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신규 진입을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 상승 속도도 둔화됐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2분기 기준으로 여전히 연 7%의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멀찌감치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흔들리는 중국시장 성공 키워드는 "펀더멘털 분석과 장기투자"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BCC(Business Connect China)의 공동창업자인 테드 린(Ted Lin·林宜德, 사진) 회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후 한국 지사(지사장 김세훈)를 설립한 이후 중국 시장 진출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원하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역사는 오래지만,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만 보고 섣불리 덤볐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면서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간 BCC를 비롯한 중국 컨설팅 회사들이 자국 시장에 특화된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앞세워 급성장 한 것도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다고 린 회장은 덧붙였다. 

BCC는 중국 전역에 10만명에 달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컨설팅업체다.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유수의 기업들을 비롯해 국적과 산업분야를 달리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중국 진출 시 효과적인 전략 수립을 수립하도록 돕고 있다. 

매킨지와 보스턴컬설팅(BCG), 베인앤컴퍼니 등 서구의 대표적인 컨설팅업체들은 물론 대표적인 한국형 컨설팅 회사인 티플러스(T-Plus)와도 중국 사업 관련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도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고객사 방문을 위해 방한한 린 회장을 22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났다. 

―중국 증시 불안에 경기 성장도 둔화되면서 중국 진출을 망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투자자들과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국가의 경제상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성장률, 물가상승률, 실업률, 경상수지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나가는 투자자들은 계속 수익을 낼 것이다. 이 두 가지만 확실히 한다면 앞으로 몇 년간 중국 경제가 어떻게 변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고객에게 특히 두드러지는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중국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 기업의 경우 현지에 기반을 둔 한국인들이나 한국 기업의 도움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의사소통 문제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장조사의 경우 현지 기업에 맡기는 편이 낫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차량공유업체 우버나 숙박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도 중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까다로운 것도 현지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매킨지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도 중국에서 현지화가 잘 되어있는데도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중국 비즈니스에 관한 조언 부탁한다. 

모두가 중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중국 진출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한 발짝 물러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국에서는 관시(關係)가 중요한 만큼 오랜 시간 진전이 없다면 중국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새로운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 있는 전문가를 투입해 충격파(shock wave)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중국 담당자는 신뢰도가 높은 인물을 선발해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닐 수 있다. 

―현지 인력을 담당자로 고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인물이고 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중국 사람들의 비즈니스 관행이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중국 기업의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당장 컨설팅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기업 관련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중국의 상장 기업은 중국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 : State Administration for Industry and Commerce)에 수익과 매출 등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해당 기업의 고객사 등을 통해 추가 정보를 수집해 주문 물량과 재고 등을 등록된 자료와 맞춰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결과 문제가 없더라도 전체 업계 평균보다 지나치게 실적이 좋다면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원자재를 다른 업체보다 훨씬 싸게 공급받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만계 미국인인 린 회장은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UC 어바인)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08년 BCC 창업 전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 투자회사인 베스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와 매킨지 등에서 근무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서구 국가에 비해 저렴한 것이 거꾸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BCC의 서비스 요금은 서구의 주요 컨설팅 회사보다 약 30% 저렴하다)

큰 그림으로 보면 중국 관련 컨설팅 시장도 여전히 매킨지와 BCG 등 서구 기업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은 여전히 이들 기업에 취업을 1순위로 생각하겠지만, 기회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을 수급받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들 업체들이 우리 협력사라는 것은 물론 큰 도움이 된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눈부시다. 한국 기업들이 쫒기는 입장이 됐는데 중국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는 없는지 궁금하다. 

중국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품질 경쟁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온다고 해서 로우엔드(중·저가) 시장으로 떨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는 언제나 도요타다. 한국 제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단 가격 경쟁에 발을 들이고 나면 살아남기 위해 품질을 희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기업 관련한 온갖 정보와 경험담 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컨설팅 사업이 여전히 각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에 정보가 많다고 하지만 상황에 딱 들어맞는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컨설팅 회사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면 경쟁력을 논할 필요도 없겠지만, 컨설팅회사의 경쟁력의 원천은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제공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모방하기 어렵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26/20150826019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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