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사이드] 삼성·LG·애플 위협하는 로컬 맹주들

中·印尼·터키 등 토종기업 
휴대전화·TV·냉장고 등서 가격경쟁력 갖고 시장 장악
이제 '시장 독식'은 옛말

인도네시아는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인구가 넷째로 많다. 본래 이곳의 휴대전화 1위 업체는삼성전자였다. 하지만 올 2분기 삼성은 인도네시아에서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대신 현지(로컬) 업체에버코스가 시장점유율 18.5%를 기록하며 16%인 삼성을 앞질렀다. 에버코스는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IT(정보기술) 업계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는 각국 현지 업체들의 강세(强勢)가 두드러지고 있다. TV·에어컨·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에 이어 휴대전화·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까지 글로벌 기업을 위협하는 지역 맹주가 속속 나타나는 추세다.

'기타'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

4~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 2015'에는 아르첼릭(Arcelik)이라는 업체가 전시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참가했다. 터키 최대 생활가전 업체인 이 회사는 TV부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신제품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연매출 58억달러(약 6조9000억원)가 넘는 아르첼릭은 최근 자국 시장을 넘어 중국·남미 등 해외로도 발을 뻗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시장에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시장인 중국에서 1위는 샤오미, 2위는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 역시 현지 기업 마이크로맥스·인텍스·라바가 각각 2위, 4위, 5위를 달린다.

IT 분야별 주요 현지 업체들 정리 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2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애플을 뺀 나머지 업체의 점유율은 50.2%에 불과했지만 올 2분기에는 64.6%까지 늘었다. 점유율 상위 10위 안에 들지 못하는 '기타'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5.7%에서 28.8%까지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 스마트폰 업체다. 태블릿PC는 아예 특별한 브랜드가 없거나 로컬 업체 제품을 뜻하는 '화이트박스' 종류가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TV도 비슷하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LG·소니(일본)·TCL(중국) 등 글로벌 TV업체 1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1분기 14.7%에서 올 2분기 21.6%로 크게 늘었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예전처럼 삼성, 애플이 시장의 50%를 넘게 차지하고 과실을 독식하는 현상은 더 이상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평준화에 가격 경쟁력 확보

본래 휴대전화·TV 등 주요 IT 시장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세계시장을 독차지해왔다. 휴대전화는 과거 핀란드의 노키아가 세계시장을 휩쓸었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을 양분했다. TV 역시 일본 소니·파나소닉이 장악하다가 현재는 삼성과 LG전자가 글로벌 1, 2위를 달린다.

강자(强者) 몇몇이 시장을 주름잡던 시대를 지나 현지 업체들이 차츰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우선 기술력의 차이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2007년 이후 삼성·LG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스마트폰 화면 소재부터 카메라, AP(응용프로세서) 등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나면서 점차 기술 발전 속도는 더뎌졌고, 현지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을 여력이 생겼다.

TV용 디스플레이도 LCD(액정화면)가 사실상 기술 표준이 된 지 10여년이 지나도록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제외하곤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별로 없다. 이 틈을 타 중국 하이얼·하이센스와 미국비지오, 유럽 AOC·TP비전 등이 기술 격차를 따라잡은 것이다.

로컬 업체는 가격 경쟁력도 높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인건비도 저렴해 글로벌 기업들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크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부진하고 제품 차별화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중소·현지 기업의 제품 매력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4/20150914000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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