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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

IT업계 수도인 실리콘밸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환영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MS를 한물간 퇴물 취급하거나 예전처럼 경쟁사를 무자비하게 짓밟을까봐 피하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다.


이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회사들은 MS 경영진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사 제품이 MS 제품과 문제없이 호환될 수 있게 협력하는가 하면 MS의 성공에 기꺼이 성원을 보낸다.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에는 4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는 활력 넘치는 외교적 수완으로 실리콘밸리를 사로잡았다.


한때 MS는 내편이 아니라고 여겨지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리거나 흡수하곤 했다. MS의 윈도 운영체제가 컴퓨팅을 정의하던 시절에는 이런 전략이 통했겠지만 IT 업계는 이제 더이상 어느 하나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소비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업 기술 구매자들은 서로 다른 소스에서 나온 기술을 뒤섞어 사용하며 이런 기술들이 서로 매끄럽게 작동하길 기대한다. MS도 시류에 편승하든지 뒤쳐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가 온 것이다.


나델라 CEO는 외부와 협조하고 무언가를 배우는 자세를 몸소 보여주었다. 신생업체들과 만나고 경쟁사와 계약을 맺고 MS 제품에 대한 대안을 받아들였으며,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기술 도입도 주저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다른 업체들을 보고 배우라고 주문하는 한편 외부 기술을 무조건 적대시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심으려 애썼다.


MS 셰어포인트, 원드라이브 서비스와 경쟁관계인 파일공유시스템 박스의 애런 르비 CEO는 “나델라의 리더십 하에 MS는 기질 뿐 아니라 극적인 항로 전환에도 성공했다. 기업 재창조의 사례연구 대상인 셈”이라고 평했다.


불과 3년전만 해도 르비 CEO는 제품 프리젠테이션에서 당시 MS 수장이던 스티브 발머 영상에 콧수염을 그려넣으며 조롱할 정도로 MS를 싫어했다. 하지만 나델라와는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엔 MS가 새로 내놓은 모바일 이메일 앱을 극찬하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했다.


IT 업계 일각에서 MS는 여전히 ‘없는’ 존재다. 스냅챗, 핀터레스트, 스타벅스 같은 인기 모바일 앱의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버전을 만든 개발자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신제품의 3%에만 탑재되는 윈도 버전을 만드는데 관심이 없다. 나델라 취임 뒤에도 MS의 모바일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하지만 2013년 8월 발머가 은퇴를 발표한 후 MS 주가는 29%나 상승했다. 지난 11월엔 2000년 이래 최고치인 50.0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컴퓨팅 분야를 혁신시킨 MS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젊은 프로그래머에 대한 영향력도 약해졌다. 특히 윈도8을 둘러싼 사측의 정책적 실패가 문제를 심화시켰다.


소셜미디어 스타일의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드는 스타트업 슬랙테크놀로지는 윈도용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데 관심있는 개발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전임자와는 달리 나델라 CEO는 차세대 엔지니어들 사이에 MS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IT 신생업체에 투자하는 시애틀의 마드로나벤처그룹은 지난 여름 신생업체 경영진과 MS 경영진 간 만남을 위한 세션을 주최했다. 나델라가 가장 신임하는 부관 중 한 명인 스캇 구스리 부사장도 참석한 자리에서 마드로나측은 이들 신생업체를 소개하며 MS와의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맷 맥클웨인 마드로나 파트너는 “발머 CEO 재직 중에도 이런 세션을 가지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한다. 발머 자신도 새로운 인물을 CEO로 앉혀 MS가 IT 신생업체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빌 [게이츠]과 나에 대해서는 이미 세간의 평가가 굳어졌다. 반면 사티아는 소위 IT 업계 ‘크리에이터’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회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


신생업체들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MS나 파트너사 양측 모두에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듯 하다. IT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앱티오는 나델라 CEO와 구스리 부사장의 피드백을 토대로, 기업 IT 책임자들이 자사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과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MS의 애저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의 유사 서비스를 신속히 비교해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서니 굽타 앱티오 CEO는 “사티아가 아니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MS는 기업들이 앱티오 상에서 컴퓨팅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구입하기 편하게 자사 비용청구 소프트웨어도 수정했다.


나델라 CEO 휘하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MS 소프트웨어와 경쟁사 제품(비록 그것이 MS의 점유율을 앗아갈 위험이 있다 해도)이 나란히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개발자, 기업들이 유용하게 생각하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국 MS에도 이득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발표한 것 중 하나는 오랫동안 미뤄졌던 애플 아이패드용 MS 오피스 출시였다. 지난 11월엔 오피스 모바일 앱에서 드롭박스의 온라인 스토리지로 스프레드시트나 워드 문서 저장하기를 MS 자체 온라인 스토리지인 원드라이브로 할 때 만큼이나 쉽게 만들었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MS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용 아웃룩 이메일 앱은 MS가 지난 12월 인수한 메일 앱 벤처기업 어컴플리의 제품을 포장만 바꾼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 서비스에 종속되지 않는 안드로이드 버전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사이아노젠에 투자하기 위해 협상 중인데, 이는 나델라 CEO가 MS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기술 트렌드까지 기꺼이 포용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윈도폰에 타격이 될지라도 시장을 장악한 안드로이드를 통해 자사 소프트웨어를 확산시키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나델라 CEO는 MS가 오랫동안 거부해왔던 오픈소스, 무료 기술과도 화해를 시도했다. 지난 11월 독점 소프트웨어 개발자 툴의 일부 소스코드를 개방해 프로그래머들이 나름대로 수정∙강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MS는 지난 가을 애저 서비스를 리눅스계의 샛별 코어OS, 도커와 함께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리눅스는 발머가 “암적인 존재”로 부를 만큼 윈도에 위협적인 오픈소스 대안이다.


알렉스 폴비 코어OS CEO는 “내가 MS 행사에 참석해 MS CEO가 리눅스에 대해 우호적인 얘기하는 걸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출처: http://kr.wsj.com/posts/2015/02/05/%EC%8B%A4%EB%A6%AC%EC%BD%98%EB%B0%B8%EB%A6%AC%EA%B0%80-ms%EB%A5%BC-%EC%A2%8B%EC%95%84%ED%95%98%EA%B8%B0-%EC%8B%9C%EC%9E%91%ED%96%88%EB%8B%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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