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BRIELA HASBUN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에르메스와 애플의 디자인 수장인 피에르-알렉시스 뒤마(왼쪽)와 조너선 아이브.

애플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해 제작한 1,500달러짜리 애플워치를 선보였다. 하지만 조너선 아이브(48) 애플 디자인 총괄은 애플이 명품의 특징인 ‘익스클루시브’함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워치 에르메스’ 공개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런 용어는 왠지 거북스럽다”고 말했다.

명품업체와의 첫 협업인 이번 콜라보 작업에서 아이브는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를 택했다.

에르메스의 후광은 단순한 첨단기기 제조사 이상으로 비쳐지기 원하는 애플의 높은 제품 가격을 정당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애플이 신형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등을 선보인 이번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었다. 아이브와 에르메스 아트디렉터 피에르-알렉시스 뒤마(49)는 신제품 공개 행사 후 가진 합동 인터뷰에서 애플워치 에르메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를 제작하기 위해 우선 애플은 그간의 전통을 어느 정도 깨야 했다. 지난해 애플이 첫 웨어러블 기기를 발표하기 전, 아이브는 에르메스에 콜라보 제안을 했다.

“발표도 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논한다는 자체가 애플로선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양측 대표는 지난해 10월 에르메스 본사가 있는 파리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협업하자는데 합의했다.

애플은 에르메스가 자사 시계에 사용해 온 세 가지 폰트를 애플워치 에르메스 다이얼 디자인에 적용했다. 시계 화면에 에르메스 유저 인터페이스가 디스플레이 될 때는 애플 이름이나 로고가 보이지 않는다.

JOSH EDELSON/AGENCE FRANCE-PRESSE/GETTY IMAGES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내달 5일부터 미국과 중국, 프랑스, 스위스 등 14개국의 애플 및 에르메스 매장에서 시판된다.

이처럼 애플이 주인공 자리를 내준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브는 “애플에 23년간 몸담아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애플이나 에르메스 양사 모두에게 최고가 제품은 아니다. 에르메스 쿼츠 시계에는 두 배 이상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으며, 애플워치 ‘골드(에디션)’ 모델 가격은 1만7,000달러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같은 고가의 IT 제품은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루카 솔카 엑산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애플워치 에르메스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지금까지 ‘긱(geek, 괴짜)’스러웠던 애플 라인업에 ‘쿨(cool)’한 요소를 가미해준다”고 평했다.

애플 입장에서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럭셔리 포용 전략의 최근 사례다. 애플은 유명 디자이너 마크 뉴슨과 버버리그룹과 입생로랑 경영진들을 영입하는 등 패션업계와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애플이 영입한 패션업계 베테랑들은 모두 이번 애플워치 에르메스 탄생에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 역시 애플과의 협업으로 얻는 게 있다. 바로 178년 역사의 브랜드가 현대적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가방 등 에르메스 가죽 제품들은 지금도 프랑스의 작은 공장에서 장인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시계가 에르메스 컬렉션에 포함된지는 90년이 됐다.

뒤마는 “우리는 새로운 전통과 옛 전통이 만나는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아이브와 뒤마는 서로의 작업에 대해 오랫동안 경외심을 가져왔다고 치하했다. 뒤마는 1990년대 말 아이브가 디자인한 색색의 아이맥 컴퓨터를 언급하며 달콤한 프랑스 보리설탕과자와 색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이맥 컴퓨터들은 커다란 캔디 같았다.”

애플워치 에르메스 밴드 색상은 회색 등 5가지이며, 에르메스는 자사 가죽 시계밴드 모델 가운데 세 가지(싱글투어, 더블투어, 커프)를 애플워치 에르메스에 적용했다. 밴드는 프랑스에서 제작해 중국으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된다.

아이브는 손목에 두 번 감는 더블투어 디자인을 특히 마음에 두었으나, 생산은 쉽지 않았다. 두 번째 감을 때 줄이 시계 뒷면 아래쪽로 미끄러져, 애플워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손목과의 직접 접촉을 방해했다. 이에 뒤마의 디자인팀은 두 번째 감기는 부분에 패드를 덧대 더 도톰하게 만들어 미끄러지는 문제를 해결했다. 에르메스 가방 손잡이에서 차용한 테크닉이다.

아이브는 “우리의 임무는 소비자에게 삶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게 아니라 필연적이고 명백해 보이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에르메스는 내달 5일부터 미국과 중국, 프랑스, 스위스 등 14개국의 애플 및 에르메스 매장에서 시판에 들어간다. 가격은 싱글투어가 1,100달러(약 130만원), 더블투어가 1,250달러(약 150만원), 커프가 1,500달러(약 180만원)다.

뒤마와 아이브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콜라보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브는 자신과 뒤마가 애플워치 에르메스 제작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고 해서 애플워치 에르메스가 다른 애플워치보다 특별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애플워치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349달러짜리 ‘스포츠’ 모델과 한번 비교해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나 제조에 똑같이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출처: jaeyeon.woo@wsj.com

http://kr.wsj.com/posts/2015/09/14/%EC%95%A0%ED%94%8C-%EC%A0%84%ED%86%B5-%EA%B9%A8%EA%B3%A0-%EB%AA%85%ED%92%88%EC%97%85%EC%B2%B4-%EC%97%90%EB%A5%B4%EB%A9%94%EC%8A%A4%EC%99%80-%EC%86%90%EC%9E%A1%EC%9D%80-%EC%9D%B4%EC%9C%A0/?mod=WSJKor_WSJKRHome_what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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