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는 전통적으로 TV의 미래를 보는 자리다. 전시회의 무게 중심이 자동차 쪽으로 쏠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관심이 집중되는 전시 품목은 TV다.
- ▲ 삼성전자의 CES 2016 부스 입구에는 SUHD TV로 만든 조형물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동희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6에서 TV 부문의 치열한 경쟁 요인은 화질과 디자인이다. 화질의 경우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밝은 곳은 더 밝게 표현하는 HDR(High Dynamic Range) 솔루션을 얼마나 정교하게 내놓았는지가 중요했고, 디자인은 얼마나 더 얇게 '슬림(slim)화' 했는지가 관건이었다.
CES 2016에서 TV 신제품을 출시한 모든 제조사는 전시 제품 옆에 'HDR'이라고 쓰인 인증 표시와 함께 '500nit', '1000nit'와 같은 수치를 경쟁적으로 나열했다.
HDR이 적용된 LCD(액정표시장치) TV는 최대 밝기 수준을 기존의 300니트(nit·1니트는 1㎡ 면적에 촛불 하나가 켜진 정도)에서 최대 1000니트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예컨대 300니트 정도에서는 일출 장면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1000니트급에서는 눈이 부실 정도로 실감나는 일출 장면을 구현할 수 있다. TV 시청을 방해하는 반사광을 거의 흡수해 체감 화질과 색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 ▲ LG전자 북미법인 마케팅 부문 데이빗 밴더월 상무가 시그니처 올레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한동희 기자
삼성전자는 퀀텀닷(양자점)을 기반으로 한 초고화질(UHD) 제품인 SUHD TV 신제품을 앞세웠다. 이 제품의 밝기는 최대 1000니트다. LG전자는 자체 발광이 되는 반도체인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UHD 행사도를 갖춘 슈퍼 울트라HD TV를 내놓았다. 이들 제품의 화면 밝기는 각각 최대 512니트, 1000니트를 기록했다. 올레드의 경우 별도의 광원 없이 자체 발광한다. 이 때문에 올레드의 500니트가 LCD의 1000니트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낸다.
TV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더 흑색을 잘 잡아주느냐에 따라 밝기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 ▲ 소니의 4K HDR TV. /한동희 기자
일본 소니는 마스터 드라이브란 영상 제어 엔진을 통해 4000니트의 밝기를 달성했다. 이 수치는 다른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뚜렷하게 실감할 수 있는 정도다. 다만 이 정도의 밝기를 구현하려면 소비전력이 많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상용화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 중국 하이센스의 UHD 곡면 TV. /한동희 기자
중국 역시 HDR 기술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TCL은 퀀텀닷 기반의 UHD TV X시리즈를 선보이며 돌비 비전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돌비 비전은 미국 돌비사가 만든 HDR 규격으로 LG전자 제품에 쓰인 것과 같은 것이다. 하이센스는 HDR 기능을 갖춘 4K TV ‘H10’을 공개했다. 이 제품의 최대 밝기는 1000니트다. 창홍도 CES 2016에서 돌비사와 돌비 비전과 관련해 계약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 ▲ 시그니처 올레드 TV의 두께는 2.6mm에 불과하다. /한동희 기자
화질을 제외하고는 TV 업체들의 '다이어트' 싸움이 이목을 끌었다. 두께를 2mm대로 줄이면서 최대한 얇은 TV를 내놓은 업체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LG전자가 CES에서 발표한 초고가(高價)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의 올레드 TV 제품의 패널 두께는 2.57mm에 불과했다. 뒷면에 유리 기판을 더해도 두께가 5mm다. 이 제품은 이른바 '초박형' 디자인의 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디자인을 위해 스피커는 하단의 스탠드 역할도 했다.
삼성전자 SUHD TV의 패널 두께는 3mm대 수준이다. SUHD TV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한 LCD 제품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올레드보다 두꺼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레드에 근접한 수준으로 따라왔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6mm 이하의 두께는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6보다도 얇은 수준이다.
두께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과 경쟁하는 데 애를 먹은 부분이기도 했다. TCL의 슬림형 제품은 10mm, 하이얼은 8mm 수준이었다. 일본 소니는 약 4.9mm로 선방한 모습이었다.
TV가 얇아지다보니 스피커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지고, 이에 따른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가 눈에 띄기도 했다. 일부 제조사들은 스피커가 스탠드처럼 활용되고, 나사 구멍이 보이지 않도록 360도 디자인을 적용했다.
국내 TV 제조사 관계자는 "얇게만 만들면 균형이 깨질 위험이 있다"며 "사용 편리성 측면에서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하면서 음질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출처 및 저작권: 조선비즈 한동희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8/20160108028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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