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엄마와 통화를 할 때면 두분의 첫마디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아들, 밥 먹었냐?'


학교생활을 하면서 시간의 문제 혹은 어떠한 다른 이유로 점심밥이나 혹은 저녁밥을 자주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화 속 두분의 첫마디는 '아들, 밥 먹었냐?'입니다.


저녁 10시 혹은 11시 되어서 집에 들어갑니다.

아빠 엄마는 저를 맞아주시며 역시 '아들, 밥은 먹고 왔어?'라고 물어보십니다.


안 먹었다고 말을 하면 언제나 '밥 먹을꺼여 말꺼여?' 라고 물어보십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보니, 가끔은 아빠, 엄마가 물어보는 밥에 관한 질문이 귀찮아 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밥 먹을꺼여 말꺼여?'라고 물어보면, 피곤함마저 몰려옵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서 수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선택하고, 신경을써서

집에오면 더 이상 그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신경쓰기 싫은데. 

그래서 그런 것들은 아빠, 엄마가 알아서 해주시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피곤함이라기 보다는,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는 것일 테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 국제시장을 보고, 

생전 처음으로 아빠 엄마의 '밥 먹었어?'라는 물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물어봐주는 두 분이 내 앞에 살아계신 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두 분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오셨을까요.


지난 50여 년간.

두 분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오셨을까요.


그리고 지난 27년 간.

두 분은 얼마나 자신을 지워버리고, 그곳에 자식들을 채우면서 살아오셨을까요.



감사합니다.

얼마나 많이 두 분이 힘들고 힘드셨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고생하셨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 인내하셨을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프셨을까. 


그리고 감사합니다.

두 분의 모든 고민이 바로 '저'라는 것에 대하여.


두 분의 지난 50여 년간의 인생. 존경하고. 또한 위로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아버지 어머니.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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