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는 나에게 산행이라는 단어보다는 철학 공부이며 인생공부였다. 

많은 깨달음과 감사함의 연속이었고, 그 느낌을 여기에 적는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산행 가운데 해가 뜨기 전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 랜턴 하나에 의존하여 걸어가는 길 가운데 주변을 살필 수 없고, 새벽의 추운 기운과 준비운동이 되지 않는 근육들은 사람을 지치고 포기하게 한다. 

: 랜턴 하나만 바라보고 가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눈에 보이지 않고, 파악할 수 없으므로, 또한 앞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 어둠이 가장 무섭고 힘었다. 

: 그러나 해가 뜨고 뒤를 돌아보면,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쉬운 길 혹은 버틸 길임을 깨닫게 되었다. 

: 나의 인생도 이렇다. 

: 혹여 지금 너무나 힘들고, 어렵고, 어둡다고 느껴진다면, 곧 해가 뜨기 전일 것임을 반드시 기억해두자. 

: 단 몇 분 혹은 몇 시간만 버티면 반드시 해는 뜬다. 

: 그러니 반드시 버티길 바란다. 그리고 어둠이 너무 무섭다면, 잠시만 쉬어가도 괜찮다. 

: 나는 새벽 5시부터 해가 뜨는 7시 30분까지 가장 많은 쉼을 취하고, 가장 느리게 걸었다. 

: 그것은 산행시간을 길게 하였지만, 결론적으로 나를 정상에 이르게 한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나는 느리지만 멈추지 않은 사람이다. 

: 내성 발톱, 허리디스크, 바닥의 기초체력은 산행길을 힘들게 했다. 

: 포기하고 싶은 순간, 내려가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있었다. 

: 그러나, 나는 쉼을 택했다. 그리고 느리게 한 발자국씩 걸으며 스스로 말했다. 

: ‘나는 느리지만, 절대 멈추는 사람이 아니다.’ 

: 그렇게 나는 위를 바라보며, 느린 걸음으로 그러나 멈추지 않고 조금씩 걸어왔다. 

: 동료들과 비교하면 20분 늦게 정상을 밝았고, 30분 느리게 하산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 그리고 정상의 기쁨, 하산의 감사함을 마음껏 누렸다. 

: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늦어도 절대 낙망하거나 낙심할 필요 없다. 

: 우린 느리지만, 멈추지 않은 사람이기에, 한 발자국의 미학을 알고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동경하던 그 사람과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 2등이어도, 3등이어도, 혹은 꼴등이어도 괜찮다. 대신 멈추지 않을 거니까. 결승선을 밟을 거니까. 

: 나는 늦게 시작했고, 늦게 발견했으며, 느린 걸음을 가진 것을 스스로 인정하다. 

: 그러나 이번의 산행처럼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원리 

: 산행을 하면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 정상을 향해가는 오르막의 과정 가운데도 조금의 내리막 코스가 있었다. 

: 하산하는 내리막의 과정 가운데도 조금의 오르막 코스가 있었다. 

: 그렇다. 정상을 향해 가는 과정 가운데 언제나 오르막길만 있는 것은 아니며, 약간의 내리막의 기간이 있어야 했다. 

: 우리의 앞날도 이와 같지 않을까? 

: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가끔 나의 현재는 내리막 코스일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더 크게 보았을 때, 우리는 여전히 정상을 향해 오르막길을 걷고 있으며, 그 안 가운데 약간의 내리막 코스가 있을 뿐. 그뿐이다. 

: 그러니 지금 내리막이라고 생각된다며, 크게 생각하길 바란다. 

: 정상을 향해 가는 길 중에 잠시 내리막 코스를 만난 것일 뿐이다. 



큰 도전을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작은 연습이 필요하다. 

: 이는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 지리산이라는 큰 도전을 하기 전에, 집 앞 작은 산 혹은 걷는 연습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이번 산행은 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아무런 기초 준비 없이 무작정 도전했기에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이 너무나 많았다. 

: 정상을 가기 위해 일상에서 작은 연습을 해야 한다. 

: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 큰일, 큰 결정, 큰 도전을 잘 완수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작은 연습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 이는 기초체력을 줄 것이고, 큰일을 유용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혼자 할 수 없다. 고맙다. 동료들 

: 사실 이 산행에서 두 명의 친구들이 나를 잘 돌봐줬다. 

: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용기를 주었으며, 본인의 페이스를 나에게 맞춰 산행해주었다. 

: 나 때문에 쉬었고, 나 때문에 느리게 걸었고, 나를 위해 용기의 말을 해주었다.

: 동료의 도움이 없었으면 새벽5시부터 오후 2-3시까지의 산행은 성공할 수 없었고, 산속에서 수 많은 위험에 직면했을 것이 분명하다. 

: 함께 했기에, 정상까지 도전할 수 있었고, 두려움 속에도 한 발짝 씩 걸을 수 있었다. 

: 감사하다 동료들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 정상까지의 너무나 많은 길이 남았다면, 생각하지 말고 한 발자국씩 걸으면 된다. 

: 한 발자국이 모여서 정상까지 가는 길을 만든다. 

: 막막하다면, 일단 막 해보면 된다. 

: 막막하다면, 일단 막 무엇인가 시작하고, 걸어보면 된다. 

: 길이야 조금은 돌아가고, 발걸음이야 조금은 무거울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향해 진보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감사한 산행이다. 

그리고 기초체력을 길러서 다시 한 번 걸어보련다. 


다른 것을 느끼고 

다른 것들에 감사하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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