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신제품 공개 행사를 보기 위해 한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2시 노트북을 켰다. 새벽이었지만 인터넷 공간은 애플 발표를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애플이 보여줄 혁신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고 애플이 스타일러스 펜 ‘애플 펜슬’을 소개하자 국내 SNS 반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콧대 높은 척 하더니 결국 삼성전자를 따라한다”며 비아냥 거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고(故)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애쓴다는 글도 보였다.

이런 격한 반응은 잡스가 생전 “가장 뛰어난 필기구는 손가락이다. 아무도 스타일러스 펜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임인 쿡 CEO는 잡스의 원칙을 깨고 스타일러스 펜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그 사실을 이번 행사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애플 놀리기에 동참했다. 행사 직후 삼성전자는 영국 공식 트위터 계정(@SamsungMobileUK)을 통해 ‘Ummm...S-Pen(음...S펜)’이란 글과 함께 ‘#SoundsFamiliar(비슷한 것 같다)’라는 글을 해시태그로 달았다. 최근 자신들이 먼저 선보인 갤럭시노트5의 스타일러스 펜 ‘S펜’과 애플 펜슬이 비슷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정말로 S펜을 흉내내 애플 펜슬을 개발했다고 해도, 비웃을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로선 오히려 긴장해야 할 일이다. 이날 쿡 CEO는 애플 펜슬과 함께 스마트 키보드를 선보이며 “아이패드 프로가 더 강력한 비즈니스용 단말기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프로를 앞세워 기업간 거래(B2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직원이 각각 무대에 올라 아이패드 프로에서 MS오피스와 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두 직원 모두 애플 펜슬을 사용했다. 또 애플은 의사가 아이패드 프로 화면에 환자의 뼈 이미지를 3차원(3D)으로 띄우고 진찰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각종 첨단 기능을 활용한 작업 처리 시연에 현장을 채운 관객들은 연신 환호성을 터뜨렸다.

애플이 지난해 9월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했을 때도 국내에서는 “쿡 CEO가 잡스 정신을 또 위배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과거 잡스는 패블릿(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 제품을 싫어해 3.5인치 아이폰만 고집했다. 반면 쿡 CEO가 내놓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화면 크기가 패블릿에 버금가는 4.7인치, 5.5인치였다. 

이 두 제품은 보란 듯이 1억8000만대나 팔려 역대 아이폰 시리즈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과거 잡스의 원칙을 하나둘 깨는 쿡 CEO의 전략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출처: 전준범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1/20150911026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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