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내년 중학교에 입학하면 정규 교과 과정으로 프로그래밍 영역이 중심이 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 7월23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 전략보고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관계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했다.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초등학교는 희망 학교에 한해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수업을 도입하고 2017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학교는 기존 정보 교과를 소프트웨어 교과로 개편한 뒤 당장 내년 신입생부터 소프트웨어 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도입되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선택과목으로 분류해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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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방침과 달리 현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SW 교육을 위한 중요한 기본 요소로 교사가 꼽히지만 교사의 수, 역량 등이 준비돼있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상수 소프트웨어 교육연구소장은 “교사 역량이 안 되면 아이들을 이해시키기보다는 무조건 따라하게 하거나 외우기 식으로 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주입식 코딩’이 될 확률이 큰 셈이다.

결국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교사다. 학생들을 ‘교육’하기에 교사들은 충분히 ‘교육’돼 있을까. 송상수 소장은 “교과서나 교육과정, 교사양성 등 사실상 제대로 준비된 것 없이 그냥 내년부터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장 내년 입학생부터 SW 교육을 해야 하는 중학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손병길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와 고등학교(일반계고교)의 정보과목 담당 평균 교사 수는 학교당 0.36명으로 한 학교에 교사 한 명도 없다. 그나마 정보 과목 담당 교사 가운데 정보(컴퓨터) 전공자는 28%에 불과했다. 또한 국내 교육대학 13곳 중 10개교에서만 정보 강좌를 교양필수로 운영하고 있었다. 사범대학의 컴퓨터교육학과 수는 2007년 19개에서 2013년 13개로 줄어드는 오히려 추세다.

박치동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지난 7월3일 열린 ‘문이과 통합형 개정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교육 반영을 위한 공개토론회’ 자리에서 SW 교육을 위해서는 양질의 교사 양성이나 연수 및 충원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학사는 “(2007년 당시) 급하게 모든 학교에서 정보 교과를 개설하여 운영하자니 부득이 대학에서 정보(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를 임용하기보다는 여타 교과의 과원교사를 대상으로 부전공과정을 연수시켜 현장에 투입했다”라며 “부전공과정을 이수한 교사가 모두 역량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겪었던 정보 교육 실패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교사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서둘러 정책을 밀어부쳤던 데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부처인 교육부는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교육부내에서) 여러 의견이 있는 상태에서 미래부가 행사를 한다고 자료를 내라고 해서 낸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박 장학사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9월달에 총론이 확정된다”라며 “9월까지 각론을 만들고 교육과정 개정이 확정되면 영역별로 TF팀을 꾸려 그 다음에 교과서를 만들고 교사 직무 연수 등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 학기 첫 날, 교사가 학생과 함께 ‘새 SW교육 교과서’를 받는 장면이 단순한 상상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출처: http://www.bloter.net/archives/20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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