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행복을 바라본다.
찰나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
찰나의 사전적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의 생각이 어떤 순간과 상황 가운데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랑비가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인지하기 어려우나, 어느 순간 우리 몸에 스며 든 그것을 목격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의 행복을 무겁게 바라본다.
또한 나는 그렇게 약 한달 전의 행복을 무겁게 바라본다.
마포구에 사는 커플이 가랑비처럼 나의 생각에 스며든 것처럼,
속초에서의 두 커플은 찰나의 순간에 나의 생각을 바꿨다.
오래된 것 같은, 평생의 친구를 만나고자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것을 법이 정한 제도적인 결합이 아니다.
법 위에 평생에 친한 벗을 만나서 함께 하고자 하는 생각이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행복한 생각이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러한 행복을 무겁게 바라본다.
무겁다. 행복이라는 것이. 왜 무거운지 살펴본다.
부러움인줄 알았다.
행복함을 바라봐서 그런 줄 알았다.
혹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것에 대한 동경인 줄 알았다. 아니다. 전혀.
뒤돌아서 느낀 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의심이 있거나 서운함이 있지 않은 믿음 속에 고요한 기다림이라는 것을.
아쉽지만 아쉬워하지 않고, 이해하는 그 넓은 마음이라는 것을.
사려깊게 생각하고, 사려깊게 관찰하는 아끼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러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오늘의 혹은 지난 한 달 전의 상암동에서 행복함을 무겁게 바라보게 한다.
무거움은 나의 아름답지 못한 내면의 결핍임을 자각한다.
#creative25 @els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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