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컴퓨터 소프트웨어(SW)를 초·중·고교의 정규 과목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지 반 년이 넘게 지났지만 결론을 못 낸 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선 뉴욕 시카고 등 30여개 시정부가 올가을부터 공립학교에 코딩 수업을 개설하기로 합의하는 등 SW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작년 10월 소프트웨어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SW를 초·중·고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1월 교육부와 ‘초·중등 SW 교육 강화 실무작업반(TF)’을 구성했다. 이 TF는 출범 초기 몇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SW 교육 강화를 위한 로드맵조차 내지 못했다. 지난달부터는 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았다. 4월 예정됐던 전문가 간담회, 워크숍 등은 세월호 사고를 이유로 무기 연기했다. 시·도 교육청의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TF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교육과정 개편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부가 소극적인 탓이다. SW를 정규 과목으로 만들려면 기술·가정 등 기존 필수 과목을 줄여야 한다. 그 경우 기술·가정 등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반발을 교육부는 걱정하고 있다.

영국이 올가을부터 초등학교에서 SW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치기로 하고,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SW 프로그래밍 배우기를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미국에서 컴퓨터 코딩 수업은 인터넷 확산 속도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산수(arithmetic)에 이어 이제는 코딩(coding)’이라며 SW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코딩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약 2만명의 교사들이 코딩 수업을 도입했다. 유치원에서부터 12학년(고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코딩 수업을 받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40개 고등학교에서 60명의 교사를 훈련시키고 있다. 내년에는 수업을 더 많은 고등학교와 중학교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시카고 교육청은 시내 187개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과학을 5년 내에 졸업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몇년전까지 미국 부모들도 컴퓨터과학을 부속 과목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엔지니어가 각광받는 직업이 되면서 달라졌다. 코딩 기술을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기 위한 기초로 여기는 부모들이 크게 늘었다. 엘리엇 솔로웨이 미시간대 교육학과 교수는 “코딩 수업의 확산 속도가 전례 없을 정도로 빠르다”며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출처: http://search.hankyung.com/apps/news.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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