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를 만나 매번 하는 질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간 만난 수백여 명의 창업자들 모두 각각의 이유와 미션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있다. 딱히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본능’ 같은 것이다. 무늬만 스타트업이 아닌 ‘진짜’ 말이다. 굳이 유형을 나누자면, 창업과 실패의 경험, 성공적인 기업 매각의 경험,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면서 더 혁신적인 회사를 키워가는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도 있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혁신본능’을 가진 이도 있었다.


그간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이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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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바탕으로 사회혁신을 추구한다.


생태지도 서비스 네이처링의 강홍구 대표는 내가 인터뷰를 했던 창업가 중에서 최고령이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가 중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는 아직 40대의 한창 나이다. 강대표는 IT기업에서 14년 간의 직장생활을 했으며, 진학을 통해 본인 관심사에 대한 깊이를 더 한 뒤 창업을 결심한 사례다.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사회생활을 통한 경험과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개인적 관심사의 결합’이었다.


“회사에서의 경험과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경험, 이 두 가지를 결합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하지않은 것도 함께 고려했다. 여러방면을 검토한 뒤 네이처링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결심이후 스타트업 유경험자인 지인의 조언을 받았고 용기를 얻었다. 더불어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이 제대로 구현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매쉬업캠프에서 수상(대상)을 하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CNTV 아나운서 출신인 펠루 최윤진 대표는 직장생활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았다 말한다. 회사를 퇴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아나운서 일을 해야 할 지를 깊이 고민했다고. 그러 던 중 의미있게 하루를 시작해보자는 의미로 카카오톡 채팅창에 매일매일 날씨정보를 녹음해 올리면서 깨달은게 있다고 한다.


“내가 ‘잘 하는 것’을 쫒아갈 때에는 방향이 보이지 않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니 밝게 빛나는 두 개의 등대가 보였다. 등대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이정표잖은가? 하나의 등대만을 쫒아갈 때에는 막막했지만, 즐거움이라는 새로운 등대가 생기니 삶의 목적이 분명해졌다.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내가 잘하는 것, 목소리(Voice)로 다른사람을 즐겁게(entertainer)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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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실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


아이이펍 김철범 대표는 창업만 9번을 한 사람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여러번 바닥까지 갔다’고 술회한다. 하지만 2010년 11월 1인기업으로 전자책 기업 아이이펍을 설립해 현재 전자출판업계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 하는 중이다.


“아이이펍을 설립한 2010년은 내 인생에서 세 번째로 바닥을 쳤던 때다. 그 때는 이전 사업 때와 달리 마음을 많이 비웠던 것 같다. 내가 이 회사를 키워서 어떻게 해야지 라는 구상보다는 일이 정말 즐거워서 했다. 내가 가진 상상력과 기획력을 쏟아부으면서 비즈니스를 만드는 일이 너무 즐거웠고. 기획을 해서 출판을 하고 있다보니 무형의 생산품이지만 제조업을 할 때의 그 느낌이 그대로 나더라. 그래서 차근차근 일을 하다보니 사무실이 생기게 되었고, 어느 순간이 되니 직원을 뽑고 있더라. 또 어느 시점이 되니 한 두 명으로는 부족해서 더 충원하게 되었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꾸준하게 회사가 커진 것 같다. ‘돈을 쫓지 말고 일을 쫓으라’고 선배 창업가들의 말이 실감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앞선 창업에서의 실패와 경험이 노하우가 되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창업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스마트 재활 솔루션 네오펙트(Neofect) 반호영 대표는 국내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미국 LA에서 2년 정도 벤처회사에서 코파운더 역할을 하다 MBA를 한 뒤 고액연봉이 보장된 펀드매니저의 길을 뒤로한채 창업을 한 인물이다. 반대표의 네오펙트는 뇌졸중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기존 아날로그 재활 기기들을 디지털화한 서비스다.


