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3개월 연속 흑자다. 수출은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상한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은 3631억달러지만 넉 달째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 필자가 저서 ‘2030 대담한 미래’에서 예측한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인 스마트폰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고,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4~5년 안에 들이닥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을미년,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할 해다. 짧게는 앞으로 5년, 길게는 한국의 미래 30년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방향키’로서 가장 중요한 한 해다. 다가오는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첫 단추로서 결정적 한 해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5년 현재, 절반 정도 지났을 뿐이다. 지난 절반은 미국과 유럽의 위기였다. 앞으로 절반은 신흥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 3국에 들이칠 것이다. 지난 5년이 이웃집의 위기였다면, 앞으로 5년은 우리 집의 위기다.

한마디로 2015년 한 해는 다가오는 ‘아시아 대위기’를 극복할 준비를 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2015년을 시작으로 1~2년간은 신흥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위기가 발발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등이 1차 위험군에 속한다. 터키, 남아공, 칠레,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외환보유액이 1년 정도의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헝가리, 브라질, 폴란드는 2년 정도 버틸 수 있다. 이들 중 두세 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져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종료 발표가 나오자 신흥국에서 두 달 동안 빠져나간 자금이 640억달러가 넘었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중국 경제의 연착륙, 환율전쟁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전쟁이 1~2년 더 이어지고, 미국의 기준금리마저 인상되면 버틸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시아와 신흥국은 지난 5년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것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제조업이나 원자재 수출국이다. 유럽과 미국이 주요 대상국이다. 지난 5년은 미국과 유럽에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발발해 소비가 크게 침체됐다. 유럽과 미국 시장 수출 하락분의 일부는 동남아시아나 신흥국 수출을 늘려 메웠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지 못한 아시아는 위기 극복을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평균 20% 이상 부채를 늘려 급한 불을 끄는 일명 ‘돌려막기’다. 한국의 기업과 가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서 줄어든 매출과 순수익분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최악의 상황을 겨우 모면했다. 그러자 유가가 하락하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소비가 살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에는 어떤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까.

2015년, 엔저(低)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이 환율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의 ‘넛크래커 현상’은 호전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디플레이션은 더 깊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전쟁은 2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석유전쟁이 최소 1~2년 정도 계속되면 국제 유가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 현재 상태인 배럴당 50~60달러 선을 박스권으로 하고 1~2년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시나리오다.

둘째,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다. 이것은 시장점유율 유지, 미국 셰일가스, 캐나다 샌드오일, 브라질 심해오일 업체에 타격을 주려는 사우디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시나리오다. 사우디가 미국 셰일가스와 캐나다 샌드오일 기업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면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1~2년 정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저 대륙붕 유전, 심해 유전 개발 회사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려면 배럴당 40달러 선의 공격이 필요하다.

셋째, 최악의 경우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과 러시아의 석유전쟁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러시아는 2014년 한 해에만 1400억달러 손해를 보았다.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제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 러시아 육상 유전도 배럴당 54달러가 한계생산비용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의 석유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도리어 장기전을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미국의 추가적인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게 반발하면서 핵무기 중요성을 언급했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접경 지역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0기를 추가 배치하는 등 군 전력을 강화했다. 벼랑 끝 전술을 택한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석유전쟁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철수해야 끝난다.

현재 석유전쟁을 국제 원유시장의 수요 공급 이슈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면에 있는 패권 전쟁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미국은 러시아를 지금 견제하지 못하면 미래 동아시아와 유럽 전략에서 큰 손실을 본다. 러시아를 무릎 꿇리기 위해서는 미국은 더 강력한 석유전쟁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제 유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폭락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1~2년을 보내고 나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일단 국내 자산시장의 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 정국이 시작되고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는 2016년 중후반에서 2017년 말 사이에 5개의 폭탄이 한국 경제를 엄습할 것이다. 특히 가계와 10대 그룹을 제외한 상당수의 한국 기업에 휘몰아칠 것이다.

첫째, 기준금리 인상분 충격(적게는 2~3%, 많게는 4~5%), 둘째 금융권의 리스크 헤지를 위한 추가 금리 인상분 충격과 시장금리 인상분 충격이다. 셋째, 금융권이 부실을 메우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우량자산 매각을 시도한다. 이때 만기 연장 불허, 원금 일부 상환 압력, 추가 담보대출 등의 충격이 가계와 기업에 엄습한다. 넷째, 이 정도가 되면 시장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매출 하락, 순이익 급감, 급여 동결, 강력한 구조조정 등의 충격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폭탄이 투하된다. 이처럼 2008년에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는 앞으로 4~5년 신흥국과 아시아 대위기 국면을 지난 뒤에야 비로소 완전히 끝난다.

물론 위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회도 있다. 세계는 2020년 이후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2025~2035년 사이에는 미래형 산업들이 시장을 열면서 세계가 제2의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고속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찰력 있는 사람은 대(大)위기는 곧 대기회라는 진리를 안다. 대위기를 대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통찰력이다. 다른 하나는 선제적 체질 개선이다.

결국 2015년은 선제적 체질 개선을 하는 해가 돼야 한다. 선제적 체질 개선은 다가오는 위기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게 해주는 기회이고, 위기가 현실화될 때 가장 먼저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진리를 절대로 잊지 마라.

최윤식 <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


출처; http://m.hankyung.com/apps/news.view?aid=2015010217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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