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국 끌어안기’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원자력발전소 해외 진출, 주식시장 선진화 등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자국의 실리도 챙기고 있다. 

21일 영국과 중국 정부가 런던과 상하이 증권거래소간 교차거래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홍콩과 상하이 증시간 교차매매 제도인 ‘후강퉁(滬港通)’과 비슷한 형태다. 

영국 재무부는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위안화 표시 은행채를 발행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마카이(馬凱) 중국 부총리와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 부총리는 영국이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또 20억파운드(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힝클리포인트(Hinkley Point)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중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오스본 장관과 함께 방중한 앰버 러드 영국 에너지·기후변화부 장관도 “중국 기업도 확실하게 영국의 원전 건설 사업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전 사업에는 중국 광핵(廣核)그룹 등이 참여를 추진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블룸버그 제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블룸버그 제공

잉글랜드 남서부 힝클리포인트에 지어지는 원전은 영국 정부가 추진중인 총 245억파운드(44조6000억원) 규모 전력 공급 개선 계획의 중요한 축이다. 힝클리포인트 원전이 완공되면 영국 전체 전력 수요의 7%를 책임지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선진국에 처음으로 직접 자체 개발한 원전을 짓게 되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중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원전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힝클리포인트 원전 완공시기를 당초 2023년으로 잡았지만, 건설을 맡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공동 투자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BBC뉴스는 전했다. 오는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영국 정부가 경제 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스본 장관은 “영국과 중국간 관계가 황금기에 접어들었다”며 “어떤 나라도 영국만큼 중국의 투자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 원전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양국간 협력의 문을 여는 일”이라고 자평했다고 FT는 전했다. 

영국이 서방 선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원전 유치에 나선 것은 중국의 세계화 행보에 기여하는 식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전략과 무관치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서방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 국채를 30억위안어치(약 5500억원) 발행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역외 위안화 허브(중심지) 구축을 통한 영국 금융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도 주요 7개국(G7) 중 제일 먼저 가입 의사를 밝혀 서방 선진국들의 가입을 촉진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 AIIB는 IMF와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이어지는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를 바꾸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외 금융정책 중 하나다. 올해 말 출범하는 AIIB는 중국을 포함한 57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21/20150921017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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