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Bedford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쿼키는 가장 유망한 아이디어를 골라내 개발, 제조, 유통까지 진행한다. 쿼키의 벤 카우프만과 도린 로렌조.

벤 카우프만 ‘쿼키’ 창업자는 지난 가을 투나잇 쇼에 출연해 ‘에그 마인더’를 소개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계란 보관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속에 있는 계란을 세기 위해, 혹은 어떤 계란이 보관함에 가장 오래 들어있었는지 알기 위해 79.99달러를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에그 마인더는 4,000개 미만의 판매고를 올렸다.

반면 그는 고무줄에 고리가 달린 ‘밴딧’을 두고 “내가 본 것 중 가장 바보같은 물건”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쿼키가 판매한 밴딧의 갯수는 83만5,000개가 넘는다.

성공작과 실패작을 구분하는 일은 쿼키가 어려워하는 작업이다. 뉴욕에 위치한 창업 5년차의 아이디어 상품 플랫폼 기업 쿼키는 어떤 발명품이 잘 팔릴지 결정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방법을 다듬으면서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쿼키는 기업가들의 아이디어 중 가장 유망한 것을 골라내 개발, 제조, 유통까지 진행한다. 쿼키는 120일 이내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90만 명에 달하는 쿼키 커뮤니티 회원들의 의견에 의존한다.

쿼키는 현재 쿼키닷컴(Quirky.com)과 홈디포, 아마존 등의 소매업체에서 111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 신제품 52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밴딧이나 구부러지는 멀티탭 같은 소품에서 홈네트워크까지 제품군을 확대할 작정이다.

매주 신제품 아이디어 3,000여 개가 쿼키에 접수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자기 관심분야에 따라 발명품을 검토했으나 접수되는 아이디어가 늘면서 직원들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쿼키는 지난 16개월 동안 특정 제품 라인 3개와 ‘그외 전부’라고 불리는 포괄적인 신제품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총책임자 4명을 임명했다. 투표 시스템을 정비하고 쿼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전적 보상을 분배하는 방식도 변경했다.

Keith Bedford for The Wall Street Journal
2009년 이후 쿼키에 접수된 20만6,000개가 넘는 아이디어 중 500개, 혹은 0.2%만이 개발 단계로 넘어갔고 그중 132개가 실제로 출시됐다.

쿼키 직원들은 매주 새 아이디어 중 가장 좋은 것 십여 개를 추린다. 이 아이디어들을 직원과 쿼키 온라인 커뮤니티에게 개방된 ‘이밸’이라는 시끌벅적한 행사에서 검토하고 투표를 진행한다. 보통 3~5개 아이디어가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는다. 그 다음 뉴욕의 거대한 붉은 벽돌 창고와 3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스케치를 판매가능한 제품으로 만들고 온라인 커뮤니티로부터 디자인, 제품 이름, 기준 소매 가격 등에 관한 제안을 받는다.

쿼키 매출은 올해 1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4,870만 달러를 기록한 것에서 2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2012년에는 1,820만 달러를 기록했다. 카우프만은 쿼키가 3~5년 내 10억 달러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쿼키에는 직원 245명이 일하고 있다.

프로그 디자인에서 사장으로 재직했던 도린 로렌조 쿼키 사장은 디자인을 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장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커뮤니티는 노트북에 보통 케이블을 몇 개나 꽂는지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고, 신용카드 사이즈의 사물함 자물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헬스장 사물함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로렌조는 그러나 투표를 할 때에는 커뮤니티의 도움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과거 쿼키가 승인했던 제품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교육기관이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싱귤래리티 대학의 살림 이스마일 설립이사는 쿼키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함으로써 “매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09년부터 접수된 20만6,000개 이상의 아이디어 중 500개 또는 0.2%만이 개발 단계로 진입했고 132개가 시장에 나왔다. 앱으로 작동되는 스마트 우유 주전자 ‘밀크메이드’는 생산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쿼키는 올해 에그마인더를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아이팟 액세서리 제조사 ‘모피’를 매각한 뒤 2009년에 쿼키를 설립한 카우프만(27)은 실패작들이 올해 출시한 스마트 에어컨 ‘아로스’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윙크’ 등 다른 제품의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윙크를 통해 허니웰 인터내셔널 등 주요 제조업체와 쿼키가 만든 스마트 가전제품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다.

아로스를 창안한 가덴 레슬리 같은 발명가들은 매출의 4%를 받는다. 또, 제품 기능을 제안하거나 홍보 문구 투표에 참여하거나 전기공학, 재료과학, 제품안전 등 전문분야에 기여한 커뮤니티 회원들이 6%를 나눠 갖는다.

타겟에서 머천다이징 책임자로 일하다가 현재 전기전자제품을 감독하고 있는 마이클 설리번 같은 제품매니저들은 이밸 단계까지 올라갈 아이디어 10개를 추리는 과정에서 심한 경쟁이나 중대한 기술적 문제가 있을 법한 아이디어와 적절한 소매업체가 없는 아이디어를 걸러낸다.

설리번은 일주일에 700개씩 들어오는 아이디어를 심사하기 위해 매일 90분을 투자한다. 그는 “일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발명가들이 특정 물건을 찾아주는 제품이나 구부러지는 멀티탭 등 같은 아이디어를 자꾸 제출하지 않도록 설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분석가 20여 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통된 주제와 미해결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제출된 아이디어와 투표 결과를 검토한다. 쿼키는 이 과정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홈 분야에 진출할 수 있었으며 반려동물 용품, 장난감 또는 다른 무언가가 미래의 인기 제품군이 될지도 예측할 수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에 투표하고 그 제품이 실제 만들어지면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 지난 4월 쿼키는 온라인 회원들이 제품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찬성/반대’ 시스템으로 제도를 바꿨고 금전적 보상을 없앴다.

쿼키 애널리스트들은 카테고리별로 어떤 온라인 회원이 제품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 능한지 측정하는 ‘신뢰성 점수’를 개발하고 있으며 온라인 회원의 구매내역, 발명, 제품 디자인에 대한 기여도에 기반해 해당 회원의 가치를 측정하는 점수도 개발 중이다.

RRE 벤처스 공동창립자이자 쿼키 이사인 제임스 D. 로빈슨 4세는 “더욱 다양한 제품 아이디어가 들어오고 카테고리가 늘어나기 때문에 선별 과정을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렌조 사장은 “우리가 하는 일에 모범사례란 것은 없다”며 “우리도 계속 발명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kr.wsj.com/posts/2014/07/08/%EC%95%84%EC%9D%B4%EB%94%94%EC%96%B4%EB%A7%8C-%EB%82%B4%EB%A9%B4-%EA%B0%9C%EB%B0%9C%EC%97%90%EC%84%9C-%EC%9C%A0%ED%86%B5%EA%B9%8C%EC%A7%80-%ED%95%B4%EC%A3%BC%EB%8A%94-%EA%B8%B0%EC%97%85-%EC%BF%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