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기업 40% "개발인력 절반도 못채워"

종업원 50명 미만의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업 열 곳 중 네 곳은 필요한 개발 인력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SW 관련 기업 13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18.8%는 ‘필요한 수준보다 절반 가까이 부족하다’고 했고, 15%는 ‘30% 부족하다’고 답했다.

필요인력 대비 20%와 10% 모자란다는 기업도 각각 9.8%였다. ‘적정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기업은 절반에도 못 미친 46.6%에 그쳤다.

특히 종업원 50명 미만 소기업 40개만 따지면 40%가 ‘절반 가까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22.5%는 ‘30% 부족하다’, 10%는 ‘20%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소기업의 72.5%가 심각한 SW 인력 부족을 호소한 것이다. ‘적정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는 기업은 25%에 그쳤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신입 개발자의 수준은 도리어 퇴보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응답 기업의 37% 이상이 ‘다소 퇴보했다’(22.4%), ‘매우 퇴보했다’(14.9%)는 반응을 보였다. 개발자의 수준이 발전했다는 응답은 51.5%였다.

초·중·고교의 SW 조기 교육 확대가 SW 인력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70%를 넘었다. SW 조기 교육이 관련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도움이 된다’가 53.5%, ‘매우 도움이 된다’가 17%를 차지했다.

SW 인재 육성을 위한 중요 과제로는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처우 개선’이란 응답이 2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도급 위주의 SW 산업 개선’(17%)과 ‘SW 제값 받기 문화 정착’(14.4%), ‘초·중·고교 SW 교육 확대’(13.9%) 등이 꼽혔다

 

 

국내 SW인력 6년째 '제자리'…삼성전자도 개발자 꿔다 쓴다

삼성 SW인력 절반 외국인 "사내서도 위기의식 커져" ·조선도 SW 중요하지만 핵심 인재는 오히려 감소

< SW벤처를 향해… > 소프트웨어(SW) 역량은 IT산업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고급 SW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창업보육센터 디캠프에서 SW 벤처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SW벤처를 향해… > 소프트웨어(SW) 역량은 IT산업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고급 SW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창업보육센터 디캠프에서 SW 벤처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잇는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매출은 20억달러로 2위 인텔(14억달러) 등 경쟁자들을 크게 앞섰다.

SSD는 메모리 반도체의 셀 한 개에 2비트를 저장하는 멀티레벨셀(MLC) 방식과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TLC) 방식으로 나뉜다. 경쟁사들이 MLC를 주로 택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TLC가 주력이다.

삼성전자가 TLC로도 선두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하드웨어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조금 다른 분석도 나온다. SSD를 조종하는 컨트롤러 소프트웨어(SW) 역량이 경쟁자들보다 뒤처지는 부분을 하드웨어 기술로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SW가 국가산업 생태계 좌우”

삼성전자 반도체 컨트롤러 부문의 한 박사급 연구원은 13일 “SSD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SW 역량 문제는 앞으로 다른 시장이 열릴 때마다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사내에서도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고급 SW 인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사내 3만9000여명의 SW 인력 가운데 절반가량이 해외에서 일하는 외국인일 정도로 SW 인력 기근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SW 개발은 팀워크가 중요한데 언어도 다르고 작업 장소도 제각각이니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계열사인 삼성SDS에서 SW 전문인력을 빌려 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SW 역량은 단순히 개별 제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의 산업 생태계 전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SW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SW 전문인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SW 인력은 2012년 말 기준 69만3000명으로 그보다 5년 전인 2007년과 비슷하다. 이 가운데 SW기업이 아닌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 내 SW 전문인력은 56만9000명에서 54만4000명으로 4.4% 줄었다.

모바일 AP 설계시장 장악한 ARM

전 세계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시장을 95% 독점하고 있는 영국 SW업체 ARM은 SW 경쟁력이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여준다. AP는 중앙처리장치(CPU), 터치패드, 모뎀, 전력 등 10여개 기능을 하나의 반도체 칩에 담은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애플은 자체 개발한 A6, A7 등을 쓴다.

그런데 퀄컴이나 애플 모두 AP 기본 설계는 ARM의 디자인을 쓴다. ARM은 각 업체들이 판매한 칩 한 개당 1~2%의 로열티를 받는다. 반도체 최강 삼성전자조차 핵심 AP를 퀄컴에서 사오는데, 그런 퀄컴도 알고 보면 ARM에 SW를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이다. ‘ARM이 신제품을 내놔야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온다’는 말까지 있다.

1990년 애플과 영국 에이콘컴퓨터의 합작사로 출범한 ARM은 2800여명의 임직원이 지난해 매출 7억1460만파운드(약 1조2500억원), 영업이익 3억5090만파운드(6140억원)를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49.1%에 달한다.

김진형 SW정책연구소장(KAIST 전산학과 교수)은 “ARM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깜짝 스타가 아니라 SW 인재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공감대 아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대우조선 “SW 전문인력 1.5배로 확대”

전통적 제조업인 조선과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고급 SW 인재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조선업계도 선박과 해양플랜트 설계 SW는 영국 아베바와 미국 인터그래프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이사)은 “현재 200여명인 SW 전문인력을 1.5배인 3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SW 전문인력을 비슷한 규모로 충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처럼 기계, 전기·전자, 화학 등 다양한 공학이 융·복합하는 산업에선 더욱 SW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서 팀장은 “조선 관련 학과뿐 아니라 기계, 전기·전자 등 이공계 모든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SW 활용 교육을 해야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선 SW업체 GEOS의 신익호 대표는 “고급 SW 인재를 키우려면 대학과 기업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기업은 대학에 프로젝트와 SW를 제공해 실무형 교육을 하도록 하고 대학은 우수한 SW 인재를 배출해 기업에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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