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조선비즈는 약진하는 중국 IT 기업들의 고성장 비결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 [중국 IT기업 열전]을 시작합니다. ‘저임금을 무기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이라는 통념을 깨는 이들 IT 기업의 혁신 노력과 성과를 짚어볼 계획입니다. 

한국 기업의 추격자이자 때로는 추월자인 그들의 이야기가 한국 기업들의 새해 전략 수립과 집행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기업으로 통신장비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넘보는 중국 민영기업 화웨이(華爲)를 선정했습니다.

화웨이의 궈핑(郭平)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월 31일 “2015년 매출이 3900억위안(약 69조8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6년 신년사를 통해서다. 2014년(2881억위안)에 비해 35%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가 무색해지는 실적이다.

화웨이의 고성장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약진 덕분이다. 지난 12월 22일 화웨이 둥관(東莞)공장에서는 1억번 째 휴대폰 출하식이 열렸다. 2015년 화웨이의 휴대폰 출하량이 1억대를 넘는 순간이었다. 중국 기업으로는 첫 기록이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번째다. 화웨이 연간 휴대폰 출하량은 2010년 300만대에서 2015년 1억대로 30배 이상 급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0월 영국 방문 때 찾은 화웨이 영국법인에서 런정페이 창업자(3번째)가 현지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0월 영국 방문 때 찾은 화웨이 영국법인에서 런정페이 창업자(3번째)가 현지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 “2년내 애플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1위”
화웨이는 2012년 스웨덴의 에릭슨을 제치고 매출과 순익 모두 세계 1위 통신장비 업체로 우뚝 섰다.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할 지는 2년 내 판가름 날 것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건 막을 수 없는 추세”(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 담당 CEO 2016년 신년사)라는 자신감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2016년) 삼성전자, 내년 애플을 제칠 것으로 전망한다. 판매 대수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1위로 올라선 화웨이다.

1987년 선전(深)에서 2만1000위안(약 376만원)을 종잣돈으로 시작한 화웨이가 1876년 설립된 에릭슨을 제치는 데는 25년 걸렸다. 2009년 스마트폰을 첫 출하한 화웨이는 10년도 안돼 애플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화웨이의 고성장을 거대한 중국 시장 덕분이라고 폄하하는 건 실상을 모른 오해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지가 선정한 2015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 91개 중국 기업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은 유일한 기업이 화웨이다. 덩치만 크지 내수형에 머문 보통의 중국 대형 국유기업들과는 다르다. 화웨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0%를 넘은 건 2005년 부터다. 중국발(發) 다국적기업 1호인 셈이다. 천리팡(陳黎芳) 화웨이 수석 부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매출의 65%가 해외에서 나온다”고 소개했다. 

화웨이는 1996년 홍콩, 1997년 러시아,1998년 인도,2000년 중동과 아프리카,2001년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로 시장을 넓혀갈 만큼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화웨이는 2003년 다국적기업 형태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전에는 국내와 해외로 영업조직이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영업조직 밑에 9개 지역 부서를 두는 개편을 했다. 중국도 그 중 한개 지역이었다. 



◆ “그래핀 전지 올 하반기 상용화”
화웨이를 저가를 내세운 덤핑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판매한 스마트폰의 30% 이상이 가격대가 2000위안(약 36만원)이 넘는 중고가 제품이다. 

지난 달 23일 리창주(李昌竹) 화웨이 휴대폰 담당 부사장은 “2016년 하반기에 그래핀(Graphene) 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웨이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포럼에서 시연한 그래핀 전지는 10시간 정도의 통화를 할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을 5분만에 충전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 기존 전지보다 10배 빠른 급속 충전을 가능케 한 것이다. 화웨이는 보도자료에서 커피 한잔 마실 시간에 충전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3월 삼성은 4시간 정도 통화 가능한 만큼의 전력을 10분 내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중국 IT기업 열전] 화웨이 질주  4가지 코드

화웨이의 질주를 가능케 한 코드는 뭘까. 혁신 추구 DNA, 고객 우선주의, 직원의 열정, 좌절하지 않는 집념 등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혁신 추구 DNA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려는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엔진니어 출신의 런 회장은 창업 후 홍콩의 전화교환기를 중국에서 파는 것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편한 길’을 버리고 직접 교환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런 회장은 중국에 없던 SPC(Stored Program Control)교환기 개발에 나섰고 1991년말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벌어들은 돈의 대부분을 SPC 교환기에 투입한 결과였다. “SPC 교환기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가 모두 이득을 공유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나는 끝장”(런 회장)이라는 리더의 의지가 작용했다.

