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교훈으로 살펴본, O2O커머스의 함의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철학자 윌 듀란트(Will Durant)는 인류 역사의 생물학적 교훈 가운데 첫째로‘삶이란 경쟁이라는 것’, 둘째로 ‘삶이란 선택이라는 것’, 셋째로 ‘삶이란 번식해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경쟁이란 교역의 삶(the life of trade)일뿐만 아니라 삶의 교역(the trade of life)이기도 하다. 협력의 주된 이유는 그것이 경쟁의 구도이자 형태이기 때문이다. 모든 잠재적 능력의 발전과 작용이 허용되는 사회는 집단간의 생존 경쟁에 있어서 우월성을 지닐 것이다. 자연은 양을 질의 선택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선호한다.”고 밝혔다 1. 1885년생인 윌 듀란트는 인터넷, 스마트폰, 웹 2.0 등을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1981년에 9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연구는 디지털과 관계없이 이뤄졌지만,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전세계 인류의 역사를 연구한 후 시대와 국가와 문화를 초월해 발견되는 공통된 현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즉, 그가 밝힌 것은 인간이라는 생물의 본질인 것이다.

[그림1] 윌 듀란트의 저서 '문명이야기(The Story of Civilzation)'.(출처 : 윌 듀란트 홈페이지)

[그림1] 윌 듀란트의 저서 ‘문명이야기(The Story of Civilzation)’.(출처 : 윌 듀란트 홈페이지)

O2O커머스는 인간의 본성에 잘 부합한다. 같은 맥락에서 O2O커머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오픈마켓을 잠시 살펴보자. 사실 O2O커머스는 가장 성공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오픈마켓과 본질적으로 흡사하며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11번가, 옥션, G마켓과 같이 다수의 판매자가 입점해 다수의 구매자를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오픈마켓(Open Market)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식 영어로, 국내에서만 쓰이는 표현이다. 영어에도 오픈마켓이라는 용어가 있긴 하지만, 그건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공개시장을 뜻한다. 경제학에서의 공개시장은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장벽(예를 들면 관세, 세금, 법적 요구사항, 보조금, 노조 등)도 없는 경제시스템을 뜻하므로, 완전히 다른 의미다. 어쨌든 여기에서는 한국식으로 오픈마켓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한다.

오픈마켓에는 크게 판매자 그룹과 소비자 그룹이 있다. 두 그룹이 오픈마켓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상거래를 하게 된다. 이처럼 사용자를 매개해 상호작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오픈마켓은 ‘플랫폼(Platform)’이다. 이것은 O2O커머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다수의 사용자들이 참여해야 하며, 또한 그들의 욕구가 플랫폼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오픈마켓을 예로 들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 수 있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보다 저렴하게 다양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O2O커머스와 오픈마켓의 본질적 기능이 정확히 일치하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오픈마켓이 식품, 의류, 생활용품, 디지털 가전 등 주로 실물 상품을 대상으로 하며 택배로 상품을 배달하는데 반해, O2O커머스는 주로 서비스를 거래하며 소비자가 판매자의 점포에 방문하거나 또는 지정된 장소(집, 오피스 등)에서 서비스의 제공이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오픈마켓에서도 오프라인 기반의 서비스를 상품권이나 미리 결제하는 방법으로 팔기도 하는데 이 같은 거래는 O2O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O2O커머스는 주로 공산품의 거래에 머물던 오픈마켓과 달리 오프라인 기반의 서비스 거래에 집중하며 그 본질은 오픈마켓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픈마켓, O2O커머스와 같이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 의 소비자를 매개해 상거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해 윌 듀란트가 연구한 인류 역사의 생물학적 교훈 3가지(경쟁, 선택, 번식)를 응용해보자. 이를 통해 우리는 O2O커머스의 본질과 이면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류 역사의 생물학적 교훈 3가지와 O2O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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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윌 듀란트의 교훈을 통해 살펴본 O2O커머스의 본질

첫째, O2O커머스는 경쟁을 극대화한 플랫폼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상거래는 물리적인 한계와 정보의 한계를 갖고 있었다. 기존에는 동네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또한 홍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제한된 소비자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단점이 있는 대신에 경쟁에는 그만큼 덜 노출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O2O커머스는 그러한 물리적 한계와 정보의 한계를 없애고, 정보의 공유와 투명성을 통해 판매자들 간의 경쟁을 촉발한다. 한마디로 O2O커머스는 판매자들의 경쟁을 극대화시킨다. 다만, 선결조건이 있다. 임계치를 넘어서는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래야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달성될 수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많은 O2O커머스 기업들이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경쟁을 통해 인류가 발전해왔으며, 경쟁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발견해왔다는 점이다. 경쟁이 없거나 미약한 분야는 항상 존재했지만, 한편으로 인류는 그런 분야들을 계속 찾아내 경쟁시켜 왔다.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 상거래에서 판매자들은 기껏해야 근처 점포와의 경쟁, 입소문에 의한 경쟁을 경험했지만 O2O커머스를 통해 판매자들은 자신의 속살을 모두 노출한 채 무한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윌 듀란트의 교훈에 따르면, 이것은 자연의 필연적인 결정인 것이다.

