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식재료 같은 소비재 사업을 한다면 시내에 아담하고 매력적인 공장을 만들 것 같다. 

소비는 마켓에서 사는 행위만이 아니다. 공장을 방문하여 제조 과정에 빠져드는 순간부터가 소비이다. 

식당들도 조리 행위가 보이는 오픈키친이 유행이다. 도심의 오픈팩토리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by 정태영 현대카드CEO



현대카드의 도시공장 '카드팩토리'가 가진 의미


여의도 한 복판에 현대카드의 굴뚝 없는 공장 '카드팩토리'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봤다. 현대카드는 이곳에서 1년에 500여만장의 카드를 찍어낸다. 

벽면에 모아둔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카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계가 프린팅 작업을 하고 있다. 카드 포장도 자동화로 이뤄진다. 열린 편지봉투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지나가면 기계가 카드와 안내서 등을 봉투 속으로 밀어 넣고 밀봉한다. 밀봉된 카드봉투는 자동으로 지역별로 분류된다.




건물 9~10층을 쓰는 공장에는 40여명의 현대카드 정규직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현대카드 '카드팩토리'라는 회사 부서 소속이다. 이날 근무 중인 직원들은 분류된 카드를 상자 안에 나눠 담거나 컴퓨터로 생산라인을 관리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드는 카드도 있다. 고급라인인 레드와 퍼플, 블랙카드가 이런 작업을 거친 '핸드메이드' 카드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급라인의 경우 포장도 다르고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수작업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규모로 따지면 카드팩토리는 전자나 자동차 공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아무리 소규모라고 하더라도 생산라인을 본사 건물 안에 짓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나 '혁신적'이라기보다 엉뚱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솔직히 카드팩토리를 둘러보고 

처음 다가온 느낌도 '낯설다'에 더 가까웠다. 일자리가 더 늘거나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팩토리는 의미가 있어 보였다. 사실 대도시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취업카페에 가보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는 '생산직 근무지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지방'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생산직 노동자가 아니면 평생 공장내부를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어느덧 제조업은 우리에게 낯설고, 열악하고, 가급적 피해야 하는 업종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은 여전히 국가 경제의 근간이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요즘 건물 옥상에서 농사를 짓는 '도시농장'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 종사자들이 대도시에서 함께 일하는 '도시공장'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도, 가능하다고 보지도 않았다. 카드팩토리는 이 같은 생각에 도전했다. 카드팩토리의 가동이 멈춰서면 안 된다.



출처: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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