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업체 사장의 모임인 대리운전연합회는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반대한 반면, 기사들의 모임인 대리기사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양쪽은 맞불 집회를 열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대리운전연합회 제공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다음카카오 사옥 앞에서 두개의 집회가 열렸다. 하나는 대리운전업체 사장들의 모임인 전국대리운전연합회가 주최했고, 다른 하나는 전국대리기사협회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였다. 전국대리운전연합회 쪽은 “다음카카오가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대리운전 사업에 진출해 기존 시장 종사자들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비판했고, 전국대리기사협회 쪽은 “기존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근절할 기회”라며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을 환영했다.

아직까지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톡 국내 가입자가 3800만명에 이르고 있어 이전 카카오 택시처럼 한번 시장에 진출하면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업계의 해묵은 갈등, 기술의 발전과 과거 산업구조의 충돌 등 새로운 문제들도 수면 아래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리기사 “다음카카오 대환영”
19일 새벽 서울 논현동 강남 교보타워 건너편 인도에서 대리기사들을 만나보았다. 이곳은 대리기사들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이는 집결지 같은 곳이다. 대리기사들만이 이용하는 ‘셔틀 차량’들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서 승객을 태우고 서울·경기 각 지역으로 흩어진다. 대리기사 최아무개(65)씨는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목소리가 커졌다.

“대환영이죠. 지금 대리 상황실(대리운전업체)에서 횡포가 심해. 우리를 인간 취급도 안 해. 나같이 나이든 사람한테는 보험료도 더 뜯어간다니까. 다음(다음카카오)은 아무래도 좀 그렇게 막 횡포를 못 부리지 않겠어?” 강아무개(44)씨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나오기만 하면 다 거기로 이동할 거라고 (기사들이) 그런다니까. 그래서 그런가 요즘 콜센터(대리운전업체) 직원들이 좀 우리한테 친절해졌어요.”

대리기사들은 열이면 열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들이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것은 다음카카오의 정책에 매료됐다기보다는 기존 대리운전업체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아직까지 시장 진출 여부나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리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리운전업체가 가져가는 높은 중개수수료다. 수도권에서는 대체로 대리비용의 20%를 중개료로 가져간다. 지방에서는 30%까지 떼는 회사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과천에서 자정 무렵 손님의 차를 서울 반포까지 운전해주고 2만원을 받았다고 했을 때 대리운전 기사는 4000원을 업체에 줘야 한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가 고스란히 순수익으로 남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리기사들은 대중교통이 끊긴 시각에 집으로 돌아가기에 대개 셔틀 승합차를 타야 한다. 2000~4000원 정도가 든다. 대리운전업체가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보험료 2500원(월평균 6만~8만원)과 휴대전화 앱 수수료 500원(배차 프로그램 이용료. 월평균 1만5000원)이 매일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결국 순수익은 잘해봐야 만원 남짓이다. 출출해서 퇴근길에 밥이라도 한끼 사먹었다가는 빈털터리가 되기 쉽다.

대리운전업체에 불만이 있어도 기사들은 항의를 못한다. 업체들이 배차 프로그램 앱에 록(이용제한)을 걸어 이용을 차단해버리면 기사들은 꼼짝없이 밥줄을 놓는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기사가 배차를 취소하면 평균 500원의 벌금을 물게 하거나, 기사가 돌려받아야 할 보험환급금을 횡령하는 식의 업체 비리도 만연해 있다는 게 대리기사들의 주장이다.

대리운전업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해 2003년 이후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업체 3850여곳과 대리기사 8만6000여명이 하루 약 47만건의 서비스를 처리하고 있고, 업계의 연매출액이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분석한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 것에 비해 대리운전 산업은 아직 제도권 영역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 일부 업체들의 막무가내식 경영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업법은 18대 국회 때부터 발의돼 왔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지금까지도 통과되지 않았다. 대리운전은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 당국의 관리사각지대에 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리업체는 다음카카오 시장 진입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는 식으로 반발하는데 대리기사들은 골목깡패들을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리운전업체의 횡포를 수없이 고발해왔지만 바뀌기는커녕 문제제기 하는 대리기사들에게 일을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행태만 벌여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