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제부터 두서없이 정리되지 않은 채 기록될 것이다. 

마치 우리 인생이 우리의 계획처럼 차례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마치 우리 인생이 띄엄띄엄 내 머릿속에 살아있는 것처럼. 그러나 시간에 흐름에 맞게. 



언제부터인가 꼴에 노트에 조금씩 무엇인가를 끄적이며 내 생각, 의견, 관념을 기록할 때마다 글의 길이에 대한 강박관념과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 누군가. 그 아무 누구도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심지어 어떤 유명한 작가분이 꿈에 나와서 '당신의 글 길이가 너무 짧다.'라고 압박을 준 정도였다. 



이런 '글의 길이'에 대한 압박이 있었던 후에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싫어지고 부담스러워졌다. 

먼저, 글은 기록의 역사이며, 나의 삶을 추억하게 할 요소인데, 길이의 부담감이 나의 추억을 기록할 어떠한 의무이자 나의 권리를 무겁게 했다. 

그리고 나의 글은 오로지 나 자신밖에 보지 않는데, 내가 나의 글에 만족하지 못함으로 인해, 나 스스로 삶 혹은 삶을 기록하는 시간에 관해 부담을 느끼며, 오히려 꺼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


그리고 며칠 후에 혹은 몇 시간의 곱절을 넘어선 후에. 


'글 길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글 길이가 긴다면 글을 잘 쓰는 것인가?, 글 길이가 짧다면 반대로 글을 못 쓰는 것인가? 


'글의 파괴력'에 대해도 생각해본다. 

짧은 문장 가운데 강력한 문구를 삽입함으로 인해 파괴력을 지닌 글이 좋은 글인가? 

긴 문장 가운데 글의 흐름을 통해 뜨거운 울림의 파괴력을 주는 글이 좋은 글인가? 



그리고 또 며칠 후에


정답은 애초에 없었기에, 스스로 고민해봤자 그게 그거였다. 

하지만 이 허무한 결론을 예상하면서 했던 고민은 나의 인생에 혹은 앞으로의 짧은 삶에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게 하였다. 


# 글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한다. 

# 나의 글은 길지 않은 아주 짧거나 혹은 짧은 글로 대부분 쓰인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내가 보기에) 


# 그러나 이제 나는 이것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 글이 나의 인생을 반영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참 호흡이 짧은 인생을 살았다. 

긴 호흡으로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 

단지 짧은 시간 최선을 다하고 - 쉬고 - 다시 짧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어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긴 선을 완성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의 글도 그렇다. 

짧다. 하지만 끊어지지 않는다. 

짧다. 그래서 부러뜨리기도 어렵다. 


이제 글이 인생을 반영한다면. 인생도 글을 반영해야겠다. 


끊어지지 않고 

부러뜨리리 어려운 

그러나 진득하고 멈추지 않는 


긴 선을 만드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고 

짧은 호흡을 계속해서 쉬지 않는 

그래서 조금은 부지런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글. 

그런 인생. 

그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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