둘째, O2O커머스는 선택을 촉진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서 선택이란, 기본적으로 자연의 선택이다. 즉, O2O커머스를 통해 성공할 판매자는 더 빨리 더 크게 성공함으로써 오래 살아남고, 실패할 판매자는 더 신속하게 실패함으로써 결국 소멸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생물이 진화하거나 도태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O2O커머스는 그것을 더욱 강화하고 촉진하는 플랫폼인 것이다. 윌 듀란트가 역사의 교훈에서 밝혔듯이, 자연은 차이를 좋아한다. 이를 통해 진화와 도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모든 개체가 평등하게 사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꿀 수는 있겠지만, 자연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자연은 경쟁을 통해서 차이를 만들고 살아남을 대상을 선택한다.

O2O커머스는 수많은 판매자를 입점시켜 치열한 경쟁상태에 놓이게 만든다. 품질, 가격, 친절함, AS 등 경쟁할 수 있는 모든 요소로 경쟁하게 만든다. 판매자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구매자의 평점과 후기로 평가된다. O2O커머스는 판매자로 하여금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경쟁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며, 경쟁을 통해 성공하는 판매자와 실패하는 판매자의 차이가 수치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이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자 자연의 선택인 것이다.

셋째, O2O커머스는 번식을 위한 플랫폼이다. 자연은 재생산 능력이 불충분한 유기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인용한 윌 듀란트의 글처럼, 자연은 양을 질의 선택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선호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출생률이 낮은 국가는 출생률이 높은 국가에 의해 주기적으로 침범을 당해왔다. 인구가 과잉되면 자연은 전쟁을 통해 균형을 맞춘다. 2 해외와 달리 특히 국내에서 배달의민족, 직방 등과 같은 음식배달, 부동산 거래 분야의 O2O커머스가 크게 성장하고 이용률이 높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바로 요식업소, 부동산중개업소야말로 자영업자들 가운데에서도 시장에 가장 과잉 공급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O2O커머스를 통해 큰 인기를 끌어 수익이 크게 증대한 판매자가 나오는 한편, 좋지 않은 평판으로 인해 오히려 O2O커머스에 참여하기 전보다 매출이 더 하락한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선택을 통한 자영업자의 도태가 잔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자연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연의 관점에서 한편으로 그건 해당 개체의 생존을 위한 방법이다. 역사적으로 출생률이 높은 국가가 주기적으로 출생률이 낮은 국가를 침범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만일 인구가 계속 증가해 더 이상 식량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기근, 전염성,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전체 인구가 공멸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을 자연은 원하지 않는다. 자연은 번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번식할 대상과 도태할 대상을 정한다는 점에서 자연은 잔인하다. 비록 개체 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소쉬르의 구조주의로 이해하는 플랫폼의 가치와 가변성 

구조주의의 선구자, 소쉬르.(출처 : 위키미디어, Kåre-Olav, 퍼블릭도메인)

[그림3] 구조주의의 선구자, 소쉬르.(출처 : 위키미디어, Kåre-Olav, 퍼블릭도메인)

근대 언어학의 아버지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언어학을 넘어서 구조주의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가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는데 사용한 랑그(langue, 언어)와 파롤(parole, 말)을 간단히 설명하면, 파롤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계가 랑그다. 즉, 언어의 일반 규칙(문법)이 랑그이며 랑그에 따라 실제로 말하는 것이 파롤이다. 랑그가 없이는 파롤이 존재할 수 없고, 한편으로 파롤은 랑그를 계속 만들어내며 변화를 가져온다. 3

그는 가치가 체계의 어딘가에 미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요소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언어학자로서 소쉬르의 이러한 발상은 사회관계를 이해하는 것에도 응용돼 구조인류학의 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소쉬르의 논리는 그 응용범위가 무한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어떤 규칙들로 이뤄진 체계가 존재하고, 그 체계에 참여하는 요소들의 사회적 관계와 행위가 존재한다면, 소쉬르의 논리를 기반으로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소쉬르의 논리는 O2O커머스를 이해하는데도 응용할 수 있다. O2O커머스를 제공하는 플랫폼(하나의 서비스로서의 플랫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 참여자의 행위가 없는 플랫폼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마치, 파롤이 없는 랑그와 같다. 그저 소프트웨어 코드의 집합일 뿐이다. 코드에 불과한 플랫폼이 가치를 지니려면, 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정보를 등록하고 상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 행위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의 관계, 판매자와 플랫폼의 관계, 소비자와 플랫폼의 관계가 맺어지고 가치가 실현된다. 여기에서 플랫폼이 랑그이고, 참여자들의 행위가 파롤인 것이다.

