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라이벌’ 삼성과 LG가 자동차 전장(電裝) 분야에서 맞붙는다. 
삼성전자가 9일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2013년부터 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을 운영해 온 LG전자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삼성과 LG 모두 휴대전화 사업 부진 및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회사가 나란히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에 눈길을 돌리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전장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전자장치와 IT 장비를 총칭하는 개념. 인포테인먼트, CID(중앙정보처리장치),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범위가 넓다. 과거 자동차 사업에서 고배를 마시고 ‘바퀴 달린 건 안 만든다’는 말까지 나온 삼성이 ‘후발주자’로서 전장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보일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전제품·스마트폰 이어 자동차 부품시장서 격돌

전자 산업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해온 삼성과 LG의 경쟁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높다. 과거엔 LG가 선도하던 시장을 삼성이 따라잡은 사례가 많았다. 국내 전자산업은 LG전자의 전신(前身) 금성사가 주도했지만, 삼성전자가 뒤늦게 뛰어들었다. 에어컨·냉장고 등 백색 가전제품 시장도 LG가 우위에 있다가 삼성이 뒤늦게 치고 올라왔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의 일방적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선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만만치 않다. 소비재가 아닌 B2B(기업간 거래) 위주인 자동차 전장사업은 신뢰성과 품질, 오랜 사업 경험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 LG전자는 이미 완성차 업체나 다른 부품업체들에게 제품을 공급하면서 실적과 신뢰를 쌓았지만 삼성은 이제부터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과거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었던 전력도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삼성이 다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친환경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LG가 삼성보다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LG는 2000년 후반부터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친환경 자동차 분야에 대한 사업을 준비해왔다. LG전자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2013년 7월 자동차 부품(VC) 사업본부를 출범했다.


◇“친환경 자동차 기술력 우위” 수성(守城) 자신하는 LG전자


LG전자 VC사업부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미국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에 구동모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11종 등을 납품할 예정이다. KDB대우증권 박원재 연구원은 "구동 모터는 핵심 부품 중 하나인데, LG가 납품하게 됐다는 것은 기술 검증 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부품을 납품하는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Chevrolet Bolt EV)’

LG전자 내부에선 VC사업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본준 전 LG전자 부회장이 이번에 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VC 관련 신사업에 대한 투자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VC부문 투자액도 MC(모바일커뮤케이션)부문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LG전자는 올 한 해 동안 VC사업부 신모델 개발과 연구개발에 2070억원을 투자했고, MC 부문에는 한 해 동안 2520억원을 투자했다.


VC사업부가 아직 적자를 내는 것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는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다. LG전자 관계자는 “VC 사업부는 초기 투자금액이 많았기 때문에 당장의 적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기본체질부터 다지고 역량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매출을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LG화학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고 LG이노텍은 자동차용 통신모듈 시장에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3년 안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안타증권 이재윤 연구원은 “LG전자의 VC사업부는 2017년~2018년이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LG그룹이 기술적으로 선도하고 있어 IT산업이 전반적인 저성장 국면인데도 차별화된 성장 아이템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에 계열사 역량 집중” 공세 나선 삼성전자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에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R&D(연구개발) 역량, 계열사들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는 응집력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따라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조짐을 보이면 삼성이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금세 전세를 뒤집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계열사 중 선두주자격인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앞으로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들어 삼성SDI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중국 시안(西安)공장은 연간 약 4만대 분량의 고성능 전기자동차(순수 EV기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총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라인을 증설한 후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단기간 내 전장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계열사 간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한 자동차 산업이 아닌 포스트 자동차 시대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워치의 연동을 수차례 선보인 바 있고,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진출 가능성도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차량용 전장부품과 디스플레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흥국증권 오세준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사업에 뛰어들며 2004년부터 사업 다각화를 모색해 왔다. 출발은 늦었지만, 실제 결과물이 나오면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0/2015121002677.html?outlink=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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