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수명은 몇 년이나 될까요? 흔히 디지털 세상엔 ‘도그 이어(dog year)’가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개의 1년이 사람의 7년에 해당하듯 디지털 세상 1년은 일반 세상 7년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 4년이면 일반 세상 28년에 해당합니다. 구글은 아마 디지털 기기 수명이 4년쯤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구글은 17일 크롬 OS 수명종료(EOL: End of Life)에 관해 의견을 밝혔습니다. 크롬북(크롬 OS를 탑재한 노트북)이나 크롬박스(크롬 OS를 탑재한 데스크톱)에 대해 크롬 OS를 무한정 자동 업데이트 해줄 수는 없고, 기기가 노후화되는 시점에 자동 업데이트를 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학교용이나 기업용에 한해서 말입니다.

예를 들어 크롬북 초기 모델인 에이서 AC700은 내년 7월, 최신 모델인 도시바 크롬북은 2018년 2월까지만 자동 업데이트를 해주겠다는 뜻입니다. 따져 보면 크롬북이나 크롬박스의 EOL이 4년쯤 됩니다. 학교용/기업용에 국한되는 얘기이긴 합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럼 이후에는 어쩌란 말이냐?’고 할 수 있겠죠.



구글은 왜 이런 방침을 밝혔을까요? 먼저 크롬북과 크롬박스에 관해 말씀드리면… 전면 클라우드 컴퓨터입니다. OS는 물론 각종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 클라우드(여기서는 구글 서버)에 저장합니다. 크롬북이나 크롬박스는 사실상 ‘껍데기'나 다름없죠. 가격도 20만~30만원으로 윈도 PC보다 훨씬 쌉니다.

구글은 크롬 OS를 컴퓨터 메이커들이 공짜로 제공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OS를 돈 받고 파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그 대신 크롬 브라우저, G메일 등 구글의 각종 서비스가 기본으로 깔려 있습니다. 크롬북/크롬박스 사용자는 OS나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서버단에서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니까요.

구글이 EOL을 4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레거시(legacy)’ 문제 때문입니다. 낡은 하드웨어까지 한없이 껴안고 가다가는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끝났다고 사망선고를 내리는 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인데…

인터넷 익스플로러6(IE6) 문제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익스플로러6는 2001년에 나온 증조부쯤 되는 브라우저입니다. 2년쯤 전만 해도 한국인이 사용하는 브라우저의 20~30%가 IE6였죠. 이 브라우저는 최신 기술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 됐습니다. 결국엔 마이크로소프트가 IE6 죽이기 캠페인을 벌이게 됐습니다.

구글은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을 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자동 업데이트 방식을 택했습니다. 새 버전을 나오면 자동으로 업데이트 되게 함으로써 레거시 소지를 줄였습니다. 문제는 하드웨어 레거시입니다. 하드웨어 성능이 받쳐주지 않아도 문제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최근에 내놓은 '페이퍼(Paper)'라는 멋진 앱도 2009년에 나온 아이폰3GS는 깔리지도 않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EOL을 4년으로 제한하려는 겁니다.



구글, 크롬 컴퓨터 메이커, 크롬 컴퓨터 사용자 등 삼자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구글로서는 EOL을 제한한다고 해서 OS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크롬 OS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까지 레거시가 사라지면 누구든지 자사 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최신 웹/모바일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구글도 자사 서비스에 최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고요.

크롬 컴퓨터를 만드는 메이커는 구글이 나서서 EOL을 제한해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소비자들이 낡은 기기를 버리고 새 기기를 살 테니까요. 사실 크롬 컴퓨터가 가격이 싸서 메리트가 작을 수 있는데 이렇게라도 수요가 창출된다면 좋아하겠죠.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파트너들이 자꾸 구글과 친해지는 게 신경이 쓰일 테고요.

소비자(학교/기업) 입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4년마다 새 기기를 사야 하는 부담입니다. 아무리 싸도 OS 업데이트 때문에 새로 사야 한다면 아까울 수밖에요. 다른 하나는, 레거시 문제가 해결되면 최신 기술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폰3GS까지 만족시키려 들면 '페이퍼' 같은 앱은 내놓을 수 없습니다.

구글이 던진 EOL은 디지털 기기의 수명과 레거시 문제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글+에 이 화두를 던지자 예상대로 의견은 둘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4년은 너무 짧다는 의견도 나왔고, 레거시 문제를 생각하면 구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처: http://kwang82.hankyung.com/


독자시선:

글이 크롬 OS에 수명(EOL: End of Life)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크롬북이나 크롬박스에 대해 크롬 OS를 무한정 자동 업데이트해줄 수는 없고, 기기가 노후화되는 시점에 자동 업데이트를 끊겠다는 얘기죠. 학교/기업용에 한해. 초기 모델인 에이서 AC700은 내년 7월, 최신 도시바 크롬북은 2018년 2월 수명이 끝납니다.

다시 말해 나온지 4년쯤 지난 크롬북/크롬박스에 대해서는 OS 자동 업데이트를 안해주겠다는 얘깁니다. 30만원짜리 기기를 4년 썼다면 "뽕"은 빠졌다고 봐야겠지만, 더이상 케어를 안해준다면 서운하게 느껴지겠죠. 하지만 모든 낡은 기기까지 감안하다 보면 OS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울 테니 4년으로 수명을 정하는 게 합당한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레거시' 때문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기에...

크롬북/크롬박스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구글이 이렇게라도 EOL을 제한해줘야 기기를 만들 의욕이 날 것 같습니다. 30만원짜리 사서 10년씩 쓴다면 이익 낼 재간이 없을 테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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