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LG전자의 성적이 부진합니다. 지난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든 2441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LG전자의 기대주였던 스마트폰 ‘G4’는 결과적으로 마케팅 비용만 소진했습니다. 최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발표한 올레드TV도 LG전자가 기대하는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작들이 성과를 못내면서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돌 전망이라고 합니다. 구글이 LG전자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 만큼 LG전자의 위기는 이제 오래된 이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LG전자의 위기에 대한 삼성전자의 시선입니다. 최근 만난 삼성전자 임원은 “LG전자가 어려워지면 삼성전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LG전자의 부진이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우려가 내부에 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두 회사는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보기술(IT) 인력을 키워 왔고, 알게 모르게 중요한 정보들을 공유하며 세계 가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해왔다는 겁니다. 실제로 1969년 전자공업진흥법이 만들어지고 후발주자로 삼성전자가 출범했을 때 초기 인력 30여명은 1958년에 설립된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이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중간 간부는 “올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D램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예년만 못한 가전과 스마트폰 실적 때문에 걱정이 많다”면서 “삼성전자가 확실한 차세대 먹거리를 찾은 것도 아니어서, LG전자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중국 때문입니다. 올해 IFA에 참가한 중국 기업수는 전체의 20%나 될 정도로 350개에 달합니다. 화웨이, 스카이웍스, 창홍, 하이얼, 하이센스 등 대형 브랜드도 여럿 됩니다. 

글로벌 무대를 누비는 중국 기업들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제품을 혁신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일본 기업을 꺾었던 것처럼, 지금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을 턱 밑까지 추격했습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탁기 파손 책임을 두고 맞고소하는 ‘세탁기 전쟁’을 벌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독일 베를린의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검찰은 LG전자 사옥을 압수수색하고 조 사장을 소환조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오랜 경쟁자인 LG전자를 바라보는 속마음을 들으니,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세탁기 전쟁 때보다 마음이 더 착잡해집니다. 

1970년 전자공업 육성을 맡았던 윤경우 당시 상공부 전자공업진흥과장은 두 회사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 TV 등 전품목에서 엄청난 경쟁을 했습니다. 사이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가 하면, 소니·내쇼날·도시바·NEC·산요 등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고 합작법인을 만들었던 일본 기업들이 다 손들고 나갈 정도였어요. 경쟁이 없으면 약해집니다. 그것이 지난 50년 한국 전자산업의 역사였습니다.” 

LG전자의 위기는 삼성전자의 위기일 수 있습니다. LG전자가 빨리 실적을 회복해 삼성전자와 계속 경쟁하면서 세계 전자산업의 2강 체제를 유지해가길 기대합니다.



출처: 류현정 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9/20150909031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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