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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집(주택)을 대하는 태도에 몇 가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40대 중반 이전 세대만 해도 재테크의 최대 목표는 내집 마련이었다. 내집 마련은 단순히 가정의 보금자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을 넘어 인생의 로망이자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집은 중산층으로의 진입을 상징했으며, 자신의 인생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의 중장년층과 상당수의 노년층은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

균열 되고 있는 부동산 불패론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시각에 상당한 균열이 생겼다. 그 균열의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원인에 담긴 시각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먼저 집값 상승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로 집값이 꺾이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거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다. 소위 ‘부동산 불패론’이다. 부동산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시장에 대한 신뢰도 대단했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지각 변동, 부동산 거품론 등이 제기되면서 더 이상 과거처럼 사 놓기만 하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현실적으로 부동산에 새로운 수요층이 계속 진입해야 하는데, 미래의 수요층인 청년층이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특히 그 중에서도 주택시장은 과거와 같은 영화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실제 이들의 생각처럼 역사상 최저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와 최고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에도 집값은 상승 탄력을 크게 받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일정 정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곳도 있지만 과거와 같은 힘찬 상승세는 아닌 것 같다.

월세로의 전환도 의미심장하다. 전세나 월세는 주택의 사용가치를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제도를 유지해 왔다. 오랫동안 전세 제도에 익숙하다 보니 전세가 월세 보다 더 좋은 제도처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세는 주택의 가격을 상당히 왜곡시킬 여지가 많다. 전세가 7,000만 원인 시세 1억 원의 집은 3,000만 원만 있으면 매입이 가능하다. 소위 전세를 끼고 사는 사람은 7,000만 원의 무이자 대출(레버리지)을 이용해 주택을 사는 셈이다. 가격이 오를 때 사람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주택을 사들이면, 보이지 않는 레버리지가 확대된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 가격에 대한 착시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월세는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실비용(사용가치)을,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수익률(수익가치)을 의미한다. 사용가치가 곧 수익가치인 셈이다. 계산도 분명하다. 예를 들어 1억 원짜리 집을 사서 매월 20만 원의 월세를 받으면, 연 수익률은 2.4%가 된다. 이렇게 수익률 계산이 용이하면, 다른 자산, 예를 들어 주식이나 예금(또는 채권) 등과 수익률 비교를 할 수 있다. 이를 ‘자산의 경합성’이라 한다. 주식과 부동산과 예금은 서로 경합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자산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저금리와 월세의 경제학

사실 정책 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에 들이닥친 한파를 녹이기 위해 과거 전통적인 처방전에 따라 대출 금리를 낮추고, 세금을 줄여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구사했다. 과거 같았으면 낮은 금리와 전세금을 지렛대로 삼고, 세금 비용을 줄일 기회를 십분 활용해 발 빠른 투자자들이 주택매입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일부 매입에 나섰던 이들도 있었지만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월세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일어난 것이다. 월세가 전세에 비해 합리적인 제도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식으로 갑자기 전환하는 것은 서민들 입장에선 결코 편한 것은 아니다. 주거비용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Associated Press

집주인들은 초저금리와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예금에 넣어봤자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선배 중 하나는 지난 해 집주인으로부터 7,000만 원을 올려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너무 부담이 큰 탓에 “심한 것 아니냐”며 “한두 해 산 것도 아니니 좀 깎아 달라”고 했다. 집주인의 답변이 명쾌했다고 한다. “그 돈 받아서 은행에 넣어 봤자 1년에 세금 빼고 나면 200만 원 안 되요. 저도 남는 게 없어요. 싫으시면 죄송하지만 집을 비워주세요.” 그 선배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올려 주었다고 한다. 물론 능력이 있으니 대출 없이 7,000만 원을 올려 주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으로 전세값 상승분을 충당했거나 아니면 월세로의 전환을 수용했을 것이다.

결국 주택 매수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부동산 시장을 통한 내수 살리기에 매달렸던 정부 당국은 월세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임대 보다는 매입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었다. 여러 형태의 임대 사업은 있었지만 주택시장의 주류는 아니었다. 만일 현재 진행되는 월세 흐름이 계속된다면, 정부의 주택 정책의 궤도 수정은 불가피하다.

부동산과 금리와 인구의 경제학

인간은 확실성을 선호한다. 애매모호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인기가 없다. 정치인들이 결과가 뻔한 것을 두고서도 가능하다는 확언을 하는 것은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효과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이나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치와 달리 경제문제를 한 가지 원인으로 확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하나의 원인에 대응하는 하나의 결과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낮으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전반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절대 맞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낮으면 조달(대출) 금리가 줄기 때문에 주택 매입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만으로 주택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 증거가 너무 많고, 그것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말 집값 폭등기에 부동산 담보 대출은 금리는 연 15%가 넘었다. 오늘날 이 금리로 대출 받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미쳤다고 얘기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또 다른 확언 중 하나가 인구구조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그에 따른 귀결로서의 인구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는 분명 악재이다.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라는 개념도 시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투자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에 제약이 많았다. 그 이후 규제가 풀리면서 서울 시내의 주요 빌딩의 소유주가 외국인 투자자들로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제주도가 전형적인 예이다. 중국인 투자자들로 인해 부동산의 수요층이 확 달라졌다.

부동산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고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변화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그림이라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초저금리, 월세 전환, 인구구조 고령화와 저출산, 세대 간 양극화,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등은 현재 우리가 처음 겪거나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는 것들이다. 이런 현상들은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들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개인들이 생각해 볼만 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본다.

첫째, 하나의 변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심해라. 금리, 인구구조, 가계부채 등을 언급하며 과장하거나 축소한다면,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경제가 단순하게 작동한다면, 이 세상에는 부자가 지천일 것이다.

둘째, 주택을 수익의 관점뿐만 아니라 비용의 관점에서도 접근하자. 주택을 구입해서 내는 이자 비용과 월세나 전세 비용을 비교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셋째,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집을 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타당하더라도 무조건 주택을 무시하지는 말아라. 가령 당신이 퇴직을 한 60대라고 생각해 보라. 아직 자녀들은 대학생이다. 당신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 계속 전세나 월세를 살았다.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물론 다른 자산이 많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 후 월세를 산다는 건 쉽지 않을 일이 될 확률이 높다.

넷째, 이젠 가격도 가격이지만 현금흐름이 좋은 자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자. 얼마가 오른 것도 좋은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 필요한 것은 얼마의 현금흐름이 가능한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kr.wsj.com/posts/2015/03/10/%EB%B6%80%EB%8F%99%EC%82%B0-%EB%8B%A8%EC%88%9C%ED%95%98%EA%B3%A0-%EB%AA%85%EC%BE%8C%ED%95%9C-%EB%85%BC%EB%A6%AC%EB%8A%94-%ED%94%BC%ED%95%98%EB%9D%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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