1876년 스웨덴의 기술자 라르스 마그누스 에릭슨(Lars Magnus Ericsson)이 전화기 수리 가게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1878년 자신이 직접 전화 장비를 개발하면서 거대 통신장비 기업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화웨이는 17만명의 직원 가운데 45%인 7만6000여명이 연구인력일 만큼 기술을 중시한다. 매출의 10% 이상을 늘 연구비로 투입해왔다. 궈핑 CEO는 2016년 신년사에서 지난해(2015년) 1000억위안(약 17조90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가운데 500억 위안(약 8조950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천리팡 화웨이 수석 부사장은 “과거 10년간 화웨이가 투자한 연구비가 25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화웨이가 지난 2014년 출원한 지식재산권만 해도 7만668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단말기(스마트폰 등)관련 된 지재권이 1만8000건에 달한다.

화웨이의 혁신 추구 속성은 첨단 기술 상용화 노력에서도 드러난다. 급속 충전을 가능케 한 그래핀 기술 상용화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10월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에 맞춰 맨체스터대학과 그래핀 기술 협력 관계를 맺었다. 지난해초 영국 정부가 세운 국가그래핀연구소(NGI)와 화웨이가 손잡고 그래핀 기술 상용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것도 혁신 추구 DNA와 무관치 않다. 화웨이는 상하이시 정부와 지난 12월 31일 IoT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향후 5~10년 내 상하이를 글로벌 영향력이 있는 과학기술혁신 센터이자 글로벌 IoT 산업 기지로 키우기 위해서다. 화웨이는 이를 위해 상하이에 글로벌 IoT 연구개발 및 운영 중심을 세우기로 했다. 2년 내 상하이 푸둥의 금융가인 루지아주이陆家嘴) 등을 IoT 시범구로 운영하고 상하이에서 세계 IoT 대회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010년 11월 화웨이 클라우드컴퓨팅회의에서 런 회장은 “그동안 서방기업을 따라왔다. 이제는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추종자에서 혁신자가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 고객 우선주의
화웨이의 혁신은 처음과 끝이 시장에 의존한다. 기술자를 위한 기술보다는 고객을 위한 기술이어야한다는 얘기다. 런 회장은 시장에서 외면당한 제품을 수거해 직원들의 집 거실에 갖다 놓도록 했다. 고객을 외면한 댓가를 되새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화웨이의 혁신 철학은 ‘기술지향적인 시장, 시장 지향적인 기술’이다. 고객 우선주의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고객 우선주의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드러난다. 화웨이는 초창기에 “일류 마케팅 2류 서비스 3류 제품 회사”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화웨이 성장의 씨앗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만든 매출 증대였다. 여기서 연구개발에 투입할 재원이 확보됐고, 매출 확대와 연구비 투입 증가가 선순환하는 시스템이 형성된 것이다.
직원들이 통신장비를 등에 메고 산골을 누비거나 전쟁이나 지진이 나도 가장 뒤늦게 철수하는 것도 고객 우선주의 때문이다. 고객사와 함께 참여하는 전시회에서는 고객사의 부스 설치를 먼저 도와주는 전통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고객사(통신서비스회사)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배당금을 우선 지급하는 등 장기적인 거래관계 확보에 힘쓴 것도 화웨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화웨이가 얼마나 고객 지향적인 조직인지를 보여주는 일화는 많다. 수년 전 당시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스티븐 로치가 화웨이의 선전 본사 방문을 타진했다. 런 회장은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에게 영접할 것을 당부했지만 담당 부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3조달러 투자팀을 거부한 것”(스티븐 로치)이라는 한탄이 나왔다. 담당 부사장이 내건 이유는 명쾌했다. ”아무리 작은 고객이라도 만난다. 그런데 로치는 고객이 아니다.” 

화웨이는 경쟁사의 고객 빼앗기에 나설 정도로 고객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화웨이처럼 선전에 본사를 둔 국유 통신장비업체 ZTE가 1998년 외국인 고객을 맞이한다는 소식을 입수한 화웨이 직원들이 공항에 먼저 나가 이들 고객을 화웨이로 데리고 간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막이나 벽지에 세운 기지국에 쥐가 생기면서 통신선을 갉아먹기 시작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한 방식이 달랐던 것도 고객 우선주의 덕분이다. 다국적 통신장비업체들은 이를 고객(통신서비스회사)이 책임져야할 문제로 돌렸다. 하지만 화웨이는 이를 자사의 책임으로 인정했다. 쥐들이 갉아먹기 힘든 강한 내성을 가진 통신선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비슷한 문제가 빈발했던 중동 지역의 통신서비스회사들이 화웨이를 선호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동 고객을 위해 사무실에 기도실을 설치하는 배려도 했다. 에베레스트산에 올라 해발 6500미터가 넘는 곳에 기지국을 세우고, 극 지방에서 세계 처음으로 GSM망을 부설한 것 역시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라도 서비스한다는 원칙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현지에 적합한 기술 개발을 위해 글로벌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고객 우선주의에 기반한다. 전세계 170여개국에 진출한 화웨이는 중국은 물론 독일 스웨덴 러시아 인도 등 16개 국가와 지역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고객 우선주의는 ‘고객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런 회장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IT가 영원히 성장산업일 수는 없다. 전통산업처럼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르면 경쟁력의 우위가 고객관계, 즉 고객만족에 있게된다”


