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무인차·로봇 등에 5년간 1000억원 투자] 

검색 서비스·모바일 메신저,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
기존 사업에 매달리는 동안 해외 인터넷 '공룡'들은 무인차·로봇 사업 뛰어들어
국내·외 기업·연구진 제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

네이버가 14일 로보틱스(로봇), 모빌리티(무인자동차·전기자동차), 스마트홈(가정용 사물인터넷) 등 3대 하드웨어 분야에 향후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인터넷 사업에만 머물러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주로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에 집중해왔다. 검색 서비스인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가 기존 사업에 매달리는 사이에 해외 인터넷 기업들은 앞다퉈 하드웨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사물인터넷 기업 네스트를 32억달러에 인수했다. 무인차 상용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중국 알리바바, 대만 폭스콘과 함께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도 이런 추세에 맞춰 '프로젝트 블루(BLUE)'라는 하드웨어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혁신 기술로 신시장 창출…구글 모델 본떠

프로젝트 블루는 연구·개발(R&D) 조직 '네이버 랩스'를 통해 이뤄진다. 로봇과 무인차 기술 개발에 각각 400억원씩을 투자하고, 스마트홈 기술과 하드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100억원씩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120명 수준인 R&D 인력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로봇, 무인차, 스마트홈 등 하드웨어 분야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블루(BLUE)’를 발표하고 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로봇, 무인차, 스마트홈 등 하드웨어 분야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프로젝트 블루(BLUE)’를 발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구상은 '구글식(式) 모델'을 본뜬 것이다. 네이버는 각 분야 플랫폼(기반 기술)과 소프트웨어(SW)를 연구·개발하고, 하드웨어 제조는 협력업체 등에 맡길 계획이다. 이는 구글이 모바일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했던 방식과 같다. 당시 구글은 OS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업체는 스마트폰 기기를 만드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성공을 거뒀다. 구글은 무인차 역시 시제품과 플랫폼만 개발하고 향후 상용화 단계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생산을 맡길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미 로봇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인 UCLA 데니스 홍 교수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가 개발한 로봇에 네이버의 소프트웨어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분야는 현재 국내·외 제조 기업, 연구진 등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등에 쓰이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처럼 혁신적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을 뒤흔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IT업계는 하드웨어 진출 붐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앞세운 신성장 동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라인은 올 2분기에 처음으로 매출이 역(逆)성장했다. 네이버의 모바일 사업을 이끌어왔던 서비스가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라인 의존도를 낮추고, 네이버만의 성장 동력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해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을 하드웨어에서 찾는다. 가장 앞서 나간 기업이 구글이다. 스마트홈뿐만 아니라 무인차 시장에서도 이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자동차용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들어 폴크스바겐·아우디·혼다·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또 군사용 로봇을 개발하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지난 2013년 인수해 로봇을 이용한 운송 및 육체노동 대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이미 감정 인식 로봇인 '페퍼'를 시장에 선보였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역시 '키바 시스템즈'라는 로봇 업체를 인수해 물류용 로봇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대규모 투자를 성급하게 결정하고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현재 협력 대상으로 데니스 홍 UCLA 교수 외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구글·애플 등이 컨소시엄 등을 발표할 때 제휴 업체를 함께 공개하는 것과 다르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소프트웨어 기업도 새로 등장하는 하드웨어를 알아야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네이버가 로봇·무인차·스마트홈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면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4/20150914039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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