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

중국의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정부 실패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는 단순한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단견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발전 역시 특기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당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은 사실이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수조달러를 사들였고, 이 덕분에 위안화 가치가 위안화가 자유롭게 거래됐다면 절상됐을 수준보다 덜 절상될 수 있었다. 더 최근에는 주식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이용하기도 했다. 결국 주가 폭락을 막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중국 정부의 개입으로 나쁜 결과가 나왔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다만, 반대편에서 보면 중요한 몇 가지 진전도 있었다.

첫째는 지난 8월 11일 실시한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 절하다. 고작 3%의 절하였지만 이는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런민은행의 환율정책이 좀 더 시장 지향적으로 된 것이다. 이전까지 런민은행은 위안화의 가치가 하루에 2% 범위 내에서 움직이도록만 허용했을 뿐 이 움직임을 다음 날 환율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제는 다음 날 아침 기준 환율(시초가)을 산정할 때 전날 종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해 시장의 실수요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시장의 움직임대로 환율을 맡겨 평가절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경제성장 둔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중국 당국은 아마도 이 조치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 정치인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반면 런민은행은 자유롭게 환율이 결정되도록 해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추진해왔다. 두 가지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만약 중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중국 정부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유변동환율제 채택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역내와 역외 외환시장의 통합이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즉 준비 자산의 가치를 산정하는 통화 중 하나로 위안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 조건이 (역내와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좀 더 자유로운 외환 거래였다.

그런데도 모두 중국 정부의 환율 개입이 다른 신흥국 화폐의 가치 하락까지 이어지는 '환율 전쟁'을 촉발했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해지고(특히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반면에 미국의 펀더멘틀에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지 1년여가 지나면서 위안화 평가절하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위안화 평가절하로 그 시기가 일러졌을 수는 있지만, 결국 다른 국가의 평가절하도 피할 순 없었을 것이다. 많은 비평가가 말하듯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여러 나라가 경쟁적으로 통화 절하를 할 것이라는 경고는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로 지난 6월 정점을 찍은 중국 증시의 버블이다. 정부는 일관된 정책을 보여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이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중요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가 두 배 이상으로 뛰는 등 급격하게 과열될 때도 정부는 움직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당시 주식시장을 감독하는 중국 관리들은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지켜만 봤고, 이번 버블에 대해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일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과도한 상승세에는 정부도 한몫 거들었다는 것이다. 2010년 중국 정부는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 거래를 합법화했다. 작년 11월 이후 런민은행의 통화완화 정책도 주식시장을 부추겼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뉴스 미디어는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상승세를 지지했다.

하지만 많은 비평가가 놓친 사실이 있는데, 중국 당국이 지난 6개월간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꺾으려는 시도를 하기는 했다는 것이다. 신용 거래를 하기 위해 미리 내야 하는 증거금률을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 인상했다. 또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주식의 수를 늘려 공매도에 대한 투자도 더 쉽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주식시장의 버블을 터트린 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지난 6월 12일 발표인데, 돈을 빌려서 주식거래를 하려는 고객에게 증권사가 해줄 수 있는 신용융자 한도를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종종 권고하는 거시정책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진국은 좀처럼 이런 조언을 따르지 않는 반면 중국과 많은 신흥국은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규제를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의 지급준비율, 주택 구입자의 대출 한도 등을 조정해 경기 하락에 대응하려 한다.

비평가들은 신용거래 제한 등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조치들이 결국 주식시장의 폭락을 야기했다는 이유로도 비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조치 모두 과열된 주식시장을 진정시키려고 했던 것이었다는 점은 맞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런민은행은 몇 년간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을 해왔지 (이번처럼) 평가절하를 위해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점도(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란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문제를 단지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안이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1/20150911018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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