여기에서 추가로 주목할 점은, 플랫폼이 정한 규칙(랑그)에 따라 판매자와 소비자가 행위(파롤)를 하는데 플랫폼의 규칙에 불변성과 가변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판매자와 소비자는 플랫폼의 규칙을 따라야 하며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이것이 플랫폼의 불변성이다. 하지만 판매자와 소비자가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낸 문화로 인해 플랫폼이 영향을 받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해 플랫폼에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플랫폼의 가변성이다. 이는 문법에 맞춰 말을 하지만, 시대에 따라 말이 변하면 문법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O2O커머스에서 플랫폼은 규칙으로 이뤄진 체계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참여자에 의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자들의 행위가 쌓이면 반드시 그로 인해 플랫폼에 변화를 유발한다고 볼 수 있다.

소쉬르의 논리를 응용한 O2O커머스의 구조

[그림4] 소쉬르의 논리를 응용한 O2O커머스의 구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또한 언어와 사회를 대상으로 삼아 소쉬르와 유사한 논리를 폈다. 4 그의 논리를 응용해서 말하자면, (1) 플랫폼은 규칙으로 이뤄져 있고, (2) 참여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관계를 구축해나가는데 그것은 ‘메시지 전달’ 게임이며, (3) 그들이 상호간에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규칙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O2O커머스에서 이러한 플랫폼의 가변성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음식배달 분야의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바로결제 수수료를 0%로 전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원래 배달의민족은 5.5~9.0%의 바로결제 수수료를 받아 왔는데 이를 무료로 전환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1) 영세 자영업자를 착취한다는 사회적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고, (2) 등록된 업소들로부터도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되어 왔으며, (3) 1번 및 2번과 같은 이유로 주 문 고객에게 바로결제를 이용하지 말아줄 것을 읍소하는 판매자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에 소비자가 응하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바로결제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으며, (4) 바로결제 수수료를 없애도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정액제 광고상품과 기타 수익모델을 강화해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플랫폼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며, (5) 이것이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이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자 12.5%의 바로결제 수수료만 받던 경쟁업체 요기요도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없애고 정액제 상품을 출시하게 된다.

하이데거로 이해하는 소비자 실존주의

대표적인 O2O커머스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대표적인 O2O커머스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 존재의 방식을 ‘ 세계-내-존재(世界內存在, In-der-Welt-sein)’로 표현했다. 5 세계-내-존재란, 인간에게 사물은 어떤 용도를 갖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나 자신’이 자리잡고 있으며 나의 욕구에 따라 그때마다 사물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즉, 하이 데거의 세계-내-존재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나, 욕구, 사물, 새로운 세계다.

이러한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논리를 O2O커머스에 대입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O2O커머스에는 참여자(판매자, 소비자 모두)의 강렬한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O2O커머 스의 참여자는 크게 두 개의 그룹(판매자 그룹, 소비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그룹의 욕구가 모두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해당 O2O커머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부동산거래를 제공하는 O2O커머스를 생각해보자. 하이데거의 논리를 응용하면, 나(소비자)는 욕 구(집을 구하려는)를 갖고 있고 사물(스마트폰)을 통해 그때마다 다르게 열리는 새로운 세계(하나의 서비스로서 의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O2O커머스에서 소비자의 존재방식이며 하이데거식 실존인 것이다. 또한 하이데거는 실존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인간의‘ 불안’에 주목했다. 그는 불안의 원천이 반드시 일어나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회피하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불안으로 인해 인간의 생각과 행위까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욕구와 불안은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는 것이다.

O2O커머스를 이용해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소비자는 O2O커머스를 통해 더 맛있는 음식을, 더 저렴하게, 신속하고 친절한 판매자에게서 구매하려고 한다. O2O커머스는 다수의 판매자, 평점, 후기, 쿠폰 등을 통해 다른 어떤 채널보다 명확하게 그런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한편으로 소비자는 O2O커머스를 이용하지 않고 전화, 전단지 등과 같은 기존의 방법을 통해 구매하게 되면 맛없는 음식을 비싸게, 느리고 불친절한 판매자에게서 구매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을 갖고 있다. 이처럼 욕구와 불안이 한 세트가 되어 소비자가 O2O커머스를 이용하는데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욕구와 불안은 판매자에게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작용한다. O2O커머스에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와 거래하여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욕구와 더불어, O2O커머스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로 부터 완전히 외면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지금까지 윌 듀란트의 역사의 교훈, 소쉬르의 구조주의, 하이데거의 실존주의라는 3가지 관점을 통해 O2O커머스의 인문철학적 이슈와 시사점을 살펴봤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대시대나 근 대나 디지털 시대나 어떤 동일한 패턴이 발견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또는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면 부합할수록 더 빠르게 선택되고 발전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비즈니스는 실패하고 싶어도 실패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앞으로 우리는 O2O커머스의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놀라운 성공을 목격하게 될 것 이다.

이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KISDI가 ICT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는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입니다. <블로터>는 KISDI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원 제목은 ‘O2O커머스의 인문·철학적 이슈와 시사점’임을 밝혀둡니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4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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