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디자인에 삼성전자 갤럭시 못지않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만들면서도 가격은 이들의 반값 이하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첫 출시 때부터 1999위안(약 33만원)을 고수한다.

 이는 애플·아마존·델 등 글로벌 기업의 성공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했기에 가능했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제작 전 과정을 아웃소싱으로 진행한다.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작고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아마존에서 배웠다. 또 델처럼 선 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에 제한된 판매물량만 내놓는 이른바 ‘헝거(hunger)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하지만 ‘짝퉁 애플’ 취급을 받던 샤오미가 단시간에 애플·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기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샤오미의 ‘비밀병기’로 소프트웨어(SW) 기술력과 900만 명에 달하는 ‘미펀’을 꼽는다.

중국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샤오미 본사. 로고 ‘MI’는 Mobile Internet의 약자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것 같지만 샤오미는 스스로 ‘모바일인터넷 회사’라고 소개할 정도로 태생부터가 SW 기업이다. 첫 제품도 스마트폰이 아닌 OS인 MIUI였다.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과 빈린 모두 SW 전문가다. 주요 경영진 9명 중 7명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했다.

 유진투자증권 윤혁진 연구원은 “샤오미의 진짜 경쟁력은 바로 SW”라며 “부품 종류에 따라 유연하게 SW를 설계하고 최적화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사양 하드웨어에서도 성능·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오미의 SW 파워가 집약된 것이 바로 MIUI다. 안드로이드 폰에 애플스러운 환경(사용자경험·UX)을 만들었다. 자체 OS를 갖게 됨으로써 샤오미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 아닌 자체 앱스토어를 구축, 독자적인 생태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도 하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셈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플러리에 따르면 샤오미 이용자는 아이폰 이용자에 비해 7% 더 많은 시간 앱을 이용한다. 삼성전자 이용자는 되레 14%가 적다. 윤 연구원은 “단말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존 스마트폰업체와 달리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자사 콘텐트를 판매하는 채널로 보고 있다”며 “저가의 스마트폰으로 사용자기반을 넓힌 뒤 SW·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펀이라 불리는 충성도 높은 고객도 큰 자산이다. 샤오미는 TV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 덕분에 전체 매출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대신 샤오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MIUI의 업데이트 과정이 그렇다. 이용자는 각종 문제나 오류, 개선방안 등 다양한 의견을 MIUI 웹사이트에 쏟아낸다. 샤오미는 이를 수렴·취합해 매주 금요일 이뤄지는 업데이트에 반영한다. 이용자들은 이날을 샤오미의 브랜드 색을 따서 ‘오렌지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투표로 높은 득표를 받은 제안에 표창하는 제도도 있다. 자신의 제안이 실제 기능으로 구현되는 걸 경험한 사용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샤오미는 또 중국 각지에 팬클럽을 조성하고 정기 이벤트를 열어 결속력을 높인다. 매년 4월 열리는 미펀제(米粉節)라는 이름의 ‘팬 페스티벌’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샤오미 제품을 장만할 수 있어 미펀은 이날을 학수고대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현중 전임연구원은 “회사의 모토를 ‘팬을 위해(Just for Fan)’로 정한 샤오미는 고객을 구매자로 보는 게 아니라 연예인과 팬클럽의 관계처럼 함께 성장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며 “샤오미의 제품이 미펀의 입소문을 타고 홍보되고 있으며, 이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매진 행렬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중국을 넘어 인도·대만·싱가포르 등에서도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등 샤오미의 ‘무한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내로 브라질·러시아·이탈리아 등에서도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도 벵갈루루에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지난해 10월 구글의 휴고 바라 부사장을 영입해 글로벌 사업을 담당케 한 것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가전시장도 위협할 태세다. 샤오미는 최근 49인치 초고화질(UHD) TV인 ‘Mi TV2’를 내놓았다. 가격은 3999위안(약 66만원)으로 비슷한 크기의 삼성·LG전자 UHD TV의 4분의 1 정도다.

 그러나 샤오미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샤오미의 지난 2분기 판매량 가운데 97%는 중국 내에서 팔렸다. 아직까진 샤오미 돌풍이 중국에만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샤오미의 온라인 전용 판매원칙은 중국 다음으로 큰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는 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구글의 넥서스, 모토로라의 ‘모토X’ 등이 미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여기에 기존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외대 정보통신공학과 홍진표 교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기나긴 법정 공방을 끝내고 화해 모드로 들어선 것은 샤오미의 무서운 추격 때문”이라며 “앞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화된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게 샤오미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손해용 기자, 베이징=최준호 기자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9/06/15327290.htmlcloc=olink%7Carticle%7C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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