“코파운더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안하려했다. 벤처회사에서 고생한 경험도 있었고. 하지만 창업 아이템이 뇌졸중 재활훈련 솔루션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집안 어른들이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걸 바로 곁에서 지켜봤기에, 저렴한 가격에 효율적으로 뇌졸중 재활 훈련을 가능케 하는 아이템이었기에 사업성을 떠나서 일단 무조건 하고 싶었다.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자신에게 두 가지를 물어 봤다. 첫 번째는 내가 관 속에 들어갈 때 ‘인생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정말 보람되고 의미 있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었다. 둘째는 ‘높은 연봉이 나에게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살아온 과정을 반추해 보니 나는 딱히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더라. 그래서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직업 보다는 나에게 의미 있는 일(창업)을 선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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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창업을 결심한 창업DNA 유형


일찌감치 사업을 결심한 창업자들도 상당수 있다. 사회경험이 풍부한 창업자들에 비해 계기가 가벼워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혁신본능은 중견 창업자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는 소견이다. 대표적인 예로 위자드웍스 표철민 대표 온오프믹스 양준철대표를 들 수 있겠다. 두 대표는 중학교 시절 첫 창업을 시작한 이들로, 현재 회사를 20대 중반 전부터 키워왔다. 사업연차로 놓고보면 무려 15년 차다. 작은 반전이라면, 이들이 아직 만 30세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 양 대표 외에도 스타트업 업계에는 조직생활보다 창업을 선택한 젊은 대표들이 많다. 퀄슨 박수영 대표, 브이터치 김석중 대표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원거리 터치 제어기술로 알려진 브이터치의 김석중 대표는 창업연차만 12년이다. 그는 자신의 창업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어릴때부터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군 제대 후 복학한 시기가 네이버, 다음, 아이러브스쿨, 프리첼 등 인터넷 기업들이 급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한 벤처붐을 보면서 ‘자본 없어도 사업을 일굴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고 창업 시작 당시를 이야기 했다. 


‘앱티처’와 ‘슈드’ 등 B2B영어교육서비스와 ‘톡투미’라는 B2C 모바일 영어교육 앱을 서비스중인 퀄슨의 박수영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정말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 한가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은 창업을 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는 한결같은 삶의 목표다. 그것이 나의 한 줄짜리 창업의 계기이자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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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창업 이유는 없지만, 누구보다 주목받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있다.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와 플리토 이정수 대표가 그런 부류다.


클라우드기반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다. 하지만 본인은 사업을 한 큰 계기나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사석에서 ‘우리 사업을 잘 키워줄 사람만 있다면 그에게 넘기고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다. 그의 창업 계기는 일견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 직장 때 작성했던 내 사업기획서는 지금도 온라인 카페 등에 다 올라와 있다. 플리토에 대한 정확한 기획서가 2009년도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변한 게 없다. 유일하게 변한 것은 매개체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진 것 뿐이다. 이 사업은 굳이 내가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해서 활성화 시켜주면 나 스스로는 만족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게 실제로 행해지고 있다는 만족을 느끼고 싶었고. 그게 누구 이름으로 나가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다들 관심이 없더라. 온라인에 열심히 뿌려도 반응이 없었고. 이 아이템이 정말 안 되는 건지, 사람들이 모르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늦기 전에 내가 해보자가 된거다. 결정적 계기는 파이브락스 노정석 CSO(일본 글로벌브레인 한국지사 대표 겸임)의 한 마디가 컸다.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건데 마음이 없으니까 안하는 거다. 내 앞에 와서 창업 하겠다는 말 하지마라’ 하길래 바로 퇴사했다. 겸사겸사 테크스타스와 타이밍도 잘 맞았고.”


핸드스튜디오 안준희 대표는 창업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타 창업자들처럼 반드시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경영을 전공한 것이 너무 좋았기에 창업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배우려고 유학을 준비했다. 유학을 떠나기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봤더니 IT쪽을 모르는 것 같더라. 그래서 용기를 내서 벤처기업(위자드웍스)에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아서 입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TV의 흐름이 온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어차피 유학도 더 경험하려는 의도로 결정한 것이었기에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사업을 시작한 안준희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굿컴퍼니의 대표적 인물로 인식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현재까지는 ‘미생’이다. 시작은 했고, 주목을 받으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공을 했다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업을 통해 추구하려는 것은 ‘완생’의 사회다. 그것만으로 이들은 박수받을만 하다는 소견이다.



출처: http://platum.kr/archives/32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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