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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앞에서 유로화의 탄생을 축하하는 이들. 

유로화가 탄생하지 못했다면 유럽의 상황은 어땠을까? 1946년 개봉한 영화 ‘멋진 인생’의 주인공 조지 베일리와는 달리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이를 알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영화에서 따뜻한 마음을 지녔지만 자살을 고민하는 조지에게 수호 천사는 그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어땠을지를 보여준다. 그는 자랐고 결코 벗어나지 못한 소도시는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조지는 목가적인 ‘베드포드 폴스’ 마을이 폭력과 범죄가 횡행한 ‘포터스빌’로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로화도 변화를 가져온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유로존은 법을 준수하는 ‘베드포드 폴스’보다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포터스빌’에 더 가까워보인다.

유로존은 여전히 그리스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다른 유로존 회원국 대다수는 수년간 경기 후퇴를 겪은 후에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지만, 최저 수준의 금리, 유로 약세, 그리고 매우 낮은 유가의 도움을 받았다.

많은 국가의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유럽연합(EU)의 평판은 타격을 입었다.

1999년 유로화가 공식 출범한 뒤에 저금리로 신용대출 붐이 일었던 국가들과 독일 사이에 엄청난 경상수지 불균형이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의 정책 기획 부서를 이끄는 장 피사니 페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퍼펙트 스톰’을 위한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지적했다(역자 주: 퍼펙트 스톰이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지만 몇개가 합쳐져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완벽한 태풍이라는 뜻).


어떤 부분으로는 유로화가 정치적인 프로젝트였지만, 유로화 창설은 여러가지 경제적 주장에 의해 유발된 것이기도 했다.

우선 첫째로 1970년대 초에 브레튼우즈 시스템(미국 중심의 고정환율제)이 와해된 후에 독일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많은 이들은 변동환율을 신뢰하지 않았다. 외환 거래를 출렁이게 하고 예측불허하게 만들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피사니-페리는 “변동환율은 용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이 여러 차례 경쟁적으로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시켜 EU 단일 시장이 저해되고 결국에는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은 반면 영국은 변동환율제를 유지해 왔고, 현재까지는 단일시장을 약화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유로화는 유럽을 변동환율로부터 방어하는데 성공한 듯하다. 이는 독일이 주도한 종전의 고정환율 체제가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여러 사태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유럽 국가들이 독일 중앙은행의 강력한 반(反)인플레이션 노선을 감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화는 마르크화의 ‘국제화’와 관련한 독일의 우려에 대한 해결책이며, 미국 달러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마르크화가 준비통화가 되는데 따르는 결과로 여겨졌다. 독일이 유럽 최대의 경제국이기는 하지만, 자국 금융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쇄도했더라면 그에 대처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았을 것이다. 또한 그랬었더라면 마르크화의 가치가 평가절상돼 독일 수출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로화는 성공작이다. 유로화는 국제 준비통화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2%, 달러는 63%였다. 그러나 독일이라는 단일 국가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유로존이 이같은 자금 유입을 독일보다 더 잘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부분이 유로화 창설로 이어진 유일한 경제적 이슈는 아니었지만, 독일의 경제 정책상 우려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독일 경제는 (유로화 도입으로) 통화 변동성과 평가절상을 피하는 등 득을 본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독일이 유로화를 지탱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따른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확실히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유로화가 해결을 목표로 했던 문제보다 더 값비싼 해결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일 통화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엄청나게 더 큰 격랑이 초래됐을 수도 있다. ‘포터스빌’을 한 번 짓고 나면 ‘베드포드 폴스’로 돌아가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출처: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http://kr.wsj.com/posts/2015/08/10/%EC%9C%A0%EB%A1%9C%ED%99%94%EA%B0%80-%EA%BF%88%EA%BF%A8%EB%8D%98-%EB%A9%8B%EC%A7%84-%EC%9D%B8%EC%83%9D%EC%9D%80-%EC%A0%95%EB%A7%90-%EC%8B%A4%ED%8C%A8%ED%95%9C-%EA%B1%B8%EA%B9%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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