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카카오 택시 이어 ‘카카오 대리’ 진출도 검토중
업계 “대기업 골목상권 진출” 대리기사들은 환영하며“업체의 폭리 근절할 기회”
그러나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O2O 산업’ 급속한 확산으로 업계 생태계가 충격 빠진다적당한 제어, 상생방안 짜면서 ‘슈퍼갑’ 출현 막아야 한다
“10년 지은 밥에 숟가락 얹을 건가”
대리운전업체는 이러한 주장에 반발한다. 수수료 20%가 절대 지나친 금액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최환석 전국대리운전연합회장(전국대리운전25802580 대표)은 20일 “대리기사들과 업체가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감하지만 ‘수수료 폭리’라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콜센터 운영비와 광고비 등을 종합하면 한 콜당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 중 순수익은 200~300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업계는 특성상 배차 프로그램 앱 개발회사의 영향력이 크다. 업계는 보통 ‘로지소프트’나 ‘콜마너’ 등의 배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특히 로지소프트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일명 ‘로지 연합군’을 형성해 시장을 통제해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로지소프트에 잘못 보이면 연합군에 속할 수 없고 이는 곧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업계 1위인 로지소프트가 대리운전업체 위에서 또다른 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로지소프트는 아직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입장을 내지 않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민기 로지소프트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반대했다. 송 대표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체가 10년 넘게 만들어온 시장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려 한다. 동네 마트가 만들어온 골목시장을 대형마트가 빼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 좋은 플랫폼을 갖고 있는 업체가 왜 하필 대리운전업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2위인 콜마너의 경우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는 반대하면서도 기존 대리업체들이 되돌아볼 점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최경식 콜마너 사업본부장은 “대리기사들이 횡포라고 느낄 만한 업계의 관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콜을 취소했을 경우 무조건 500원씩 수수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 수익에 가깝다. ‘허위 오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다른 방식을 고민했어야 한다.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을 두고 무조건 골목상권을 침해당했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업체들도 기존의 사업 관행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대개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번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두고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눈길을 끈다. 대리운전업법 등을 입법발의하는 등 대리운전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노력해왔던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9일 “다음카카오의 진출이 골목깡패 소탕 기회라는 대리기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업체들의 부당한 관행을 바꿔보려 노력해왔지만 허사였다. 국정감사장에 로지소프트 대표도 불러봤지만 출석도 안 한다. 대리업체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대리운전업법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법천지 상태로 시간만 흘러갔다. 다음카카오가 진출해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들을 한번에 해결해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과 정치권 일부에서 다음카카오의 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건 적어도 다음카카오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대리운전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기존의 대리운전업체들처럼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고 국민적 포털업체로서의 사회적 영향력 유지에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소위 업계 ‘골목깡패’들을 정리하고 시장을 장악한 뒤 되레 ‘슈퍼깡패’로 변신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다음카카오가 수수료 20% 이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정작 다음카카오는 사업 진출 여부에 대해 밝히길 꺼리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일 뿐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골목상권 진출? 새 길을 내는 것?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에 진출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이라는 기존 업자들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좀 복잡한 지점이 있다. 현재 대리운전업체 운영 방식은 고객이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업체가 중간에서 대리운전자를 연결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고객이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을 통해 직접 대리운전자와 접촉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콜센터 인력은 상당 부분 필요 없어지고 대리운전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소비자와 대리운전자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등 일종의 새로운 대리운전 시장이 열릴 수 있다. 다음카카오가 기존의 골목에 그대로 들어가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들어가는 셈이다. 어쩌면 전체 이용 인구를 늘릴 수도 있다.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업 진출과 관련해 벌어지는 논란은 기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에서 비롯된 갈등과 유사해 보이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오투오(O2O: Online to Offline) 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이라는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비단 대리운전 업계뿐 아니라 오투오 산업이 커가면서 각계에선 크고 작은 갈등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요식업체에 부과하는 수수료 문제가 논란이 됐던 ‘배달앱’ 업체들도 새롭게 등장한 오투오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카카오 택시’나 커피 주문 대행 서비스로 곧 출범할 ‘카카오 오더’도 오투오 산업으로 분류된다. 다음카카오만 오투오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메신저인 ‘라인’을 활용해 일본에서 지난 1월부터 ‘라인 택시’를 운영하고 있고 에스케이플래닛도 ‘티맵 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10월 합병할 때 ‘모든 것을 연결한다’(Connect Everything)고 선언한 것처럼 앞으로 사회 각 부문에서 앞다퉈 오투오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시장을 지배하던 사업자들과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새롭게 시장을 석권하는 사업자들의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대리운전업체와 다음카카오 사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오투오 산업이 본격화하며 벌어진 갈등 중 가장 두드러진 다툼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사업자들에게 기술의 발전에 무조건 따라오라며 희생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순 없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진보가 특정 집단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자리잡는 것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비극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산업화 초기 기계의 도입이 확산하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자 기계를 부수는 운동을 벌였다. 노동자들 입장에선 당연한 저항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이었다. 다음카카오에 저항하는 대리운전업자들은 과거 산업화 시기 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업에 진출하면 불가피하게 업계의 승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승자는 패자의 처지에 놓이게 될 기존의 사업주들과 상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카카오는 현재 일부 대리운전업체와 대리기사 단체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한겨레>에 “카카오 택시를 출범할 때도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과 먼저 협업해 준비하고 진출했다. 다음카카오는 플랫폼(일종의 네트워크 시스템) 사업자로서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려는 것이지 기존 시장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사회 공동체 안에서 이해관계자 양쪽이 함께 만족하는 서비스를 개발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토해양부는 “대리운전은 현재 자유업종이라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중개 서비스에 진출하더라도 국토부에 허가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 다만 다음카카오가 진출한다면 지금까지 대리운전 업계의 여러 갈등을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바란다”고 밝혔다.
골목은 지켜져야 한다. 새로운 길도 나야 한다. 더 좋은 보도블록이 있다면 그것도 깔아야 한다. 그러나 골목 그 자체가 형성해온 생태계를 일순간 무너뜨리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다.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의 고민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054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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