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전 내 안에 불안감을 다시 한번 기억해봅니다.
대량으로 돈이 빠져나간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첫 고속도로 운전이기 때문에 너무나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발령지에 대한 불안감 역시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수원에서 살 곳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을 하루 만에 구해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집을 구했기에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거대한 양의 돈.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그리고 두 달이 흐른 후 내 안에 불안감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여전히 저는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이지만
오늘 저는 빗 길을 뚫고 고속도로 운전을 했습니다. (그것도 안전하게 말이죠)
새로운 발령지에서 두 번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수원에서 집을 구했고, 셀프 도배도 진행했고, 집을 조금이나마 안정화해줄 생활용품도 갖춰두었습니다.
-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거대한 양의 돈이 있으며,
저는 불안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불안을 만드는 것들을 처리해도, 불안이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찾는 ‘안정’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내 안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항상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은 감사할 거리들은
내 안에 ‘안정’과 혹은 ‘평화’가 없어도
내 안에 ‘불안’이라는 감정이 항상 내재하고 있어도
그런데도 내가 감사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을 함께 나눠 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것들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함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나에게 거대한 직, 간접적인 버팀목이 되어준 수많은 사랑하는 그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
그리고 잊을까 봐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약 삼 주 간의 안정화 기간을 함께 해준)을 다 적어봅니다.
(혹여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을 동봉하여 곱절로 감사합니다)
: 첫 수원 여행길과 첫 일 주일 동안 나보다 더 많은 고생을 해준 김혁 + creative25
: 매주 만남을 통해 위로와 기도를 전해준 지훈이 형
: 단톡방을 파서 매일 위로를 해준 구슬이
: 짧은 전화로 ‘밥을 항상 먹으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끊는 호열이
: 한 달간 우리 집에 기거했던 애완인 철상이
: 고향 사람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부동상 실장님
: 구매하지 않아도, 택배를 보관해주는 오렌마마트 사장님
: 카톡으로 시답지 않은 위로를 던져주는 우리 홍콩패밀리(신원, 동휘)
: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더 많이 조사하고 알려주는 갱구님
#creative25 @elsoar
''사람'의 날들 > 오늘의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날, 찌질한 일기 (0) | 2017.02.08 |
---|---|
완벽하지 않은 나를 용서하는 용기 (0) | 2017.01.12 |
규칙을 지킬 때의 '짜릿함'에 관하여 (0) | 2016.12.26 |
추상적인 관념에서 실증적인 행동의 지침으로 (0) | 2016.12.11 |
목표 (0) | 2016.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