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성이 제 미래를 망쳐놓으면 어쩌죠?” 영화 <대니 콜린스>

<대니 콜린스> 감독:댄 포겔먼 출연:알 파치노·아네트 베닝·제니퍼 가너·보비 카나베일


그는 젊었다. 재능도 있었다. 데뷔 음반의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아서 잡지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다. 그는 두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얻을 부와 명성이 혹여 자신의 미래를 망쳐놓으면 어쩌냐면서.

존 레넌이 우연히 그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직접 펜을 들어 편지를 썼다. “친애하는 스티브 틸스턴에게. 부자가 된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나 사고방식이 바뀌지는 않아요. 부자가 되어 바뀌는 게 있다면 용돈 걱정, 끼니 걱정, 지붕 고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이죠. 삶에서 얻는 소중한 경험과 감정과 인간관계는 보통 사람과 똑같을 거예요. 돈이 부족한 시절과 풍족한 시절을 두루 겪은 저와 요코의 말이니 믿어도 좋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존과 요코로부터.”

 

  
 


언제든 연락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적어준 이 편지가 어찌된 영문인지 그에게 배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2005년의 어느 날, 한 수집가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당신이 존 레넌의 편지를 받았어야 할 스티브입니까?” 스물한 살 신인 가수 스티브에게 보낸 존 레넌의 편지가 쉰다섯 살 음반제작자로 살고 있는 스티브에게 뒤늦게 도착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만약 34년 전 그때 편지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당신 삶이 달라졌을까요?”

알 파치노의 연기 그리고 아네트 베닝의 미소

스티브는 빙그레 웃고 말았지만 이 놀라운 소식을 기사로 접한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 댄 포겔먼은 그냥 웃어넘기지 않았다. 세상이 스티브에게 던진 질문에 자신이 대신 대답해보기로 했다. 영화 <대니 콜린스>의 시나리오는 그렇게 쓰였다. 자신의 걱정과 달리 이렇다 할 부와 명성을 얻지 못하고 나이 먹은 실존 인물 스티브. 반면 영화의 주인공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성을 운 좋게 손에 넣은 인물이다. 명색이 싱어송라이터이면서 지난 30년 동안 직접 쓴 노래 한 곡 발표하지 않은 게으른 록스타. 그럼에도 여전히 콘서트는 매진 사례. 왕년의 가수를 보기 위해 왕년의 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 왕년의 팬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연 덕분에 오늘도 대니는 마약과 파티와 낭비로 소일한다.
 

  
 



그때, 뒤늦게 도착한 존 레넌의 편지. 신인 가수의 불안과 염려를 토닥이는 선배님의 따뜻한 한마디. “부자가 된다고 해서 당신의 삶이나 사고방식이 바뀌지는 않아요.” 이런 존 레넌의 믿음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순수와 열정과 재능을 모조리 탕진해버린 스스로가 한심하다. 이제라도 제대로 살고 싶어진다. 존 레넌의 편지를 받지 못했기에 존 레넌에게 보낼 수 없었던 40년 전의 답장. 글이 아닌 행동으로 떳떳하게 써 보이고 싶다. 그때부터, 하지 않던 아버지 노릇을 하려 들고, 쓰지 않던 신곡을 써보려 하며, 가지 않던 아티스트의 길로 되돌아가려는 대니 콜린스. 그가 큰맘 먹고 작은 바에서 조촐하게 공연하는 장면에 이 영화의 제일 중요한 질문이 담겨 있다.

진심을 담아 쓴 신곡을 부르려고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여태껏 지겹게 불러댄 히트곡을 또다시 연호하는 청중들. 다짐은 흔들리고 용기는 작아진다. 대중이 바라는 노래를 부를 것인가, 내가 원하는 노래를 부를 것인가. 남이 가라는 길로 계속 갈 것인가, 내가 가고픈 길로 돌아갈 것인가. 지금까지 내 것으로 챙겨둔 몫을 지킬 것인가, 아직까지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꿈을 좇을 것인가. 그 장면에서 관객은 대니가 된다. 우물쭈물 갈팡질팡. 관객을 대신해서 대니가 허둥대는 것이다.

살면서 많은 걸 잡으려고 애썼는데 이제 보니 실은 많은 걸 놓치며 살았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대니 콜린스>를 볼 준비가 되어 있다. 알 파치노의 저력 있는 연기와 아네트 베닝의 기분 좋은 미소와 존 레넌의 아름다운 음악을 즐길 자격이 있다. 소박하지만 제법 뭉클한 라스트 신의 목격자가 될 기회다.
 

 



출처: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