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현대·기아자동차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글로벌 자동차 5위 회사, 판매 800만대 달성, 국내 부동의 1위 등 다양한 기록과 수식어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현대·기아자동차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티(불만고객)’를 몰고다니는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평균 연봉 1억원의 귀족 노조가 툭하면 파업을 빌미로 생떼를 쓰고, 고임금 구조 때문에 해마다 차값만 올린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급발진 같은 민감한 문제에는 묵묵부답이고, 내수차와 수출차의 품질 차이, 가격논란은 현대·기아차를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현대·기아차가 일본 도요타, 독일 폴크스바겐, 미국 G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지만 유독 모국인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소비자들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과거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웃도는 독점기업으로 아쉬울 게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아도 장사를 하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입차 공세에 점유율이 70%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방어전선을 구축하지 않으면 더 물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국산차 위주로 제한됐지만 이제는 갈아탈 대안이 생겼습니다.

현대차는 이런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지난해 10월 커뮤니케이션팀이라는 조직을 꾸렸습니다. 반현대차 정서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활용해 회사와 제품을 알리고 자동차 동호회와도 소통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 8월 22일에는 내수용 차량과 수출용 차량의 강판 품질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충남 아산공장에서 만든 쏘나타와 미국 앨라바마공장에서 만든 쏘나타의 정면충돌 실험까지 진행했습니다. 행사 준비에만 1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강판 품질이 다르다면 회사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무모한 실험을 벌였습니다.

올 9월 5일에는 강원 인제스피디움 자동차 경주장에 150명을 초청, 연비 대회도 열었습니다. ‘현대차의 공인 연비는 뻥튀기’라는 속설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제스피디움 코스는 고도차이는 물론 급격한 코너링이 계속돼 높은 연비를 내기에 불리한 구조지만, 참가자의 상당수가 공인 연비 이상의 기록을 냈습니다.

이처럼 달라진 현대·기아차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소해야 할 오해와 논란의 골은 깊기만 합니다. 기업에게 안티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언젠가는 자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이기도 합니다. 안티 소비자의 의견 중에는 귀담아 들어야 할 고견도 많습니다.

올 8월 영국 리서치회사 유고브에 따르면 독일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서 독일인이 선정한 ‘독일 대표’ 1위로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이 꼽혔습니다. 독일이 자랑하는 19세기 대문호 괴테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제치고 말입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을 대표하는 폴크스바겐처럼, 현대·기아차는 언제쯤 우리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대표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품질과 정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설성인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1/20150911025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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