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예전에 한 직원이 백혈병을 앓자 전 직원이 머리를 삭발하고 그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죠?
대답:
네. 제 신조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 계급보다 훨씬 중요하다'라는 겁니다.
백혈병에 걸린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모든 직원을 회의실로 불러서 회의했어요.
'우리 친구가 아프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삭발하기로 한 건 한 직원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미용사를 초빙해 사무실 중앙에서 단체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파티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삭발이 끝난 다음, 저는 스카이프를 통해 병원으로 화상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 지내나요? 우리는 지금 당신과 똑같습니다.' 그 친구는 아주아주 감동한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고,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위의 글은 지난 주 조선일보 위클리비즈(2014. 6. 7)에 실린 기사 내용인데요, 감동적인 내용의 주인공은 신발 끈을 대체하는 부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미국의 ‘보아(BOA) 테크놀로지 ’입니다. 내용을 추적하고자 이 회사를 좀 더 살펴봤더니 당시의 상황을 담은 이미지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보아 테크놀로지 미국 본사 직원들인데요,
보아 테크놀로지의 개발부 디렉터인 브렛 Brett(Brett Valdika)을 위한 이벤트 였다고 합니다.
백혈병에 걸린 브렛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빠지자, 그런 그가 우울해하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을 모아 머리
카락을 잘랐습니다. 잘려나간 것은 머리카락이지만, 모두의 마음속에서는 기쁨과 감동, 그리고 행복이 가득했
을 겁니다. 동료의 아픔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 이벤트는 사진을
한장 한장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마음이 뭉클해지게 합니다.
삭발식의 첫 주자는 미국 본사 사장인 Mark Soderberg 였고요, 여성 동료들도 삭발식에 참여했습니다.
보아(BOA) 테크놀로지는 스포츠·아웃도어용 신발에 부착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주력제품은 신발을 묶을 때 흔히 사용하는 신발끈 대신 철제 와이어와 다이얼을 사용하는 기술을 200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보아클로저시스템은 신발끈 없이 신발에 부착된 다이얼을 돌려주기만 하면 연결된 와이어레이스가 간편하고
알맞게 발을 고정시켜주는 미국 보아테크놀로지社만의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기술입니다.
보아의 이 부문 점유율은 95%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는 트렉스타, K2코리아, 코오롱스포츠, 아이더,
밀레, 몽벨,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비트로, 르카프, 와일드로즈, 버즈런 등에서 '보아클로저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국내시장에서 보아테크놀로지는 연간 36.3% 이상의 성장을 보이면서 세계 최고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군요.
이 회사의 CEO인 소더버그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내 관심 순위에서 나중"이라
고 말합니다. 매출이나 수익에 앞서 '우리는 왜 일하는가?' '왜 사업을 하는가?' 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이른 아침부터 지옥철에 시달리며 출근하는 이유는 아이를 돌보고, 여유 시간을 즐겁게 활용하고,
삶을 즐길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내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소더버그 사장도 같은 대답을 합니다. 먼저 직원의
행복이라는 거죠.
그래서 일까요? 보아는 미국 아웃도어 전문지인 '아웃사이드'에서 최근 3년 연속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25개 브랜드' 중 하나로도 뽑혔습니다.
이 회사는 반려견과 함께 출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매일 보통 열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회사로 출근한다네
요.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반려견 동반 출근을 허용했는데, 그 이유는 반려견만 집에 두고 출근하면 신경이
쓰여 회사에서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네요.
이 대목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어린이집을 떠오르게 합니다. 자녀를 둔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1984년(무려 30년 전입니다. 믿겨지나요?)부터 사내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 벤추라 본사에는 직원 300명인데 어린이집 수용 어린이는 100명 정도라고 합니다.
회사는 60만 불의 보조금을 대고 직원들은 다른 사설 어린이집보다 적은 요금을 내고 있는데, 겉보기에는
회사가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익이 남는 장사(?)라는군요. 왜냐하면 구인에 따른 비용과
훈련비용에다 생산성 저하에 따른 손비까지 감안하면 직원 한 사람을 바꾸려면 평균 5만 달러가 들기 때문입니
다. 어린이집이 있어 숙련된 어머니 직원을 붙들어둘 수 있으니 회사의 이익이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세금감면을 받으니 자금 부담이 없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제 잡는
윈-윈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렇게 좋은 방법을 마다하고 뭣 때문에 일하기 힘든 회사
를 만드는 것일까요?
다시 보아테크놀로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이 회사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것은 물론, 업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도 언제든 나가서 한두 시간씩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회사들의 공통점이 근무시간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인데 보아테크놀로지도
어김없군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윤추구? 주주에게 더 보다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서?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추구라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이윤추구를 신뢰하다 보니 급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만 창출하면 된다고 스스로 정당화하는
숫자놀음에 미친 경제적 동물들의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느 대기업 회장님의 말씀대로 10,000 명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한 명의 우수한 인재는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 때는 기업가였던 안철수의 말처럼 그 10,000 개의 먹을거리를 전부 독식하며 차지하고 심지어는
남의 것까지도 다 자기가 가져가버리면 그런 인재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오히려 독버섯인 셈
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이본 취나드 회장은 ‘이익은 서로를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의 대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익에 대한 이보다 현명한 정의
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환자가 된 직원을 위로하고자 사장이 앞장서서 삭발을 한 회사,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하는 회사, 직원의 사정에
맞춰 출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회사 이런 꿈같은 회사는 소설이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속에 우뚝 서 있습
니다. 그것도 창의적인 회사로 칭찬받으면서 말이죠.
많은 회사가 창의적인 인재가 없다고 불평합니다.
하지만 그런 회사를 잘 살펴보면 혹 창의적인 인재가 입사한다 해도 1~2년 사이에 평범한 사원이 될 겁니다.
기업가들을 불평하기 전에 ‘과연 우리 회사가 창의적인 인재들이 충분히 불태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는
가?’ 되물어야 할 겁니다. “아타리가 스티브 잡스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제 발로 회사 문을 두들겼다.”게임회사
아타리 회장이자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의 저자인 놀란 부쉬넬의 말입니다.
기업들이 창의적인 인재를 얻는 방법이 나왔네요.
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면
됩니다. 보아나 파타고니아 그리고 아타리 같은 좋은 회사를 먼저 만든다면 먼저 알아보고 먼저 문을 두드릴
겁니다.
출처: http://www.insight.co.kr/content.php?Idx=3653&Code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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