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인재 키우자

한 엔지니어가 4살 자녀 위해 시작한 코딩교육이 전국 확산
레악토·슈퍼셀 등 민간기업이 SW교육 주도
핀란드 ICT 서비스업체 레악토가 지난 1월 개최한 ‘코디콜루(코딩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레악토 제공

핀란드 ICT 서비스업체 레악토가 지난 1월 개최한 ‘코디콜루(코딩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레악토 제공


핀란드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업체 레악토의 엔지니어 유하 파나넨은 작년 8월 자신의 네살배기 딸에게 코딩(coding·프로그램 작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딸을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키우려는 게 아니라 ICT의 언어인 SW를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생각에 공감한 동료들이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회사는 주말에 회의실과 PC를 제공했다. 10월 어느 주말 직원 자녀들을 위한 첫 ‘코디콜루(코딩학교)’가 열렸다. 활용한 프로그램은 파나넨과 동료들이 개발한 ‘터틀 로이’. PC 화면에서 거북 모양 아이콘을 fd(전진), bw(후진) 등 간단한 명령어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네다섯 살 아이들이 거북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코딩에 빠져드는 수업 장면을 회사 블로그에 올리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났다. 전국의 부모들이 ‘우리 아이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빗발치듯 보낸 것이다.

회사는 일반인 대상 코디콜루를 열기로 결정했다. 추첨으로 4~8세 어린이 15명을 선발해 지난 1월20일 헬싱키 본사에서 개최한 첫 공식 ‘코디콜루’는 크리스타 키우루 핀란드 교육문화부 장관까지 참관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빌레 발토넨 레악토 마케팅본부장은 “15명을 가르치는 코디콜루에 수백명이 신청하고 150명이 근무하는 본사 사무실이 꽉 찰 정도로 취재진이 몰렸다는 건 SW 교육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레악토는 모든 교육과정과 교육용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해 누구나 코디콜루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지난 4일까지 홈페이지(koodikoulu.fi)에 등록한 행사만 10회 열렸다. 발토넨 본부장은 “학교나 지역 청소년 단체가 자발적으로 코디콜루를 활발하게 열고 있기 때문에 올해만 수천명의 아이들이 코딩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의 뒤를 이어 핀란드 대표 기업으로 성장 중인 게임회사 슈퍼셀도 차세대 SW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슈퍼셀은 직원 140명이 작년 매출 8억9200만달러, 세전이익 4억6000만달러를 올린 ICT업계의 ‘뜨는 별’이다.

슈퍼셀은 오는 6월 레악토와 함께 세계 코딩 챔피언을 뽑는 ‘헬로 월드 오픈’을 개최한다. 인공지능 자동차 경주 프로그램을 짜서 1 대 1 토너먼트 방식으로 실력을 겨루는 대회다. 야네 스넬만 슈퍼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핀란드는 물론 세계 젊은이들이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은 SW 엔지니어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의 SW 교육 운동도 활발하다. 여성 SW 교육 활동 ‘레일스 걸스’의 창립자인 린다 리우카스가 어린이 SW 교육 교재를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모금한 ‘헬로 루비’ 프로젝트는 당초 1만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38만달러를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필란드에서 이렇게 민간 부문의 SW 교육이 활발한 배경에는 정부의 변화가 늦은 탓도 있다. 리우카스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만큼 정부와 교육 공무원들이 선뜻 ‘SW 정규 과목화’와 같은 교육 혁신에 나서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키우루 교육문화부 장관은 “교육 강국이자 혁신 리더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2016년 개정 교육과정에 통합 교과 형식으로 수학이나 과학에 SW 교육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40365601&intype=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