◆ 직원의 열정… “모두가 리더이자 영웅”
화웨이 질주 뒤에는 직원들의 열정이 있다. 흔히 화웨이에는 ‘늑대(狼)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신입사원에게 야전침대를 지급하던 초창기 때 얘기다. 귀가할 시간이 없어 회사에서 먹고 자고 해야할 만큼 일에 매달리는 문화를 뜻했다. 이 문화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으로 계승됐다.

직원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하지만 관건은 이들로 하여금 어떻게 자발적으로 열정있게 일하게 하느냐다. 화웨이는 종업원 지주제에서 그 길을 찾았다. 8만4000명 직원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최대주주인 런 회장의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책임과 이익을 공유하도록 해 모든 직원이 리더처럼 행동하기를 원한다”는 런 회장의 바람에 따른 것이다.
인재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도 직원의 열정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모든 신입사원들은 5개월간의 교육을 받는다.그 과정에서 화웨이의 새내기들은 “학력이나 이전의 지위는 사다리를 오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실적만이다”는 화웨이 정신을 익히게 된다.
신입사원들을 위한 멘토링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선배가 3개월간 모든 면에서 멘토 역할을 하는 시스템으로 신입사원이 실적을 낸 만큼 인센티브를 나눠 갖는다. 런 회장은 1997년 직원 상대 연설에서 “우리는 매일 영웅들과 함께 일한다”며 “불만없이 임무를 완수하는 모두가 영웅”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에는 피고용인은 없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리더만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런 회장은 훌륭한 경영자의 자질로 3가지를 꼽는다. 끊임없이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사소한 일에 매달리지 않고 넓은 도량을 가져야 하며, 강한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화웨이에서 ‘립 서비스’만 하는 직원은 승진하기 힘들다. 경영자의 자리에 내정되면 모든 직원에 통지돼 의견 수렴이 들어간다. 경영자로 내정되면 과도기를 갖게 되는데 이 기간 중 멘토와 관련 부서가 모두 지지를 해야 경영자로서 업무 수행을 할 수 있게 된다.


◆ 좌절하지 않는 집념...길게보는 전략
런 회장이 화웨이를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건 1994년이다. 남들은 ‘이를 수 없는 꿈’이라고 폄하했지만 화웨이는 사업에 굴곡이 있을 때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비로 투입하며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길게 보면서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는 집념이 화웨이 성공 코드중 하나로 꼽힌다.

위청둥(余承東)화웨이 소비자 사업 담당 CEO는 올해 신년사에서 “굴기(崛起)의 도로에 작은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장거리 달리기에는 종착지가 없다”고 말했다. ‘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한 도쿠카와 이에야스처럼 인내심을 갖고 길게 가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런 회장은 일본과 독일식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단기성공에 집착하지 않아 장수(長壽)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업의 핵심 이슈는 생존”이라는 런 회장의 인식은 길게 보는 전략을 짜도록 했다. 
위기의식도 화웨이를 지속가능한 체질로 만든 비결이다. 런 회장은 오히려 잘 나갈 때 위기의식을 불어 넣어왔다. 2000년 화웨이가 처음으로 100대 중국 전자기업에 올랐을 때, 2004년 화웨이가 해외 사업에서 질주할 때, 2007년 화웨이가 세계 5위 통신장비업체로 올라섰을 때 런 회장의 ‘겨울론’이 나왔다. 축배를 들 때마다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한 것이다. 

화웨이가 비(非)상장기업이라는 점도 길게 보는 전략 수행에 도움을 준다. 단기 실적에 휘둘리는 다른 상장사 경영진과 달리 10년 단위의 장기 계획에 기반해 전략을 짜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웨이는 3명의 부회장이 6개월마다 돌아가면서 CEO를 맡는 순환 CEO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리더 한 명의 잘못이나 실수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도록 한 것이다. 런 회장은 이들 CEO의 멘토로서 역할을 한다. 



출처: 조선비즈 오광진 중국전문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1/20160101008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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